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가스안전공사가 실시하던 LPG용기에 대한 재검사를 민간에 위탁해 실시해 온 지 불혹(不惑)의 나이가 되었다. 공자는 논어에서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고 일관되게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그동안 가스안전을 위해 노력해 온 전문검사 40년은 불혹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을까?

가스안전을 위해 여러 분야가 있지만 사용 중인 용기 및 특정설비에 대한 정기적인 재검사는 법정 검사의 실시 권한을 법적으로 위탁받아 수행하는 민간, 즉 전문검사기관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초창기 어려운 여건에서 큰 사명감과 혼신의 노력을 다해 온 분들 덕분에 검사 기술이나 역량이 많이 제고되어 왔으며 검사 분야도 일반 고압가스용기와 특정설비로 확대되었다. 그렇지만 여러 요인에 의해 산업으로서의 전문검사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오랫동안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내부 경쟁에만 치우쳤던 검사기관들에게 있다는 자책론도 적지 않다. 산업화 초기에는 정부나 공공분야 주도로 발전이 이뤄지지만,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하는 등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을 때부터는 민간 주도에 의한 성장이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공분야와 달리 기업들은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투자하고 끊임없는 혁신 노력을 경주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을 보더라도 대부분의 산업분야는 이제 정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민간 분야가 주도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가스안전 분야를 연방부처에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 가스․용수기술협회(DVGW)가 법령에서 위임받아 세부적인 규칙을 수립하고 감독을 대행하고 있다. 화학물질안전에 관해서도 연방기관이 아니라 민간관련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하고 규제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장을 위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성과에 대한 평가도 자체평가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검사기관에 감독권은 정부와 관할 지자체가 갖고 있었으나 법령에 따라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이를 위탁하여 ‘검사업무에 대한 확인 및 지도․확인’이라는 형식으로 시행해 왔다. 이러한 지도․확인은 바람직한 검사를 위해 필요한 제도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검사기관들에게 자율과 책임이라는 가치에 대해 소홀히 생각하게 한 면도 있다. 앞으로는 ‘컨설팅’ 개념으로 바꿔 나가는 것을 제안해 본다.

현재 용기, 특정설비에 대한 재검사와 관련된 현안은 오랫동안 현장에서 직접 검사를 수행해 오고 있는 검사기관이 제일 잘 파악하고 있으며 기술적 역량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정부가 주도해 전문검사 관련 협의체를 운영, 협업을 촉진하고 검사의 효율성과 완벽을 기해 나갔으면 한다. 검사기관에 대한 신뢰가 구축될 경우, 검사기관들은 보다 자율적으로 검사하고 검사결과에 대해 책임지게 될 것으로 본다. 또한 검사과정에서 제기되는 개정이 요구되는 사안 등을 취합해 정부나 국회에 법규 개정을 주도적으로 요구하는 등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기본 전제는 검사기관들이 관련 법규에 따라 철저하게 검사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검사기관이 검사에 따르는 신뢰를 훼손하는 경우, 그에 부합하는 행정처분 등을 통해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 이제 전문검사 분야도 세계적인 추세처럼 민간이 주도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속적인 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모든 일은 자신이 주도할 때 책임감을 갖고 임해 나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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