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몸집의 소년 다윗은 물매와 조약돌을 가지고 갑옷과 투구로 중무장한 거인 골리앗 앞에 섰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골리앗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다윗의 비결은 무엇일까. 오히려 작은 몸집이 싸움에서 이겨야하는 목적 달성에 더 효과적으로 기여했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세계 최초로 개설되었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암모니아)을 연료로 사용하여 생산된 전기를 구매·공급하는 제도다. 수소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는 한전과 구역 전기사업자가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을 고려해 구매하고, 공급자인 수소발전 사업자는 경쟁 입찰을 통해 수소발전량을 구매자에게 공급하게 된다.

수소발전 입찰에서는 가격 요소(60)와 비가격 요소(40)를 평가하여 종합 평가점수의 고득점 순으로 우선협상대상자(낙찰자)를 선정하게 된다. 물론 경쟁 입찰에서 낙찰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가격 평가점수를 결정하는 발전단가이지만 비가격 요소의 비중도 그에 못지않게 상당한 만큼 낙찰을 위해서라면 발전사업자는 반드시 이를 충족해야만 한다.

비가격평가는 일반 평가와 계통 평가로 나뉘는데 일반 평가에서는 산업·경제 기여도가, 계통 평가에서는 분산전원 특성 및 역할 항목에서 가장 배점이 높다. 즉 해당 발전을 통해 기대되는 국가와 지역 경제의 효과 및 고용창출 효과, 수소생태계 기여도 등 국내 수소산업·경제 기여도가 커야 하고, 발전설비의 건설 및 운영이 계통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포함해 분산전원 역할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낙찰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점은 분산전원 평가 시 분산전원의 효과를 고려하여 설비용량 및 전압별 차등 평가를 진행하는데, 설비용량 40MW를 초과할 경우 배점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반면 1MW 미만의 소규모 사업자인 경우 계통 수용성 평가 자체를 제외하고 바로 만점을 부여한다.

사실상 분산전원에 해당하는 소규모 발전사업자만 수소발전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로 이해된다. 소규모 발전사업처럼 설비용량이나 송전선로 전압이 작을수록, 전력 수요가 많은 지역과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되어 수소발전 낙찰에 유리하다. 반대로 40MW를 초과하는 대용량 발전설비나 지방 발전사업자는 비가격평가 중 분산전원 등의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경우 입찰에서 선정되기 어렵다. 종합해보면 국내 기술기반으로 분산전원 목적을 충족할 수 있는 소규모 발전 사업이 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유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수소발전 보급을 통해 2030년 기준 온실가스 약 830만톤 감축하고, 분산형 전원 약 8,000GWh를 보급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분산전원 보급을 위한 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수소연료전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도심을 중심으로 발달된 현재의 에너지 수요 환경은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고효율 연료전지를 소규모 분산전원으로 활용해 재생에너지와 상호 보완함으로써 효율적으로 탄소 저감을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세상은 거대한 골리앗이 아니라 상처받은 다윗에 의해 발전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의 메시지다. 그는 모든 분야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강자들이 항상 이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통념이며,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이 존재함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도 소규모 연료전지의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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