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kW급 연소기부터 60MW급 이상까지

보일러, 버너 등 가스연소기기 발전

1855년 Robert Bunsen이 가스연료를 산화제인 공기와 인위적으로 혼합할 수 있는 연소장치를 발명하기 전까지 석탄가스는 오로지 조명용(가스등) 연료로 사용되어 왔는데, 이는 가스연소화염이 촛불보다는 훨씬 밝은 조명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이었다. Bunsen의 원리에 기초한 가스 멘틀 백열등이 개발된 이후 가스는 조명은 물론 가열용 연료로 사용되면서 가스연소기 시대가 시작되었다.

연료의 종류, 산화제 조건, 화염온도, 화염의 크기와 강도 및 열분포 이 외에 연소 공간의 기하학적 형태 등 열이용 조건과 용도에 따라 연소기기의 구조는 매우 다양하고, 용량도 작게는 온풍용 2.5kW급에서부터 산업용 60MW급 수관식 보일러용에 이르기까지 24,000배 이상 차이가 있다.

가정용 취사/난방, 건물용 난방/조명, 산업용 가열/용해/발전에 화석연료, 스팀 및 전기가 에너지원으로서 선택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스팀 및 전기 역시 화석연료의 연소열을 이용하는 열기기(보일러)나 열기관(터빈)에 의해 발생된다는 사실로부터 연소기의 핵심적 기능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순산소 연소실험 기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순산소 연소실험 기기

고효율·NOx저감 만족하는 설계 필요

2021년 세계 천연가스 공급량은 26억7500만 톤으로 1990년 13억만 톤 대비 약 2배 증가했고, 우리나라는 2.3백만 톤에서 4600만 톤으로 약 20배 증가했다. 가스로의 전환은 저탄소 청정연료로서의 장점이 큰 이유이겠으나 연료 전처리가 필요없고 취급이 용이하며 연소성이 좋아서 목적에 따라 다양한 연소기기의 설계 적용이 가능한 이점도 있다. 가스연료를 사용하는 열기기는 가정용 가스기기(가스레인지, 보일러)와 제반 산업용 열설비(보일러, 요로, 가스터빈)로 대별되며, 공히 연료와 산화제의 혼합, 분사, 점화와 연료/산화제 공급제어 기능이 통합된 연소기를 포함한다.

가정용 연소기는 성능 및 안전성 측면에서 화염분포와 길이의 균일성 완전연소 화염의 부상 및 역화 방지 저소음 내구성이 기본적으로 요구되며, 가스기기의 열용량과 외형적 크기 및 용도에 따라 조건을 고려하여 다양하게 설계된다.

주방용 가스오븐레인지 및 난방용 온수보일러로 대표되는 가정용 가스기기는 완전연소에 필요한 공기의 일부를 연료와 혼합하는 부분 예혼합식 버너를 채용하지만, 완전연소에 필요한 공기를 연료와 혼합하여 연소시키는 예혼합식 연소기는 부분 예혼합식에 비하여 작고 화력이 강한 화염을 형성하기 때문에 버너를 상, 하 또는 수평방향으로 설치가 가능해 가스기기의 형상설계 자유도가 큰 장점이 있다. 일례로, 콘덴싱 보일러의 경우 상부에서 하방향으로 연소시키는 연소기를 설치해 응결수가 버너표면에 낙하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릴용 오븐의 경우 하방향 표면복사형 연소기를 적용하면 오븐 내부의 온도를 비교적 균일하게 형성시키는 장점이 있다.

산업용 연소기는 제한된 공간 내에서 가열 및 용해 등에 필요한 상당량의 열에너지를 안정적으로 발생시키는 특징이 있다. 즉, 단위체적당 연료소비량(체적연소부하)이 크다. 산업용 열설비는 소재, 중간재 또는 최종제품 등에 따라 조업온도, 분위기 및 규모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그에 대응한 열공급 방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연료의 다양성, 산화제 조건, 연소공간의 기하학적 형태, 요구 열에너지 변동, 열전달 조건(화염온도, 화염의 강도, 열분포 등), 가열 방식 및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연소기기는 다양한 구조로 고도화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노즐 혼합방식을 채택하는데, 산화제를 연소기 출구단에서 환형노즐 또는 원주방향으로 형성된 노즐들을 통해 분사하고, 연료를 산화제와 혼합되도록 다양한 형태로 분사하여 노즐 출구에서 부분적으로 또는 총체적으로 연소가 진행되도록 설계된다. 또는 노즐 전단에서 연료와 일부 산화제를 부분 예혼합하여 노즐 출구에서 1차 연소를 진행시키고 연소기 하류영역에서 잉여 산화제를 공급해 2차 완전연소가 수행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노즐 혼합형 연소기는 내열재로 성형된 원통형 또는 나팔관 형상의 타일 내에서 혼합과 점화가 거의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다. 내열 타일은 고온의 연소가스가 타일 내부 상류측으로 재순환되는 구조로 설계되며, 내벽의 축열과 화염 선단의 온도를 유지하여 혼합기가 안정적으로 점화되는 기능을 한다. 연소기로서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정적 운전이 가능한 연소량 변동 폭(턴-다운비)의 극대화, 산화제의 고온 예열, 화염 안정, 연료-산화제의 혼합비율 조정에 의한 가스연료 호환을 담보할 수 있는 고기능이 요구된다.

대기환경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가운데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적은 저 NOx 연소기에 대한 요구가 증가 추세이지만 연소효율 향상과 대기오염물질 저감 조건은 상반된다. 연소효율과 동시에 NOx 생성을 억제할 수 있는 연소기 설계가 필요한 이유이다.

정부의 연소기 연구·개발 지원 시급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100년까지 1.5℃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43%, 2050년까지 84%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국가 2030 NDC(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탄소 중립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화석연료(천연가스, 석탄, 오일 등)는 연소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발생한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인식되어 왔고 그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태양열, 지열 등) 및 무탄소 연료인 수소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에너지원 수요 및 이용 패턴으로 미루어 볼 때, 전기는 가정용, 건물용 및 수송용으로, 수소는 산업용 및 발전용으로 수요가 기대되며, 수소를 열에너지로 변환하기 위한 연소기의 역할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연소기는 가정용 가스오븐레인지와 보일러, 산업용 열설비 및 발전용 가스터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개발되고 있다. 수소는 천연가스(도시가스)에 비하여 에너지밀도가 높고 산화제 요구량 및 배가스량이 작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연소속도가 빠르고 화염온도가 높으며 가연범위가 넓은 동시에 질소산화물 생성이 많기 때문에 용도에 따른 연소기 설계 및 시스템의 최적화가 요구된다.

가정용 가스오븐레인지는 역화 방지를 위한 가스 공급 압력의 한계와 수소 경제성 확보를 위한 연소용 공기예열 등 운전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아 바람직하지 않으나, 영국에서는 천연가스에 수소를 20% 혼합하여 취사용 가스기기에 적용한 바 있으며, 이탈리아(Giacomini), 영국(Worcester Bosch, BDR Thermea Group), 일본(이와타니산업, Rinnai)은 이미 수소보일러를 개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26년까지 수소를 20% 혼합한 도시가스 공급 기술의 타당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성공시 2021년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 약 46백만 톤 기준,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를 20% (부피 기준, 100만 톤) 혼입할 경우 연간 약 300만 톤의 천연가스가 절감되고, 800만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수소 혼입에 의해 발열량이 약 14% 감소되므로 총 소비량은 증가할 수 있으므로 가스기기의 열효율 향상을 위한 연소기 및 시스템 최적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산업용은 미국(Bloom, GE), 일본(Miura, Toyota, Toho gas, Mitsubishi), 독일(Saacke, Siemens)이 각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기존의 도시가스 및 수소 함유 부생가스 연소기를 개량한 저 NOx 수소연소기와 발전용 수소 혼소 또는 전소 가스터빈 연소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두산에너빌리티가 2027년까지 380MW급 수소 전소 가스터빈용 연소기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탄소 또는 무탄소 전원은 산업부문 특히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요한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화력발전의 CO₂ 배출량은 약 0.46kg/kWh이며(원자력 0.012kg/㎾h, 태양광 0.048kg/㎾h), 천연가스는 약 0.185kg/kWh이다. 이는 천연가스 연소기를 사용하는 열설비의 열효율을 40% 이상 유지하면 화석연료 기반한 동일한 열량의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에 비하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하는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탄화수소 원료에 기반한 블루 및 그레이 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에너지(화석연료, 전기, 스팀)가 추가로 소비되기 때문에 동일 열량의 가스연료(천연가스 또는 도시가스)에 비해 CO₂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한다. 즉, 화석연료에 기반한 전기, 블루 수소 및 그레이 수소는 그 자체로는 무탄소 에너지로 취급되지만 현 시점에서는 전 주기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탄소 천연가스의 이용효율을 제고할 수 있는 신연소 기술이 필요한 이유이다.

저탄소 신연소 에너지 생산기술로서 발전용 초임계 순산소연소 가스터빈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초임계(초고압) 순산소 연소기이며, 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하므로 NOx의 생성이 없고, 연소 생성물 중 물만 응축하면 고농도의 이산화탄소를 손쉽게 포집할 수 있어 포집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연소기의 압력을 이산화탄소의 임계압(74 기압) 이상 300 기압으로 운전하므로 산소 제조 비용을 포함한 발전 효율은 59%에 이른다. 미국(NET Power 사)은 기술의 상용급 실증을 위해 300 MW 발전 플랜트를 2026년까지 건설 및 운영할 계획이다.

국내(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도 초임계 순산소연소 가스터빈 발전기술을 2018년 착수하여 2022년 세계 두 번째로 기술적 난이도가 가장 높은 300 기압 초임계 순산소 연소기를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과 발전사 등이 보유한 터빈 설계 기술, 발전 플랜트 운용 기술 등을 총 결집하여 저비용 이산화탄소 포집이 가능한 차세대 고효율 무공해 천연가스 발전 플랜트 시장 선점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에너지 생산과 소비에는 화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과정이 불가피하므로 연소기의 역할은 분명하고, 산업의 고도화와 대기오염 및 지구온난화 등 전 세계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학‧연 전문가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융합된 고효율시스템용 저탄소 천연가스 및 무탄소 수소이용 연소기의 개발과 검증은 절대적이며, 고성능화(청정성, 제어성, 응용성)와 국산화 보급 활성화를 지향한 정부의 실효적 지원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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