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미수금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커져 요금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6월 열린 국회 미수금 대책 토론회 모습.
가스공사 미수금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커져 요금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6월 열린 국회 미수금 대책 토론회 모습.

[가스신문 = 유재준 기자] 지난 4일 신임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을 ㎾h당 25.9원 더 올려야 한다. 전기요금을 계속 동결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사장은 “한전이 너무나도 어렵다. 전기요금이 적절하지 않으면 에너지 과소비와 더 많은 에너지 수입을 초래하고, 환율을 밀어 올려 결국 물가에 부담을 주게 된다”며 “한전이 차입을 늘리면 채권금리 인상 요인이 생기기 때문에 그 또한 국민 경제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 입장은 사뭇 다르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 의장은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 후 “내년 4월 총선에 정권의 명운이 달린 입장에서 요금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밝힌 바 있으며 신임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요금 인상 전에 한전의 재무구조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기와 도시가스의 요금제도 및 정산시기 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동결사태와 맞물려 한 배를 타게 된 한국가스공사 미수금 사태도 갈수록 얽힌 실마리를 풀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번 가을특집호에서 가스공사 미수금 사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

도시가스 원료비 연동제란

도시가스 원료비 연동제는 요금조정의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 자원의 합리적 배분, 사업자의 경영 안정성 보장과 공급지역 확대 등의 에너지정책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98년 8월부터 시행됐으며 2개월 간격으로 원료비를 유가와 환율에 연동시키는 제도이다.

산정원료비가 기준원료비(요금상 원료비 중 정산단가 제외분)를 ±3%를 초과할 경우 조정하되 국민생활과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비상 시 연동제 유보규정을 두었다.

또한 도시가스요금 원료비 연동제 시행지침을 개정해 2020년 8월부터 도시가스 용도를 민수용, 상업용, 도시가스발전용으로 구분했으며 민수용은 기존을 유지하고 상업용·도시가스발전용은 발전용 산정기준을 준용키로 결정했다.

원료비 미수금은 LNG도입에 소요된 원가(실적원료비)와 정부가 승인한 요금원료비와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며 요금원료비보다 실적원료비가 많은 경우 미회수액에 대해 가스공사 미수금이 발생하게 된다.

유가 및 환율 등 원료비의 급격한 상승요인에 따라 국민생활안전 등을 위해 정부가 연동제를 유보할 경우 정부가 승인한 요금원료비가 LNG 도입에 소요된 원가(실적원료비)에 미달해 미수금이 발생하는 것이다.

과거 미수금 발생 사례 및 결과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조치로 2012년말 미수금이 5조5천억원까지 누적되었으며 2017년 10월에야 회수가 완료됐다.

당시 국제 에너지시장은 유가하락 등 천연가스 도입가격 하락에 따른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되었으며, 2013년 2월부터 다시 연동제 복귀가 되면서 미수금 회수 정산단가 추가반영이 이뤄지고 미수금 회수가 완료된 것이다.

최근 미수금 사태 및 현황

2017년 미수금 전액이 회수된 후 2018년 9월부터 유가·환율 상승에 따른 원료비 인상요인이 발생했으나 정부의 국민경제 안정을 위한 연동제 유보로 미수금이 재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2021년 경기회복 및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유가·환율 및 LNG 현물가격 급등으로 도입원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도입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민수용 요금의 장기간 동결로 2020년 6911억원, 2021년 2조2385억원, 2022년 8조5856억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6월말 기준 미수금은 12조2천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2022년 4월 이후 총 5회에 걸쳐 민수용 요금을 인상했으나 여전히 원가미만으로 미수금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과거의 미수금 5조 5천억원은 도시가스용 전체 물량이 대상이었다는 점과 달리 6월 현재 12조 2천억원을 돌파한 이번 미수금은 민수용에서만 발생한 것이란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바뀔 때마다 미수금 재발

지난 6월 국회 이인선 의원(국민의힘, 대구 수성구을) 주최 및 경제민주주의21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가스공사 미수금 급증의 원인과 쟁점’ 토론회에서도 급증하는 미수금에 대한 우려가 목소리가 전해졌다.

올해 1분기 주택용 요금의 원가회수율은 평균 62%에 불과하고 국가별 최근 1년 요금인상률은 우리나라가 38%(22.17원/MJ)인데 비해 EU 138%(57.47원/MJ), 독일 258%(83.68원/MJ), 영국 217%(51.57원/MJ), 일본 70%(47.11원/MJ)에 달한다는 것이다.

당시 발제에 나선 손혁 계명대학교 교수는 “가스공사 미수금 이슈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정치적 이유로 인한 원료비 연동제 중지를 막아야 한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국제가스요금이 급격히 상승하는 다양한 요인이 있더라도 선거라는 정치적 이유로 인해 원료비 연동제를 중단하였고 이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승한 국제가스가격이 가스요금에 당장 반영되지 않으면 물가상승 억제 및 저렴한 가스요금으로 인한 국민후생의 증가는 일시적으로 가져올 수 있으나 선거 후 일거에 반영되는 가스요금의 인상으로 인해 2022년 말 난방비 폭탄과 같은 상황이 나타날 수 있으며 국민후생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스요금 중 원료비 비중은 84.5%이므로 전기요금 50%에 비해 원료비가 가스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고 원료비 연동제를 정치적 이유로 중단한다면 가스공사 미수금은 급증하게 되고 해당 사태는 계속 재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둘째, 가스공사는 원료비 연동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미수금의 인식을 규제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회계처리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만일 원료비 연동제가 규제협약 대상이 아닌 경우 해당 미수금이 자산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손실로 인식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그 충격을 대비하기 위해 미수금이 가스요금인상으로 인해 최소화 된 시점을 고려해 전환에 대한 판단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인선 의원은 “가스공사 미수금으로 하루 이자가 5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단발적 해결책이 아닌 미수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가동 시급한 원료비 연동제

미수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개선과 자구책 마련 등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작동을 멈춘 ‘원료비 연동제’를 정상 가동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첫째, 지속적인 미수금의 누적은 가스공사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천연가스 도입대금 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곧 수급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가스요금의 대부분은 원료비로 유가 및 환율 등에 변동하는 원료비 회수가 보장되지 않으면 안정적인 가스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스요금 동결에 따른 수혜자와 추후 요금 부담자가 달라져 불공정 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요금 유보 당시 원가미만의 공급으로 소비자가 얻은 이익에 대한 비용을 향후 정산단가 반영을 통해 미래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며 누적 미수금 규모가 클수록 회수를 위한 정산단가 반영기간이 장기화되어 이에 따른 세대 간 교차보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소비자의 요금수용성 및 합리적 에너지소비를 저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원료비 연동제는 국제 시장가격을 통해 국내 가스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하나 유보 시 장기간 ‘정책요금’이 적용되어 가격예측 가능성을 저하시키고 소비자의 수용성을 저해하게 된다.

또한 연동제 복귀 후에도 미수금 회수를 위해 정산단가가 유지되므로 도입원가 하락 시에도 시세보다 높은 국내가격이 지속될 수 있다.

도입가격이 제때 적정하게 가스요금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가격왜곡에 따른 비정상적인 가스소비 대체로 상대적으로 고가인 천연가스의 과소비를 유발할 우려도 있다.

셋째, 정부 정책 및 가스공사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있다.

요금의 임의적인 조정 및 불규칙적인 조정시차 등을 개선하여 요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연동제의 취지와 달리 장기간의 연동제 유보는 요금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이는 상장기업인 가스공사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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