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PG수입가격 안정세···중동 LPG생산시설의 정기보수가 종료된 영향

중국 소비증가 전망되나 미국의 셰일가스로 수급 균형 이룰 듯

국제 LPG가격의 변동성이 올해 들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Aramco)는 프로판과 부탄의 계약가격(Contract Price, CP)을 톤당 790달러로 발표했다. 프로판 가격은 전월 대비 200달러, 부탄 가격은 185달러를 인상한 것으로, 10년 사이 최대 상승 폭이었다.

정부의 대응은 신속했다. 2월 23일 LPG 가격 점검 회의를 개최하였고, 국내 양대 LPG수입사인 SK가스와 E1의 협조로 3월 공급가격은 동결되었다. 물가인상을 고심하던 LPG사용자들과 정부 모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처럼 LPG는 LNG와 함께 가스 산업의 한 축을 이루는 에너지로, 지난 겨울 난방비 인상에 따른 혼란을 겪으며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이에 정부와 업계가 시장 상황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는바, 필자도 본 기고를 통해 국제 LPG가격 동향 및 향후 추세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급등락하는 LPG수입가격

국내 LPG유통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최우선 기준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월 단위로 책정하는 LPG 국제가격(CP) 및 환율이다. 여기에 더해 SK가스와 E1이 국내 수급 상황을 고려해 매월 가격을 결정한다. 이때 한 가지 더 고려할 사항은 시차다. LPG가 생산지에서 한국으로 오기까지는 한 달가량 소요된다. 가령 이번 달 CP가 톤당 200달러 상승하면 이는 다음 달 국내 공급가격에 반영되어 1kg당 230~250원 정도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의 국내 LPG공급가격을 살펴보자. 3월 아람코 CP 가격은 프로판은 톤당 70달러 인하된 720달러, 부탄은 50달러 떨어진 740달러로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4월 국내 LPG 공급가격 역시 3월에 이어 다시 한번 동결되었다. 지난달 kg당 200원 이상의 인상 요인이 누적되어 있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수입사의 LPG 가격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4월 들어 아람코는 다시 한번 CP 가격을 인하했다. 프로판은 톤당 165달러 인하된 555달러, 부탄은 195달러 내린 545달러로 책정되었다. 지난 6개월 간의 CP 추이를 돌이켜보면, 프로판의 경우 지난해 11월 톤당 610달러, 올해 1월 590달러, 2월 790달러로 급등하였다가, 3월 720달러에 이어 4월 555달러까지 급락했다. 부탄 또한 6개월간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다가 4월 545달러로 책정되며 내림세를 이어갔다.

[그림 1 ]LPG 국제가격 추이(2020년 1월~2023년 4월)
[그림 1 ]LPG 국제가격 추이(2020년 1월~2023년 4월)

아람코의 CP 결정 구조

앞으로의 추세는 어떨까? 아람코 CP의 장래 추세를 예측해보기 위해서는 아람코의 CP 결정 방식을 알아야 한다. 다만 이와 관련해 명확한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아람코는 CP 책정 메커니즘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 역시 제한적인 정보를 토대로 조심스럽게 향후 추세를 논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바,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LPG가격을 아람코의 CP에 직·간접적으로 연동하여 책정한다. 아람코는 1961년 일본에 LPG를 수출하며 아시아 지역과 LPG 무역을 시작했다. 이 시기 아람코는 원유 열량 기준으로 LPG 수출가격을 책정했다. 이후 다른 중동지역 LPG 수출국들도 그 방식을 따랐다.

이후 LPG 가격 책정 기준이 달라진 것은 아람코의 시장 인식 변화에 따른 것이었다. 아람코는 LPG산업의 이윤이 무역업자나 도매판매자들에게 축적되고 있으며 LPG가격이 계절적 요인에 민감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람코는 이윤을 높이고자 했다. 그래서 동일 열량의 원유 가격에 연동한 LPG가격이 현물 가격과 비교해 톤당 15달러를 초과할 경우, 그 차이의 50%를 수출가격에 추가하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그런데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고, 마침내 아람코는 1994년에 월간 CP(Contract Price)를 도입하게 된다.

월간 CP를 도입하게 된 것은 동아시아 지역 LPG 현물 가격 간의 커진 차이를 보정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CP 제도 초기만 해도 LPG가격은 수입업체의 입찰가격을 비롯해 현물 판매가격 및 경쟁 관계에 있는 석유제품의 가격을 반영해 책정되었다. 하지만 2005년 이후로는 입찰 과정을 폐기하고, 동경, 싱가포르, 베이징, 런던, 휴스턴 등에 있는 지사들로부터 입수한 지역별 시장 상황, 현물거래 정보, LPG 구매 고객들의 의견과 Argus, Platts, Rim CFR 인덱스 같은 LPG 현물 가격, 국제 원유 및 나프타 가격을 고려해 CP를 설정해왔다. Argus, Platts, Rim CFR 인덱스 같은 LPG 현물 가격의 경우, 유가뿐만 아니라 계절적 요인 및 시장 상황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매일 책정된다. 즉 현재의 CP 가격에는 유가, 계절적 요인, 시장 상황 등이 반영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림 2 ] 국제 LPG 가격 결정요인
[그림 2 ] 국제 LPG 가격 결정요인

이상 유추해본 CP 결정 방식을 고려해보면, 지난 2월에는 중동 지역에 대형 LPG 생산시설 정기보수와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한 이란의 LPG 수출제한에 따른 중동발 LPG 공급 감소 우려(유가), 동아시아 지역의 한파(계절적 요인), 팬데믹 이후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시장 상황)에 따라 CP 가격이 급등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최근의 안정세는 중동 지역 LPG 생산시설의 정기보수가 종료되어 공급 불안이 해소되고 기후가 따뜻해지는 등 동일 요인들의 개선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향후 전망

향후 국제 LPG 가격도 당분간 하향 안정세가 유지되리라 예상된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 및 PDH 공정 확장에 따른 LPG소비량 증가가 예상되지만, 미국의 셰일가스 공급이 증가하면 수요/공급 균형이 맞춰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시장 상황을 유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OPEC 플러스의 추가 감산으로 인한 유가 변동 및 LPG생산 감소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변수다. 지난 겨울 LNG 대체 연료로서 LPG가 큰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전쟁 상황에 따라 LNG 가격 변화로 인한 LPG 수요가 급등해 가격이 높아질 공산도 있다.

반면 국내 LPG 공급가격은 현재 인하된 LPG 국제가격이 당장 크게 반영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1년 동안 LPG 공급가격 동결 또는 인하로 LPG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줬고, 3월에 적용하지 못했던 인상 요인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LPG 가격은 국제 CP 가격과 더불어 국내 요인도 고려하며 그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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