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헬륨을 많이 사용하는 MRI기기
액체헬륨을 많이 사용하는 MRI기기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국내 연구팀이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 논문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이달 초 알려지자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상온 초전도체 개발이 입증될 경우 일대 혁신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 기대감이 높다.

초전도체는 ‘슈퍼컨덕터(superconductor)’라고 불리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전도체 보다 전력이 잘 흐르는 물질이다. 전기저항이 ‘0’이며, 초전도체의 또 다른 특성은 자기부상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마이스너효과’라 하는데 외부의 자기장을 밀어내면서 자석에 붙지 않고 공중에 뜨게 된다.

이미 초전도체는 자기공명영상(MRI)기기에 적용되고 있다. 커다란 MRI기기에는 초전도현상을 구현하기 위한 장치가 들어있는 것이다. 초전도 케이블도 상용화돼 있으며, 기존의 구리로 만든 케이블보다 5~10배의 전력을 보낼 수 있다.

기존의 초전도체는 -200℃ 정도의 극저온에서만 작동 가능하다. 병원 MRI기기에 초전도체를 쓰기 위해서는 이 초전도체를 -269℃의 액체헬륨으로 냉각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MRI기기가 매우 크고 비싼 이유다.

상온 초전도체가 상용화되면 MRI 검사비용도 큰 폭으로 싸진다. MRI기기는 탑재된 자석의 초전도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액체헬륨을 사용하는데 최대 90만원에 달하는 MRI 검사비용의 상당 부분은 액체헬륨이 차지한다. MRI의 연간 액체헬륨 주입비용은 2000만원 안팎이며 냉각을 위한 설비가 복잡해 기기제작비도 무려 20억원에 달한다.

이번 한국 연구팀이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가 더욱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상온(20℃)’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상압(지구 표면의 대기압=1기압)’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가능성 때문이다.

상온 초전도체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우선 병원 MRI기기를 액체헬륨으로 냉각시킬 필요가 없어진다. 크기는 작아지고 비용 또한 매우 저렴해질 것이다. MRI가 내는 강력한 자기장을 실생활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대표적인 것이 자기부상열차다. 마이스너 효과를 활용해 레일 위에 떠 달릴 수 있다. 현재 이론상으로는 서울과 부산을 40분에 주파하는 자기부상열차도 가능하다. 레일과 마찰이 없으므로 연료소비효율 또한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에도 활용된다. 작고 강력한 전자석을 활용해 강력한 인공근육을 만들 수 있으며,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하는 군사무기, 방위산업에도 활용처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혁명’에 대한 기대도 크다. 송전선·변압기 등을 초전도체로 교체하면 이론상으로는 송전 효율을 100% 가까이 낼 수 있다. 전력 수송이나 전기 회로에서 저항이 0인 조건을 구현할 수 있다면 송전 전력 손실을 줄이는 것은 물론 회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줄일 수 있어 반도체 소자나 전자공학에서도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현재 발전소에서 가정까지 송전할 때는 대략 10% 정도의 손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스마트폰 등 디지털 전자기기의 효율도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열 손실 없이 전류가 흐르는 초전도체를 활용하면 스마트폰 등을 사용할 때 발열 문제가 사라진다.

고압가스업계에서도 상온 초전도체 개발 소식과 함께 다양한 전망이 나왔다. 우선 MRI기기에 사용하던 액체헬륨의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며, 일부에서는 액체질소만으로도 초전도체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돼 액체질소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논문을 발표한 퀀텀에너지연구소는 고려대 이론물리화학연구실 출신들이 설립한 벤처기업이며, 연구소가 개발한 상온·상압 초전도체 이름은 ‘LK-99’라고 한다.

꿈의 물질로 알려진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이 기술적·상업적인 가치를 입증될 때 우리 주변에 엄청난 변화가 밀려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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