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뉴스 합동취재반 = 한상열 기자·유재준 기자·이경인 기자·양인범 기자·한상원 기자]  2019년 현대차 넥쏘가 처음으로 나왔을 때, 수소충전소는 전국 31개소가 가동돼 충전하기 쉽지 않았다. 운전자들은 거리와 상관없이 충전소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 했고, 수소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수소차 넥쏘와 수소버스, 트럭 등 승용차와 상용차들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수소충전소의 구축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수소차 및 충전소 보급을 담당하는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수소충전소는 179개소, 디스펜서는 251기, 승용차 32,286대, 수소버스 343대(저상·고상 포함), 수소트럭 7대 등이 보급됐다고 발표했다. 올해 연말까지 승용차 13,486대, 버스 654대, 화물차 98대, 청소차 120대 등 14,358대를 추가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디스펜서도 76기 추가 구축하여 수소차 보급 확산에 대응할 예정이다.

중장기 계획으로 정부는 작년 11월 새 정부 출범 후 수소경제위원회(제5차)를 열어 수소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최우선 과제로 2030년까지 수소상용차 보급 목표를 3만 대로 제시하고, 수소상용차에 대응하기 위한 액화수소충전소를 2030년까지 70개소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수소차 대수와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는 최고 수준이지만 잦은 고장으로 인한 이용객들의 불편함은 앞으로 꼭 개선되어야 한다.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나라 수소충전소의 현황과 개선점 등을 파악해본다.

이동형 수소충전소 ‘H 광진 무빙 스테이션’
이동형 수소충전소 ‘H 광진 무빙 스테이션’

수소공급방식 따른 다양한 충전소 등장

수소충전소는 수소저장용기, 압축기, 디스펜서로 구성돼 있다. 확보한 수소를 압축해 저장하고 이를 디스펜서로 차량에 공급하는 것이다. 차량 충전구에 충전기를 꽂고, 5분 정도 대기하면 충전이 완료된다.

수소공급방식에 따라 오프사이트(Off-site) 충전소와 온사이트(On-site) 충전소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의 대부분 충전소는 오프사이트 충전소로, 저장식 공급방식이다. 수소생산기지와 같은 외부에서 파이프라인이나 튜브트레일러, 탱크로리 등을 통해 수소충전소까지 수소를 운송한 뒤, 수소차를 충전한다.

온사이트 충전소는 수소충전소 내에서 수소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제조식 충전소로, 분산 공급방식에 해당한다. 크게 추출형과 수전해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추출기를 활용하여 천연가스나 LPG 등에서 수소를 개질(추출형)하거나 물을 수전해(수전해형)하여 수소를 생산한 뒤, 수소차를 충전한다.

이외에도 작년 10월 현대차는 ‘H 광진 무빙 스테이션’이라고 불리는 국내 최초 이동형 수소충전소 운영에 나섰다. 앞에선 말한 오프사이트, 온사이트 충전소와는 다르게 향후 충전 수요 밀집 지역 및 충전소 부지 면적 확보가 어려운 대도시권에 최소 부지를 활용한 효율적인 충전을 위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동형 수소충전소는 현대자동차의 25톤 대형트럭인 '엑시언트'에 수소압축기, 저장용기, 냉각기, 충전기 등 핵심 설비가 모두 탑재돼 하나의 완벽한 수소충전소 역할을 수행한다. 일반적인 수소충전소와 동일한 수준의 충전 속도를 지원하며, 현재 이동형 충전소의 충전 압력은 내구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최대 충전 압력을 350바(bar) 수준으로 운영해 700바(bar)를 사용하는 넥쏘의 경우 5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소요되는 시간은 약 3분 정도이다. 내년에는 한 단계 더 발전된 고압 이동형 수소충전소가 도입될 예정이다.

충전소 사업자·이용객 의견수렴 절실

수소충전소 구축이 확대돼 긍정적인 부분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충전소 운영 적자와 잦은 고장으로 인한 이용객들의 불편함은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충전소 사업자의 경우, 과거에 건축비와 기계, 장비 구입, 건물까지 대략 30억이라는 큰 금액이 필요해 수소충전소 구축에 대한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환경부와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아 구축 여건이 개선됐다. 현재 환경부는 승용차 중심 수소충전소 구축 비용 50%, 상용차 중심 70%를 지원해주고 있다.

문제는 운영 비용이다. 평균적으로 2억 이상 드는 운영 비용은 사업자에게 적자를 안기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수소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수소충전소에서는 연료를 판매해도 적자를 피하지 못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경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 11월 적자 본 수소충전소 93곳에 연료비 일부를 지원했다. 수소충전소 연료구입비 지원사업은 초기 수소차 시장에서 필수적인 수소충전소 확충에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할 목적으로 2021년 처음 시행됐다. 시행 초기에는 연 1회 지원했지만, 올해부터는 연 2회 지원하는 것으로 지원 대상과 횟수를 늘렸다.

이용객들이 실질적으로 겪는 불편함은 수소충전소 부품 고장이다. 완벽하지 않은 기술력으로 인해 고장이 생길 순 있지만, 고장이 발생했을 때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

수소충전소를 관리하는 관계자에 따르면 “수소충전소 부품 고장 시, 국내 제품들의 대처 시간은 빠르면 당일이거나 오래 걸려도 이틀 안에는 해결되지만, 해외 부품들이 고장날 경우에는 손을 쓰지 못한다”며 “몇 주나 오래는 몇 달이 걸리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넥쏘 이용객들도 “고장으로 인해 충전소가 가동 불가일 때, 다른 곳이나 심할 땐 다른 지역으로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고장에 대한 대처 개선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우리나라 수소충전소에 적용되는 부품 국산화율은 40~50%로 낮으며, 부품 고장시 수소충전 설비 구축 비용 절감과 대처 시간 감축을 위해서는 압축기, 저장용기, 디스펜서와 같은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시급하다.

사실상 수소차의 상업화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수소인프라 관련 산업은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신뢰성 및 가격 경쟁력이 약한 편이다. 이에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핵심부품과 충전기술 고도화를 통해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국산화율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에 수소충전소 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됐다.
지난 2021년 8월에 수소충전소 안전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됐다.

수소충전소 안전 지원제도 도입 활발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실시하는 수소충전소 안전장비 무료 임대사업은 연구용 및 비사업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소충전소에서 참여하고 있다. 안전장비들은 관련법에 따라 반드시 갖추도록 의무화돼 있다. 수소누출검지기, 접지저항측정기, 열화상측정기, 표준가스분사장치 등의 안정장비 구입금액은 800만원에 달한다. 안전공사는 지난 2021년부터 수소충전소 사업자의 자율안전점검을 유도하고 사업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안전장비에 대한 무료 임대를 2021년 78개소, 2022년 51개소로 총 129개소를 지급 완료했다.

지난 2021년 8월부터는 수소충전소 안전모니터링시스템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안전모니터링시스템은 수소시설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수소안전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개발됐으며 각 충전소에 설치된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가스누출검지기 등 충전소 안전장치와 압축기 등 충전소 핵심설비의 작동상태를 가스안전공사 상황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안전장치에서 이상신호가 발생하면 즉각 상황실 화면에 경고 알림을 보내고 충전소 안전관리자 및 가스안전공사 근무자에게 비상문자를 발송, 이상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충전소 시장도 활발

세계적으로 지난해 130개소의 수소충전소가 새로 운영을 개시하면서 올해 2월 기준, 전세계 수소충전소는 800개소가 넘으며, 구축 진행 중인 충전소는 37개국 315개소이다.

대륙별로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아시아가 총 455개소 수소충전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일본이 165개소, 한국이 169개소이다. 중국은 약 138개소로 추산된다. 한국이 작년 40개소 충전소가 추가로 구축돼 세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럽은 총 254개소로 독일이 가장 많은 105개소 수소충전소를 가동하고 있으며, 프랑스가 44개소, 영국과 네덜란드 17개소, 스위스가 14개소로 그 뒤를 잇는다. 북미 지역은 총 89개소의 충전소 중 70개소가 캘리포니아에서 운영되고 있는만큼 집중도가 높다.


주요 수소충전소 4곳 소개

국회수소충전소
국회수소충전소

인식 개선 큰 역할···세계 최초 ‘국회 충전소’

국회 수소충전소는 지난 2019년 9월 운영 시작했다. 입법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인 국회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선 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기존에는 수소충전소가 양재와 상암에만 있던 터라 서울에서 수소차를 충전하기 쉽지 않았다. 국회 수소충전소가 운영하면서 충전소 구축이 활성화되었다. 충전소는 하루 평균 100대를 충전할 수 있지만, 작년 서울시 수소차 보급 대비 충전소 부족에 따른 충전 대기시간 과다로 인한 고객 불편이 빈번해 국회 충전소의 설비 부하 해소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작년 9월, 2개월 간의 증설공사를 통해 기존 충전 디스펜서(충전기) 외 1기의 수소충전 디스펜서를 설치했고, 충전 설비 역시 25kg/hr에서 50kg/hr로 2배 늘렸다. 지금까지도 시간당 10대 이상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하루 150~160대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를 확보하게 되어 불편함이 해소됐다.

상암수소충전소
상암수소충전소

온사이트형 제조식 ‘상암 수소충전소’

서울에 위치한 상암 수소충전소는 우리나라 대표 온사이트형 충전소이며, 매립지의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과 이산화탄소 등의 매립가스들을 배관을 통해 수소충전소로 공급한 후, 열분해 과정을 거치면서 순도 100%에 가까운 수소로 바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환율상승 등으로 인해 수소 제조 및 구매 원가가 급등하고, 지난해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수소 운송비가 상승한 상황 속 상암 수소충전소와 같은 온사이트형 충전소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수소생산지역에서 거리상 많이 떨어져 이송 비용이 증가할 경우 유리한 장점이 있으나, 오프사이트 충전소에 비해 개질장치 또는 수전해장치가 필요하기에 초기 충전소 건설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온사이트 충전소에서 추후 천연가스를 통해서가 아닌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게 된다면 환경 오염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지향적인 충전소로 각광받을 수 있다.

상암수소충전소는 70㎫(700bar)급 디스펜서를 포함해 250㎏/day급 수소추출기와 고압압축기(90㎫), 기초압축기(45㎫) 설비가 각각 1기씩 있다. 수소저장용기는 721L급 저압용기(45㎫) 8기에 553L규모의 고압용기(88㎫) 2기가 있다. 하루 250kg의 수소를 생산하며, 도시가스가 연료로 시간당 45~49.1N㎥ 사용된다. 수소의 순도는 99.995% 이상이며, 하루 30~40대 이상의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다.

인천공항T2 수소충전소
인천공항T2 수소충전소

셀프 충전시스템 갖춘 ‘인천공항T2 충전소’

인천공항T2 수소충전소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지난해 8월부터 국내 최초로 셀프수소충전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미 셀프충전소가 운영 중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일정 시간 안전교육을 이수한 운전자라면 누구나 수소차 충전이 가능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해 관리한다.

국내에서는 수소를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규정에 의거해 규제하고 있어 운전자가 직접 충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12월에 열린 제6차 산업융합 규제특례 심의의원회에서 안전한 실증을 위한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교육 등을 준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실증 특례를 승인해 올해 12월까지 실증사업을 진행한다.

2기의 디스펜서 중 1기가 셀프충전이 가능하고, 해당 기기에 추가적인 낙하 및 결빙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셀프 수소충전은 수소 안전전담기관인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이버 교육원에서 관련 안전 영상 교육을 수료한 운전자들만이 현장에서 셀프 수소충전을 진행할 수 있다. 교육을 수료한 운전자들은 현장에서 온라인 교육 이수자 확인 후, 현장 안전관리자들과 실제 충전 교육을 진행하고 교육 인증 RF카드를 발급받는다. 셀프충전을 할 경우, 가격도 기존의 9,900원에서 9,400원으로 인하된다.

한편, 인천공항T2 수소충전소에 이어 작년 10월부터 한국가스공사가 구축해 운영 중인 ‘혁신도시 수소충전소’도 두 번째로 셀프충전을 시작했다.

전주평화 수소충전소
전주평화 수소충전소

상용차 중심의 국내 최대 ‘전주평화 수소충전소’

전주시 평화동 버스 차고지에 위치한 ‘코하이젠 전주평화 수소충전소’는 시간당 300kg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대용량 충전소로, 도심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5kg급 충전소에 대비해 12배 큰 규모이다. 이는 버스, 트럭 등 수소를 다량으로 소비하는 상용차 충전을 목적으로 설계된 것으로 디스펜서가 총 3기이므로 한 번에 3대씩, 시간당 15대의 버스 또는 넥쏘 60대 충전이 가능한 용량이다.

전주시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총 48대의 수소버스가 운행 중인데, 평균적으로 하루 버스 39대와 승용차 12대가 평화 수소충전소에서 충전한다. 정부도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 중심의 모빌리티 확대를 발표한만큼 전주평화 수소충전소 구축으로 상용차 수급 확대와 상용차용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하이젠은 추가적으로 이미 18개 지역에서 상용차용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전국 35개 지역에 기체 또는 액화방식의 대용량 수소충전소를 도입할 계획이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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