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을 앞두고 산업용 도시가스요금이 큰폭으로 오르면서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겨울철을 앞두고 산업용 도시가스요금이 큰폭으로 오르면서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가스신문 = 주병국 기자] 신규 수요개발 한계에 봉착한 도시가스사들이 올해는 어느 해보다 판매 신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러-우’간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인상되면서 국내 도시가스 가격 또한 LPG, B-C유 등 타 연료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 내수경기 악화로 인한 산업체들의 가동률 또한 급격히 떨어지면서 산업체 등 대용량 수요처를 중심으로 ‘탈 LNG’ 현상도 재연되고 있다.

이런 외적 요인들이 도시가스사들의 판매실적 악화로 이어지면서 전국 34개 도시가스사들의 올해 상반기 판매실적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문제는 대용량 수요처 이탈에 따른 공급사들의 판매량 감소는 내년도 도시가스 소매요금 인상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자칫 천연가스 수급 안정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도시가스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와 가스공사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그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도시가스업계에서는 용도별 판매량 중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용 도시가스에만 적용되고 있는 계절별 요금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번 기회에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에 대한 불합리성을 짚어보고, 불안정한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 속에서도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전체 판매량 중 산업용 비중 31~34%로 2위

산업용 도시가스는 전국 34개 공급사의 연간 판매량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분야로, 그해 산업용 판매실적에 따라 기업의 경영성과까지 좌우할 만큼 중요한 부문이다.

지난해 34개 도시가스사들의 누계 판매실적은 253억4천만㎥이며, 이중 산업용은 84억1천만㎥으로 전체 판매량 중 33.2%를 차지했다. 2021년에도 249억8천만㎥의 판매량 중 산업용은 86억2712만㎥을 기록해 34.5%를 차지했다. <표1>

이처럼 34개 공급사의 산업용 판매량은 그해 경제 상황과 도시가스 가격에 영향을 받지만 대체로 전체 판매량 중 31~34%를 차지할 만큼 그 비중이 매우 높다.

용도별 판매 비중을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절대적 수요가수를 보유한 가정용(111억8천만㎥, 전체 수요가수 중 95.7%)이 전체 판매량 중 가장 높은 38.2%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산업용으로 용도별 판매비중이 2위를 차지한다. 이어 일반용(영업1·2)이 8.5%, 업무용 5.2%, 수송용 4.0%, 열병합용(1·2) 1.2% 순위이다.

이에 반해 산업용 수요가수가 14,000~15,000여 개소에 불과하다. 그만큼 대용량 수요처가 한 해 사용하는 도시가스 소비량은 공급사에서 절대적 수준인 셈이다.

공급사, 소매 마진 낮춰도 경쟁력 확보 한계

이렇다 보니 도시가스사마다 산업용 수요개발과 함께 판매 신장을 꾀하기 위해 산업용 전담팀을 구성하고, 수요처별 맞춤형 연료분석은 물론 LPG, 전기, B-C유 등 타 연료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구간별 블록요금제’와 같은 산업용 차등제까지 도입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한마디로 소매 마진을 낮춰 대용량 수요이탈을 막고, 신규 수요도 개발하겠다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 중 하나이다.

하지만 산업용 도시가스는 연료 선택권이 제한된 주택난방용과 달리 매년 LPG, 전기, B-C유, 폐열 등과 같은 다른 연료와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 소매 마진 인하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유는 도시가스 최종소비자요금에서 차지하는 소매요금이 고작 5%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가스 최종소비자요금은 도매요금(원료비+도매공급비용)과 소매공급비용으로 이원화된 구조로, 이중 도매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95% 수준으로 절대적이라 도매요금 부문에서 조치가 없는 한 도시가스가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긴 쉽지 않다.

산업현장에서 탈 도시가스 재연 우려

특히 ‘러-우’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다 보니 ‘탈 도시가스’ 현상이 산업현장 곳곳에서 발생하고, 이로 인해 도시가스사들의 판매실적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34개 도시가스사들의 상반기 판매실적은 133억8594만㎥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9.8% 감소했다. 이중 산업용 비중이 높은 지방사의 경우 71억7273억, 수도권사는 62억1320만㎥로 전년동기 대비 10.8%, 9.8% 각각 감소했다,

하반기에는 경기상황과 LNG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한 판매실적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 상황이 지난 2015~2017년까지 산업현장 곳곳에서 발생한 ’탈 LNG’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산업용 도시가스가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매가격 내려도 여전히 LPG 등에 가격 열세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지난 2017년 9월 12.9058원/MJ(9월)이었던 것이 2020년 8월 11.1953원/MJ로 인하되는 등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러-우‘ 전쟁 발발을 기점으로 천연가스(LNG) 가격이 폭등하면서 산업용 도매요금은 2022년 12월 역대 최고치인 33.2550원/MJ까지 인상됐다. 그나마 올해 들어 국제 유가와 환율이 내리면서 도매요금도 고공행진을 멈추는 등 내리기 시작해 지난 3월 30.8394원/MJ에서 9월 현재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18.862로까지 인하됐다. 문제는 이 기간 LPG와 B-C유도 같이 내리다 보니 산업용 도시가스가 여전히 경쟁 연료와 가격 측면에서 열세이며, 지난 7월부터는 LPG와의 가격 비교지수(INDEX)가 또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렇다 보니 도시가스업계에서는 추락하는 산업용 도시가스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대량수요처의 이탈을 막기 위해 현행 천연가스 도매요금 중 계절별 요금제가 적용되고 있는 산업용 도매요금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산업용에만 계절별 요금제 적용…형평성 문제

계절별요금제는 정부와 한국가스공사가 동절기 때 천연가스 수급 관리를 목적으로 지난 2010년 9월부터 동절기(12~3월), 기타 월(4~5월, 10~11월), 하절기(6~9월)로 나눠 발전용과 도시가스용(일반용·산업용)에 차등 된 천연가스 도매 공급비용을 적용하는 요금제이다. <표 2 및 2-1>

이 같은 계절별 요금제는 겨울철 천연가스 사용량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정작 동·하절기 소비량 편차가 가장 큰 주택용에는 적용하지 않는 데다, 지난 2021년부터 발전사업자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발전용과 도시가스용 발전요금은 계절별 요금제를 폐지한 상태이다.

결국 산업용과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에만 계절별 요금제를 적용하다 보니 용도별 요금 간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되며, 특히 도시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대용량 수요처인 산업체에서는 연료전환 등 ‘탈 도시가스’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계절별로 달리 적용되는 산업용 도매 공급비용을 지목한다.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의 경우 여름철인 9월에는 18.8625/MJ이지만 동절기인 12월에는 19.7698원으로 MJ당 0.9073원이 오른다. 이는 부피로 환산시 38원/㎥이 인상되는 것으로 동절기 때 3000만㎥를 사용하는 산업체에서는 계절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11억원 이상의 원료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단일요금제 등 합리적 요금제 도입해야

이처럼 계절별로 산업용 도매요금이 달라지는 것은 천연가스 도매 공급비용이 계절별(여름, 겨울, 기타)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용량 수요처들은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이 여름철에서 겨울철로 넘어갈 때 큰폭으로 인상하다 보니 갑자기 오른 가스 가격에 추가 부담을 해야 하며, 심지어 일부 산업체는 이 기간에 타 연료(LPG, 전기, B-C유)로 전환하는 ‘치고빠지기’식 얌체 수요처가 급증하는 등 민원까지 야기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도시가스업계와 산업계에서는 계절별 요금제를 산업용에만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오히려 대용량 수요이탈의 원인으로 지적되다 보니 천연가스 수급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계절별 요금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또 산업용 판매량은 일반용(영업1·영업2)에 비해 수요패턴이 일정한 만큼 더이상 계절별 요금제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겨울철을 앞두고 또다시 오를 산업용 도매요금이 자칫 대용량 수요처의 이탈을 부추기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산업용에만 적용하는 계절별요금제에 대한 폐지를 적극 검토하는 등 보다 합리적인 요금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불합리한 계절별 요금제가 산업용 이탈을 부추기는 주범이 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조속히 단일요금제 등 보다 합리적 요금제를 도입해 도시가스가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고, 나아가 소매요금 안정화에도 기여하도록 정부와 가스공사는 시장의 여론을 살펴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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