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천연가스 시장 구조는 독특하다. 한국가스공사(KOGAS)가 천연가스의 도입 및 배관망 운영을 독점해 오다가, 2005년 도입에서 경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민간 직도입 물량은 자가소비용에만 한정되어 재판매가 안 되기에 제한적 경쟁만 가능하다. KOGAS는 천연가스 도매 및 배관망 운영을 여전히 독점하고 있다.

직도입 사업자가 법적으로는 배관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지만, 실제로는 배관망에 대한 세부 정보 및 권한이 없기에 자유로운 이용은 어렵다. 또한 올해 배관시설이용요금 중 용량요금단가 및 종량요금단가가 각각 작년에 비해 20% 및 40%씩 대폭 올랐지만 그 이유를 알 수도 없고 밉보이면 배관 인입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항의도 어렵다.

원래 망중립성은 망사업자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다. 공정성을 확보한 규제당국이 시장을 감시 및 감독하면서, 분쟁발생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천연가스 부문과 달리 전력, 방송, 통신, 철도, 수도 등 국내 다른 네트워크 부문은 경쟁이 있다면 생산자 및 망사업자를 분리하고 부처와 별도로 독립적인 법정 규제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전력의 경우, 발전사업자와 망사업자가 분리되어 있으며 전기위원회 및 전력거래소라는 규제체계가 있다. 방송 및 통신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콘텐츠 사업자와 망 사업자 사이에서 규제활동을 하고 있다.

철도의 경우, KORAIL 및 SRT라는 판매사업자와 망사업자인 국가철도공단이 분리되어 있으면서 철도산업위원회라는 규제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자체의 지방상수도 및 한국수자원공사의 광역상수도는 아예 비경쟁 부문이라 생산 및 망 운영을 함께 하면서, 규제체계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있다. 우편 부문은 우정사업본부와 민간 택배사들이 경쟁을 하면서도 협의를 통해 서로의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 우정사업운영위원회라는 법정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선진국들도 천연가스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우리와 유사한 고민을 했다. 그 결과물로 부처 산하 혹은 별도의 법정 위원회 거버넌스가 만들어졌다. 영국의 가스전력시장위원회(GEMA), 독일의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 프랑스의 에너지규제위원회(CRE), 미국의 공익사업위원회(PUC), 일본의 전력가스시장감독위원회(EGC) 등이 그러하다.

다른 네트워크 부문 및 선진국 사례와 달리, 국내 천연가스 부문만 규제위원회가 없다. 결국 산업부의 가스산업과와는 별도로 부처 산하에 가스위원회를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회도 여야를 막론하고 이에 공감대를 이뤄, 권명호 국민의 힘 의원,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가스위원회 설치를 담은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물론 공익적 성격를 가진 천연가스 배관망의 활용에 있어서 직도입 사업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도입을 하면서 도매를 독점하는 사업자가 유일한 망사업자가 되는 것은 선수가 심판까지 하는 셈이다. 결국 가스위원회가 심판의 역할을 하면서 선수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열심히 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가스위원회는 분쟁에 대한 조정뿐만 아니라 망중립성에 대한 감시 및 감독 기능, 도매요금 및 배관시설이용요금에 대한 검증 기능,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 수립 업무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가스위원회 신설로 규제 거버넌스 혁신을 통해 천연가스산업이 선진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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