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순서    ① 선진국의 가스기기 사용금지 정책 한계와 가스업계 대응

                    ② 바이오가스 보일러·스토브 기술 적용 사례

[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유럽과 한국 등 많은 선진국들이 가스를 이용한 취사기기 스토브, 보일러 등의 사용을 줄이는 것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인도 등 평균 기온이 높은 지역의 국가들은 바이오가스를 그대로 쓸 수 있는 기기 보급에 힘쓰고 있다.

본지는 이번 기획에서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보일러·스토브 기기의 적용 사례 및 기술 현황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미국 애플턴시 하수처리장에 설치된 바이오가스 보일러
미국 애플턴시 하수처리장에 설치된 바이오가스 보일러

미국 애플턴시, 바이오가스 보일러로 연간 10만$ 절약

바이오가스의 조성은 보통 CH₄ 50~80%, CO₂ 15~50%와 기타 질소, 수소, 산소 등으로 혐기성 반응기 내의 조건(온도, pH 및 기질 농도)에 따라 달라진다. 바이오가스의 원료는 농업폐기물, 분뇨, 도시폐기물, 식물, 하수슬러지, 음식물쓰레기 등 현대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기성 폐기물 대부분이 된다.

바이오가스의 조성은 일반적인 도시가스와 유사하고, 대부분의 LPG, LNG 연소기기에도 동일하게 투입해 사용할 수 있다. 미얀마의 맥주 공장에 설치된 바이오가스보일러를 살펴보면 공장 내 폐수를 모아 혐기성 반응기에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 다시 공장의 보일러를 가동시켜, 스팀을 만들어 활용한다.

열회수 시스템은 맥아즙을 끓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포집해 예열 공정에 활용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연간 3,820톤의 CO₂를 감축할 수 있다. 바이오가스보일러는 이 가운데 연간 3,213톤의 CO₂ 저감을 돕는다.

인도 레 지방의 바이오가스보일러 개념도
인도 레 지방의 바이오가스보일러 개념도

인도 북부에 위치한 라다크 주의 레(Leh)시는 해발 3,500m에 위치한 고산지대로, 히말라야 산맥 바로 밑에 위치해 한랭 사막기후를 띠고 있다. 이 지역은 인도에서도 극히 추운 지역으로 한 겨울에는 난방을 위해 많은 나무를 벨 수밖에 없고, 나무를 많이 베어내면서 필연적으로 우기에 홍수의 피해를 입는 악순환을 겪었다.

게다가 이 지역은 겨울철에는 햇빛이 잘들지 않기에 태양광 발전도 힘든 곳이다. 인도 과학기술부는 미국 국무부와 함께 바이오가스를 사용해 폐쇄된 파이프시스템에서 물을 가열하는 바닥 난방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복사 난방 시스템의 원리는 생성된 회색물(Greywater)를 외부 공급원과 함께 보일러에 공급하는 것을 포함한다.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사용해 물을 보일러에서 가열한 뒤 물은 최대 60℃까지 가열되어 바닥 아래 파이프로 이동한다.

라디안파이프는 위에서부터 전도성이 높은 물질로 덮여 있고, 파이프 아래 층은 전도성이 낮은 물질로 되어 있어 열이 반대 방향의 지면으로 발산되지 않는다. 현재 이 지역에서 사용되던 바닥복사 난방시스템은 전기를 사용해 물을 가열시켜 실내 온도를 높였는데, 이는 전기 사용을 증가시켜 부하가 걸리게 만들었다. 새로운 시스템은 지역에서 나오는 풍부한 양의 소의 대변을 이용할 수 있기에, 전기를 바이오가스로 대체한 것이다.

또다른 사례로 미국 위스콘신주의 애플턴(Appleton)시는 도시의 폐수처리 공장에 바이오가스보일러를 설치해 연간 10만 달러 이상을 절약했다. 폐수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연소시켜 공장의 상부와 두 개의 혐기성 반응기를 가열한다.

애플턴시는 바이오가스 보일러를 설치한 이후 12월 한 달 동안 천연가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애플턴시는 하수처리공장의 가스보일러 중 하나가 고장난 이후 바이오가스보일러를 구입했는데, 총 79만달러를 썼다. 도시는 리베이트로 연간 16만7천달러를 받아 6년 안에 투자를 회수할 예정이다. 포커스 온 에너지에 따르면 애플턴의 새로운 바이오가스보일러의 수명 동안 절약되는 에너지는 천연가스 4백만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바이오가스 스토브로 조리하는 여성
바이오가스 스토브로 조리하는 여성

가나정부, 30년까지 바이오가스 스토브 300만개 보급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액체(기름) 또는 기체연료를 이용해 취사를 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전 세계에서 2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체연료인 목재, 동물 배설물 등을 태워서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실내에서 고체 연료를 연소시키는 것은 거주민의 건강에 치명적이며, 매년 전 세계에서 가정 실내 공기오염으로 인해 4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에서는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바이오가스를 이용한 조리스토브 보급을 늘리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목재 등의 연료를 사용하다가 바이오가스로 취사를 하면, 하루 평균 40분 더 적은 요리시간과 장작 수집에 70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전기공급이 보편화된 선진국과는 달리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의 시골은 전기 및 도시가스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기에 연료 공급에 어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세계 청정조리스토브 연합(Global Alliance for Clean Cookstoves)은 세계 400개국에 약 36개의 파트너를 두고, 바이오가스 스토브 보급을 위한 자금 조달 및 공급을 지원한다.

아프리카 가나 에너지부는 지난해 2030년까지 청정바이오가스 조리용 레인지 300만대를 가정에 보급한다는 정책 목표를 세웠다. 이것은 LPG를 사용하는 인구의 50%를 위한 것이다.

영국이 지원하는 MECS(Modern Energy Cooking Services initiative)는 프로판과 동등한 바이오가스를 화학 개질한 바이오LPG에 대한 투자를 통해 주요 아프리카 국가에서 바이오가스 생산을 산업적으로 확장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MECS가 세계LPG연합(Global LPG Alliance)와 공동으로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나, 케냐의 약 1만가구에 65개의 대규모 도시 및 농장폐기물을 가스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취사에 필요한 바이오LPG 공급이 가능하다고 추정된다. 이는 사하라사막 이남지역 사람들의 60%가 전기에 접근할 수 없기에 불가피한 선택이 된다.

바이오가스의 구성 성분은 메탄(CH₄)이 5~60% 이상을 차지한다. 다만, 바이오가스 스토브를 사용하는 지역은 대부분 LPG스토브와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사용한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바이오가스 스토브
중국에서 판매하는 바이오가스 스토브

예를 들어, 중국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바이오가스 스토브인데 가격은 15에서 25달러 선을 유지한다. 이 스토브의 무게는 총 6kg이며, 크기는 가로 730mm, 세로 410mm, 높이 130mm 정도이다. 바이오가스 스토브 생산·판매는 중국과 인도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가스연소기기의 특성상 기존의 LPG스토브에 바이오가스를 공급해 연소시키는 것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다만, 압력노즐의 개조가 필요하기에 전문가의 시공이 필요하다.

바이오가스의 열량은 LPG보다 낮기에, 공급이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거기에 메탄은 누출 시 사고의 위험성을 띠는데, 순수 바이오가스는 무색 무취에 가깝기에 안전관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가정에서 작은 규모의 혐기성 소화조를 운용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있는데, 유기성 폐기물의 소화를 돕기위해 첨가하는 소화액이나 화학 기반 비료가 누출되면 토양 및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더불어, 소화조 슬러리에 숨어있는 병원균이 식수원이나 농업용수에 들어가 감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바이오가스 스토브를 구매할 수는 있으나 대부분이 해외 수입제품이다. 한국은 바이오가스를 개별 가정에서 생산하는 일이 거의 없고 LPG, 도시가스, 전기 공급이 대부분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스기기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바이오가스 스토브 수요는 거의 없으며, 해외 수출도 인도·중국 제품 대비 경제성이 맞지 않아 어렵다”며 “다만, 향후 바이오가스 생산·공급이 늘어날 것을 고려한 제품 개발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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