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침공 전쟁 이래 천연가스는 세계 정치-경제 여건 조성의 주요 결정인자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EU 에너지 수급 구조에서 천연가스의 비중은 25% 수준이었다. 여기서 EU 수입 천연가스의 절반쯤이 러시아산이었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 공급 중단을 단행하였다. 이는 당연히 유럽경제사회 불안의 근본 원인이 되었다. 이에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발한 러시아의 책임 추궁을 위해 경제제재를 단행하였다. 특히 유럽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우 하루 22억 ‘유로’ 상당의 가스 대금을 러시아에 지불해 결국 전쟁 비용에 쓰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는 전쟁 발발 한 달 만에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20% 수준으로 줄였다. 이에 EU는 자발적으로 가스 소비량을 감축하는 한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수입선 다변화, 가스 공동구매 및 비축 등을 추진했다. 그 결과로 지금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유럽 수요의 10% 미만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유럽 지역에서 2년 전에는 거의 없었던 LNG가 장거리 수송과 까다로운 기술, 그리고 고액의 투자 소요에도 불구하고 가스 수요 증가 대처에 있어 주역이 되었다. 그리고 지정학적 자원 패권 다툼을 유발하였다.

인류문명 진전과 민생복지의 기본인 원별 수요구조 등 에너지 부문 여건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수급 양면에서 탄력적인(Resilient) 특성 때문이다. 최근 우리 정부에서도 탈(脫)원전 정책 개편의 지지부진함으로 관련 부처 장관이 바뀌었다. 원리원칙에 충실했던 교수 출신인 전임 장관은 원전을 급격히 늘리고 그 대신 신재생이나 석탄을 바로 줄이는 에너지 수급 구조 개편을 1년여 만에 완성할 논리 설정에 힘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 신임 장관은 목표 달성 그 자체에 무조건 충실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존의 에너지경제 논리가 한계를 보인다. 민생경제의 필수재라는 에너지 구조도 필요시 급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청정에너지 체계 완성을 위한 느리지만 신중한 ‘전환(Transition)’이 아니라 급격한 미래 여건 변화를 뒷받침할 새로운 논리 구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영국 ‘이코노미스트’ 주간지는 이미 1년 전부터 ‘완전히 새로운’ 세계 에너지시스템 필요성에 관한 특집 보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그 주요 내용은 1) 전력 시스템 확장에는 점차 더 큰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 2) 신재생 전력 확대는 지금까지 알려진 에너지문제와는 다른 해결과제(발전 불가능한 기간:Dunkelflaute)가 발생한다. 3) 이에 따라 청정 발전체계에서 기존 개념에서 건전한 수급균형 달성이 힘들 것이다.

이러한 여건을 종합할 때 향후 LNG대책은 ’희귀(稀貴)자원‘의 속성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 LNG시장이 리튬. 헬륨 등과 같이 오랫동안 관심 밖이었으나 최근 들어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필수 투입재로 등장한 ’희귀자원‘과 같은 시장급변 ’패턴‘을 보일 것이다. 이런 ‘패턴’은 가격급등에 따른 미세한 생산 증가에도 큰 가격하락과 저가격 발(發) 공급감소세가 뒤따르며, 그 후 바로 가격급등세에 돌입하는 것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 나지 못한다. 우리나라 수입 LNG가격(JKM기준)의 경우 2022년 초 $20/백만BTU이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후 8월에는 최고 $75 수준을 넘었다.

그러나 호주, 미국 등의 증산으로 2023년 지금은 $14 대에 있다. 따라서 단기 가격변동이 심하다. 2022년 2~8월 기간 6개월 사이 4배 가까이 급등락하였으며 최근 1년 사이에는 5배 이상 급등락이 있었다. 호주 LNG업체 파업과 미국 재고 증감이 최근 가스 가격급변을 유도하였다. 더욱이 향후 가격급변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는 액체 상태의 LNG가 기체 형태 ‘파이프라인 수송’가스(PNG)와 달리 장거리 수송이 쉽고, 미래 글로벌 청정에너지 시대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세계 에너지 체계가 고체-액체-기체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과정에서 지금은 기체 에너지와 전력 중심 소비체제 도입이라는 주된 과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천연가스는 기체 에너지 시대를 열고, 나아가 지구온난화 물질 배출 극소화를 위한 수소 발전을 포함한 신재생발전을 원자력발전과 조화를 위한 가교(假橋: Bridge)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스생산이 아예 없거나 부족한 지역에서도 LNG보급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에 향후 40~50년 세계 LNG시장은 헬륨, 리튬 등과 같은 희귀자원시장의 속성을 가질 것 같다.

우리의 경우 세계 최대급 수입사를 독과점 형태로 장기간 허용하였다. 전혀 문제가 없는 해외 LNG 물량 확보를 공기업 경영 성과로 간주해 왔다. 이 대신 희귀자원 시장 위험 대비는 크게 부족하였다. 가격변동위험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가 행태가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논란은 가스의 ‘희귀자원’화를 방지하는 대책이 미흡한 데 기인한 것이다. 상술한 ‘러시아’ 가스 차단에 대응한 EU 자구책과 같은 노력이 부족하였다. 민간 실수요자 직도입을 허용으로 일부 보완을 도모하였으나 결국 공기업-민간 ‘묵시적’ 담합으로 귀결된 것 같다. 가격급등의 소비자에게 전가 폭이 커질수록 정부는 공급자의 ‘희귀(稀貴)가스’ 대책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정부 대책도 소비자의 엄정 평가대상이다. 모두가 같은 문제의식 아래에서 공존을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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