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전원 기능 큰 건물용 연료전지가 정부의 지원정책 부재로 고사 직전이다.
분산전원 기능 큰 건물용 연료전지가 정부의 지원정책 부재로 고사 직전이다.

[가스신문 = 주병국 기자] 불과 10년전만해도 고성장으로 이익 창출이 원활했던 국내 도시가스사들은 최근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점에 봉착했다. 특히 공공성을 띤 도시가스가 전국 보급률 80%를 넘어서면서 정부의 보급정책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연료로 자리매김한 도시가스는 현재까지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 중 하나다.

이미 전국 곳곳에 매설된 도시가스 주 배관망이 한국가스공사의 환상망을 합쳐 55,000km에 이른다. 그만큼 도시가스 공급에 필요한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성장 브레이크가 없었던 34개 도시가스사가 이젠 새로운 수요처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마디로 향후 도시가스 배관이 뻗어나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젠 국내 도시가스 산업이 고성장을 지난 저성장으로 빠르게 진입했고, 전국 평균 도시가스 보급률 83%(2019년)를 돌파 후 최근 5년간 이들 공급사의 성장세는 멈췄다.

이런 변화는 공급사의 판매량 감소와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이 성장을 멈추면 퇴보하기 마련이듯 전국 34개 도시가스사가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 도시가스가 주택용에서 국민 연료로, 산업부문에서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친환경 연료로 인기몰이를 했던 영광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기업의 생존전략을 짜야 할 때다.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도록 새로운 수요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그 가능성이 보이는 분야가 분산전원인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이다.

성장 날개 꺽인 도시가스 판매시장

최근 국내외 에너지 수급 불안과 LNG 도매가격 상승으로 인해 도시가스는 LPG, B-C유 등 타 연료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산업용과 같은 대용량수요처 이탈로 이어지고, 수송용과 열병합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렇다 보니 최근 5년간 전국 34개 도시가스사들의 판매실적은 성장을 멈췄다. 매년 늘어나는 가정용 세대(2~3%)를 고려시 사실상 판매실적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셈이다. [그림1 참조]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공급사의 판매량이 2018년 최고점을 찍은 후 하향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정부의 대기환경 정책변화로 열병합용과 수송용 부문의 판매실적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다. 이미 수도권에서 가정용은 전기와 지역난방으로부터, 산업용은 값싼 LPG 등 대체 연료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 정책으로 한때 손쉽게 수요개발했던 CNG버스는 전기버스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열병합발전은 한때 고효율발전 설비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환경문제로 에너지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수요처로 그 수명을 다했다. 물량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그림2 참조]

정부의 대기환경 개선 1등 공신으로 평가된 CNG버스도 정부 정책 변화로 위기에 내 몰렸다. 한때 12억㎥의 판매실적을 기록했지만 이제는 전기버스에 밀려 해를 거듭할수록 그 소비량이 감소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림3 참조]

심지어 ‘대체 불가’ 영역으로 평가된 가정용(주택난방용)마저도 지역난방과 전기라는 경쟁 연료에 공급권역을 침범당해 수요이탈이 확대되고 있다. [그림4 참조]

이로 인한 판매실적도 답보 상태에 놓였다.

더구나 앞으로 가스요금 인상마저 예고되어 도시가스의 가격경쟁력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중립과 수소 사회’라는 에너지전환 시대까지 직면했다.

따라서 도시가스업계는 더 늦기 전에 멈춰버린 성장세를 만회할 새로운 대체 수요개발에 나서야, 기업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이에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수소시장의 메카가 될 건물용 연료전지에 주목해야 한다.

비록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 수준으로, 제품의 신뢰성과 다양성 한계, 수요개발 어려움, 정부의 지원정책 부재, 시장에서의 경제성 미확보 등으로 보급 확대가 녹록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부와 국제사회가 앞으로 지향하는 분야로 수소연료전지를 지목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도시가스업계는 제조사와 공조 체제를 구축해,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한국형 건물용 연료전지 보급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이는 기업의 존속과 함께 ‘지속성장’과 ‘수소경제’ 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마지막 기회이다.

대체 수요 건물용 연료전지 장점과 역할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어 향후 수소경제는 물론 에너지전환 시대에 대비할 수 있음은 물론,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소비구조와 유형을 개선할 수 있는 분산전원으로서의 역할 또한 뛰어나다.

탄소중립과 ‘3020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를 앞둔 현시점에서 더이상 대형 석탄발전과 LNG발전, 원전 등을 증설하기도 쉽지 않고, 이에 적합한 부지선정도 녹록지 않다.

설상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하더라도 수도권에 편중된 전력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송·배전 확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이처럼 대규모 발전소 건설에 따른 정부와 기업의 재원 문제와 사회적 비용을 해소할 수 있고, 도심지역에 편중된 전력소비 유형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분산형 건물용 연료전지이다. 분명한 것은 장점이 많은 건물용 연료전지가 국내 에너지시장에서 보급 확대만 이루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수소경제로 성공적인 전환을 하는데 초석이 될 것이다.

이에 정부와 에너지업계는 분산 전원인 건물용 연료전지의 보급 확대에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무화로 설치 늘지만 가동률 저하 여전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의 보급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에 따라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지자체별로 에너지 제로화 건물의 인식전환으로 보급되고 있다. 다만 태양광과 지열,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시스템의 대체재로 활용되고 있어, 보급 속도는 매우 느리고 제한적이다.

또 제한적 보급탓에 시장에서 경제성 확보가 어려워 설치하고도 제대로 가동도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국 34개 도시가스사가 가스공급을 하는 건물용 연료전지 보급현황을 보면 2022년 1253개소에 29.1MW급 설비용량에 그친다. <표1 참조>

최근 3년간 건물용 연료전지의 보급현황을 보면 2020년 664개소에 10.9MW, 2021년 967개소에 18.7MW, 2022년 1,253개소에 29.1MW로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설비용량은 낮은 두 자리수에 머물고 있다.

전국에 에너지 다소비는 업무용 건물(수요)은 21,311개소에 이르며, 이중 공조용은 14,237개소에 이른다. 쉽게 말해 일정 규모 이상의 업무용 빌딩이 전국에 2만1천여개가 넘고, 이 건물들은 모두 한전(전력거래소)으로부터 전력을 수혈받고 있다.

이런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서 자가 소비가 가능하고, 분산전원의 역할을 하는 건물용 연료전지(8kW)를 의무적으로 설치, 가동시 500MW급 이상의 대규모 발전설비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대규모 석탄발전(200MW) 2.5기에 맞먹을 정도의 설비 규모이다. 여기에다 수도권까지 끌고 올 송·배전 건설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어 건물용 연료전지가 보급 확대될 경우 사회적 기회비용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국내 에너지 시장에서 건물용 연료전지의 자생력은 제로 수준일 만큼 척박하다. 이유는 명확하다.

건물용 연료전지에 공급되는 도시가스 가격은 비싸고, 자체 생산한 전기 단가는 한전으로부터 수혈받는 전기요금보다 비싸다 보니, 설치 후 운전에 따른 채산성이 나오지 않다. 이렇다 보니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대체재로 설치한 건물용 연료전지가 정상적인 가동이 어려운 실정이다. <가스신문 2021년 기획연재1·2 ‘헛도는 건물용 연료전지…’참조>

이런 현상은 설치 현장에서 고스란히 가동률로 나타나고 있다. 1,253개소 중 이런저런 이유로 미가동 중인 곳이 690개소에 이른다. 정부의 정책자금이 투입되고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최근 1~2년 사이에 설치된 건물용 연료전지는 그 활용도가 점점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건물용 연료전지가 국내 에너지 시장에서 대규모 발전설비를 대체할 분산 전원으로서 역할하고, 나아가 에너지 다소비 건물의 기저 발전 기능할 견고히 다지려면 반드시 정부의 세심한 지원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에너지 시장에서 건물용 연료전지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요금제 등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가동률 높일 전력대체기여금과 정책요금 도입 절실

우선 건물용 연료전지에 대한 설치장려금(현행 kw당, 1380만원)을 상향해야 한다. 종전까지 MCFC와 PEM 중심의 연료전지가 건물용에 보급되었다면, 앞으로는 고효율 기기인 SOFC로 전환될 것이며, 제조사의 생산단가를 감안하여 지금보다 높은 설치보조금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서 건물용 연료전지가 대용량 발전소로부터 전력수혈을 대체할 수 있는 기저 발전 역할이 가능한 만큼 전력대체기여금 또한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미 정부는 분산전원으로서 일익을 담당하는 가스냉난방시스템에 대해, 2021년부터 전력대체기여금(GHP: 8300원/RT, 흡수식 3800원/RT) 지원하고 있다. 이를 kW로 환산시 2,324원(GHP)/kw, 1,064원(흡수식)/kw 수준이다.

따라서 가스냉방시스템보다 분산전원 역할이 더 큰 건물용 연료전지에 대해서도 합당한 전력대체기여금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받을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이와 함께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은 건물용 연료전지에 걸맞는 정책요금 적용이다. 정부는 건물용 연료전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 향후 수소경제로 전환하는데 중요한 핵심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실제 책정된 연료전지용 도매요금은 정책 요금이라고 하기엔 비싸다.

보급 초기인 점을 감안 하더라도 최소한 가스냉방공조용 도매요금(하절기: 20.5075원/MJ) 수준까지는 낮춰야 하나, 현실은 이보다 높은 21.3686원/MJ이다. 심지어 동일한 기능과 역할을 하면서도 설비용량에 따라 가스공사가 직공급하는 발전용(집단에너지용, 순수발전용)보다 건물용 연료전지가 더 높다. <표2 참조>

이런 요금구조로는 국내 에너지 시장에서 건물용 연료전지가 자생력을 갖출 수 없는데다, 의무설치한 곳마저도 비싼 가스요금을 이유로 가동을 멈추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따라서 정부는 분산전원으로서 자가소비 역할에 걸맞는 저렴한 정책 요금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것이며, 더불어 도시가스사들도 소매 마진을 최소화하여 건물용 연료전지가 제대로 운전하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결국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연료전지가 보급, 확대되기 위해서는 한전의 전기요금과 건물용 연료전지의 전력생산단가를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지원정책은 결국 정부가 수도권에 편중된 전력소비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소하고, 나가아 대규모 발전소 추가 건설에 따른 정부의 재원 낭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보급 확대를 위해 정책지원과 함께 반드시 병행돼야 할 과제로는 건물용 연료전지에 대한 제조사의 기술향상을 바탕으로 한 제폼의 신뢰성 확보와 A/S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제조사와 도시가스사가 함께 국내 건물용 연료전지의 보급 활성화를 위해 에너지 다소비 건물을 대상으로 에너지효율 증대가 구현되도록 맞춤형 수요개발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상호 협업체계와 수요개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부 측에 다양한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수요처에는 건물용 연료전지의 장점과 효율성 홍보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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