연재순서    ①선진국의 가스기기 사용금지 정책 한계와 가스업계 대응

                     ②바이오가스를 사용한 보일러, 스토브 활용 가능성

[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올해 3월 30일 영국정부는 ‘넷제로’ 계획에 가스요금을 대폭 올리는 정책을 포함시켰다. 영국 정부는 각 가정이 가스보다는 전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해 화석연료 사용 종료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현재 가정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부담금을 가스 등 화석연료 이용료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영국 각 가정의 연간 전기 요금 중 각종 부담금을 합하면 총 131파운드(약 20만원)정도가 나온다. 반면 가스 요금은 연 34파운드(약 5만4천원)의 부담금이 부과된다.

보조금 정책이 바뀌면 각 가정의 가스요금은 연간 100파운드(약 16만원)가량 증가하고, 전기요금은 내려간다는 것이 영국 현지의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영국정부의 정책은 국민 대부분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높은 전기요금과 비싼 설치비 등은 전기히트펌프(EHP)를 가정에서 구매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본지는 이번 창간 기념 특집호에서 유럽 각국에서 벌어지는 가스기기 정책과 가스연소기 시장의 미래에 대해 조망해본다.

갑작스런 가스보일러 금지, 서민 고통 가중시켜

가스연소기는 보일러, 스토브, 히터, 온수기와 같은 가정 및 상업용에서 가스터빈, 가스엔진과 같은 대규모 산업용 기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EU,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가정용 화석연료 연소기의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꾀하고 있다.

올해 3월 9일 독일정부는 2024년부터 석유 및 가스보일러 설치를 금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재생 가능한 난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계획에서 비롯되었지만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독일 자유민주당은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이 주도하는 이 제안에 대해 경제·사회적으로 참담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보일러를 금지하고, 히트펌프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많은 국민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급격하게 지우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비슷한 상황은 영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에너지전문가들이 히트펌프 비용이 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함에 따라 2035년부터 신규 건물에 대한 가스보일러 판매 금지를 취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최근 언급했다.

영국의 설비 업계는 가스보일러 설치비용을 1천~4천 파운드로 보는데, 반면 히트펌프의 설치비용은 7천~1만3천 파운드로 3~4배 이상 고가로 측정하고 있다. 여기에 주택의 단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영국 에너지 안보 및 넷제로 부서의 국무부 차관은 “신규 가스보일러 설치를 금지하는 날짜가 2035년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영국 에너지·유틸리티 연합의 마이크 포스터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는 일반 가정에 설치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비싼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소비자가 경제성 격차를 충족할 수 없기에 기존 보일러를 유지하면서 파이프라인에 수소를 혼입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상황에서 오스트리아는 신규 가스보일러의 판매를 2023년 기점으로 금지했다. 다만, 오스트리아의 이 선택은 탄소중립보다는 안보의 위기에 기인한다. 오스트리아는 지금까지 총 가스의 8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했기에 유럽 연합에서 가장 러시아 가스를 많이 사용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2040년까지 모든 가스 난방시스템을 현대적이고 재생가능한 시스템이나 바이오가스로 작동하도록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프랑스는 한국과 비슷한 형태의 친환경보일러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3월 1일부터 노후보일러를 친환경 제품으로 교체하는 최소 지원금액을 5,000 유로로 인상했다. 자금의 가용성과 제공되는 금액은 가구 소득, 교체할 보일러 유형, 설치할 보일러 유형 및 작업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은 아직 국가적으로 가스연소기에 대한 금지나 제한 정책을 취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각 주(州)와 대도시에서는 가스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자체적인 조례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9월 미국 최초로 가정용 가스용광로와 온수기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는 2030년까지 신규 천연가스를 이용한 실내 난방기와 온수기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유럽, 바이오가스 생산량 증산 계획

올해 3월 14일, 유럽의회는 단열 및 주거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기타 기준을 관리하는 건물에너지 성능 지침(EPBD)으로 알려진 기후 법률의 개정판을 승인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줄이겠다는 EU의 목표의 일부로 초안된 이 제안은 신규 가스보일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히트펌프와 태양광 패널의 사용을 가속화한다.

그러나 이 지침은 화석연료 부문 산업계의 전면적인 반대에 직면해 있다. 유럽 내 LPG 공급업체들은 제안된 보일러의 단계적 폐지를 4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리퀴드 가스유럽에 따르면 부탄과 프로판을 사용하는 LPG는 유럽의 1억9천7백만 가구 중 약 4%의 난방에 사용된다. 이들은 유럽의회의 법률이 일반 보일러 판매의 중단만이 아니라 향후 농장 폐기물, 유기성 바이오매스와 수소 및 기타 공급원에서 생산되는 ‘재생가능한’ 가스 개발을 저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리퀴드 가스 유럽 관계자는 “유럽의 LPG산업계는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라는 EU의 목표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이를 위해 전통적인 LPG를 대체할 재생가능한 액화가스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의 정책과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유럽의 가스 회사들은 바이오가스와 수소를 대안으로 삼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유기성폐기물과 바이오매스에서 생성되는 바이오가스와 그를 개질한 바이오메탄은 전력 공급이 되지 않는 시스템에서 탄소를 저감하는 적합한 형태의 에너지원이다.

한 예로 덴마크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래로 전체 가스그리드에서 바이오메탄의 비율이 크게 증가해 지난해 연말 총 가스의 35%에 달했다. 덴마크는 바이오가스의 80%를 바이오메탄으로 개질해 가스그리드에 공급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가스 생산 능력의 60% 이상이 유럽과 북미에 있다. 유럽의 2만개의 바이오가스와 바이오메탄 플랜트가 있다.

덴마크만이 아니라 이탈리아 역시 짧은 겨울과 농업 생산의 통합으로 바이오가스 생산을 늘리고 있다. 이탈리아 바이오가스 컨소시엄(CIB)은 향후 2026년까지 바이오가스 생산량이 500%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26년 바이오메탄 생산량이 2.3~2.5bcm(10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IB에 따르면 이탈리아 농업계는 2030년까지 6.5bcm의 바이오메탄을 생산할 수 있다.

CIB의 주요 관계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REPowerEU 계획은 2030년까지 EU에서 35bcm 이상의 바이오메탄을 생산하는 것을 예상한다. 게다가, 유럽의 바이오메탄 잠재력은 2050년까지 167bcm 이상에 도달할 수 있으며, 이는 2050년 가스 수요의 35~62%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EU의 대규모 농업 생산국인 스페인, 폴란드, 프랑스, 루마니아, 독일도 바이오가스 원료인 바이오매스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P2G(Power to Gas)’ 개념을 바이오가스 생산에 적용한다는 것이 독일 등의 계획이다.

유럽 대륙은 대부분의 국가가 연결되어 있기에 바이오가스와 바이오메탄의 가격 하락을 만들 수 있다. 프랑스의 ENGIE는 2030년까지 비용 30%를 절감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연소기기의 한 전문가는 “일본 린나이가 지난해 100% 수소로 가동 가능한 수소보일러 개발을 발표했지만, 상용화는 되지 않았다”며 “기존의 보일러, 가스스토브에 수소와 바이오메탄을 혼소하는 것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기존 가스기기를 바로 금지시키는 것은 에너지효율과 환경에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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