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발달사를 보면 에너지원의 변화와 기술혁신은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18세기 후반 고체상태인 석탄 에너지원이 스팀터빈의 혁신과 합쳐지면서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 액체상태인 액체연료는 혁신적인 내연기관에 활용하면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가스를 태우는 버너가 발명된 후 가스 발생 산지를 중심으로 활용되었으나 기체가 보유하고 있는 근본적인 에너지밀도가 낮은 이유로 저장 및 이송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산지를 제외하고는 많이 활용할 수 없었다. 1940년대 가스를 파이프로 수송하는 기술혁신이 나오면서 가스의 활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었다. 발화가 용이한 사용의 편리성과 환경성 때문에 미국, 일본, 한국에서 천연가스의 사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수요의 증가와 천연가스의 매장량 한계 때문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2010년경에 미국에서 수압파쇄 기술 혁신에 의해 소규모의 가스전들이 개발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화 되었으며 원유 가격 결정의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하였다. 이와 같이 기술이 에너지원별 비율을 변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2020년도 전 세계 1차 에너지 비율을 보면 석유 31%, 석탄 27%, 천연가스 25%, 수력 7%, 재생에너지 6%, 원자력이 4%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발전량에 있어서 천연가스발전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 가스가격의 상승은 전력요금 상승의 직접적인 유인이 되고 있다.

최근에 기후변화 이슈가 심각해지면서 에너지원별 급격한 변동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하고 지구의 온도 상승을 30년내에 2도 미만으로 유지하여야 온갖 자연재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 하에 전 세계는 기후변화협약에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136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CO₂ 발생이 가장 많은 석탄을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되면서 무탄소 전원인 재생에너지, 원자력발전으로 대체를 추진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석탄에 비해 발전시 약 반정도의 CO₂만을 배출하기 때문에 천연가스 발전이 우선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최근 총발전량 중 천연가스 발전 용량을 보면 2017년 23%, 2019년 26%, 2021년 29%로 상승하면서 석탄발전의 자리를 채우고 있다. 문제는 천연가스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발발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잠가 버리면서 공급망 불안이 생기면서 가격이 폭등하게 되었다. 수요공급의 불일치에 의한 공급망 불안을 언제라도 생길 수 있으며 전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한계 때문에 천연가스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고, 원천적으로 천연가스(CH₄)는 CO₂를 배출한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이래서 나온 것이 수소(H₂)다.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수소는 근원적으로 2차 에너지매개체 (carrier, 캐리어)이다. 지구상에 자연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석탄을 가스화 또는 천연가스를 개질하여 수소를 얻는 방법을 그레이 수소, 석탄 가스화 또는 천연가스를 개질하고 CO₂는 CCS로 격리하고 수소를 얻는 방법을 블루수소라고 불린다. 남는 재생전기로 물을 수전해하여 얻는 방법이 가장 깨끗하게 수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린수소라고 불린다. 최근에 제주도와 전라도에서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의 출력제한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의 시간과 기후변동에 따른 간헐성 때문에 사용하지 않은 전력은 전력망에 부담을 주어 출력제한이 이루어지고 저장하지 않는 한 버려져야 한다. 이러한 전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 중의 하나가 수전해에 의한 수소생산인 것이다.

한국에서 2021년말 기준으로 발전설비 규모는 총 134GW에 달하고 원별 설비 비중은 LNG가 31%, 석탄 28%, 신재생이 19%, 원자력이 17%를 차지하고 있으나, 2021년 총 발전량은 577TWh에 달했으며 원별 발전량 기준으로 보면 석탄 34%, LNG 29%, 원전 27%, 신재생 7%의 순서이다. 2022년 기준 재생발전 설비는 29.2GW에 달하고 있으며 전력피크 발생 시 실제 기여하는 발전기 실효용량은 5.6GW가 되고 있다. 결국 간헐성 차이로 인한 전력은 전기로 저장하든지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하여야 하며, 저장하지 못한 전기는 버려질 수밖에 없다. 이 남는 전기를 수소로 전기분해하여 가스상의 수소를 활용하는 것이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 사회로 넘어가는 지름길로 보여진다.

이러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시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안전과 가격이 보장되어야 한다. 즉 수소가격이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기술 혁신에 의해 수소의 생산가격을 낮추고, 수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줘야 한다. 서론에서 가스의 경우에 예를 들었듯이 천연가스의 활용 확대는 파이프로 수송하는 기술이 정립된 후였고, 한국에도 도시가스 라인이 전국 곳곳에 설치되면서 가정에서 사용이 LPG에서 도시가스로 범용화가 되었다. 수소도 비슷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울산시와 여수시에는 현재 부생수소를 파이프 라인이 일부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소경제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현재 잘 구축되어 있는 도시가스 라인과 병행하여 수소파이프 라인이 설치된다면 수소 가격을 낮추는 데에 큰 몫을 담당할 것으로 보여진다. 신도시 개발 시 도로망, 수로, 가스라인, 인터넷망을 제일 먼저 건설하듯이 새로운 에너지 수소사회로의 첫 그림은 수소 파이프라인 인프라 구축부터 시작하는 것이 환경, 안전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여진다. 새로운 사회로 좀 더 빨리 넘어가는 데에 있어서 환경성, 효율성과 더불어 편리성, 경제성, 주민수용성 관점에서도 기술혁신과 인프라혁신은 단단한 기반을 구축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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