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국내 가정용보일러 시장은 연간 130~150만대로 국내 도시가스 보급률이 90%가 넘어가면서 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신규 임대주택 및 신도시 건설에 따른 수요가 생길 수 있으나 현재 국내 시장은 대부분 교체 목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린나이, 대성쎌틱에너시스 등의 국내 제조사들은 점차 인터넷 직영몰을 운영하며, 온라인 시장 비중을 점점 늘리고 있다.

본지는 가을특집에서 국내 가정용보일러 판매 시장의 변화와 설비 시공업체·대리점 등이 온라인 시장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하는지를 살펴봤다.

온라인시장, 소비자 직접 선택 확대

보일러는 에어컨과 비슷하게 특정 계절 및 운용환경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변동이 큰 생활가전제품이다. 예를 들어, 한 여름에는 에어컨의 수요가 급등하고 11~12월에는 보일러의 수요가 급등한다. 계절 특성을 가진 제품은 무엇보다도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신속하게 충족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밸류체인이 중요하다.

가정용보일러의 판매 과정은 제조사→대리점 혹은 개인시공자→소비자로 이뤄지는데 과거에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보일러나 시공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기에 지역 내 대리점 혹은 전문시공기술자에게 조언을 구하고 대부분 그 조언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인터넷 검색을 능숙하게 하면서 어떤 제품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후기부터 어떤 시공자가 합리적으로 안전하게 시공을 하는지 등을 빠르게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포털사이트의 지도 서비스 등에는 각 지역 내 시공업체·대리점의 주소와 연락처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후기가 그대로 기록된다. 소비자의 평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모든 대리점들은 고객 하나하나에게 더 주의해서 응대하고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2~3년 전부터 유튜브 이용자가 급속하게 늘면서 많은 시공사업자와 대리점 대표들이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알리고 동시에 영업을 함께 해나가고 있다. 한 제조사 대리점 대표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5만2천명이 넘으며 동영상도 90개에 이른다. 이 대표는 친환경보일러 설치시 정부가 주는 보조금 정책, 온도조절기 사용법, 동파 시 수도관 녹이는 방법, CO경보기 테스트 영상 등 가스보일러 및 제조사의 다양한 제품들을 동시에 소개하고 안내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한 대리점 대표는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SNS 등 이미 젊은 시공사업자와 판매자들은 새로운 영업 방식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며 “동네에서 입소문만으로 영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자신의 기술력과 서비스의 장점을 확실하게 어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제조사, 직영몰로 고객관리 수월해져

현재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린나이, 대성쎌틱에너시스는 모두 자사의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직영몰·직영판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계절가전의 특성을 가진 보일러 이외에도 매트, 온수기, 건조기, 부속품, 청정환기시스템 등 각 제조사들은 자사의 다른 제품들을 함께 판매하는 창구로 직영몰을 운영 중이다.

제조사들의 직영몰 운영은 고객들에 대한 정보를 개별적으로 수집하고,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예를 들면, 기존의 A/S 시스템은 소비자가 대리점에서 제품을 구매한 이후 고장이 나서 본사 CS(Customer Service) 팀에 접수를 하면 본사는 고객의 지역 근처 A/S대리점을 통해 서비스를 진행하는데, 이런 방식에서 접수 누락이 일어날 수도 있다. 누락이란 고객이 본사에게 A/S를 신청하고 1~2일 내에 처리가 안되고 점점 시간이 지연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대리점과 고객의 계약이 별개로 진행되고, 고객의 개인정보를 본사는 수집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런 류의 민원이 지금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직영몰을 구축하면 소비자는 보일러 1개를 구매해도 자신의 모든 정보를 본사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본사 역시 직접 구매 고객의 정보를 따로 관리하게 된다. 즉 고객의 이력을 확실하게 수집하고 본사가 직접 책임을 갖고 상담부터 설치와 사후관리를 진행한다는 뜻이다.

제조사들의 직영몰 운영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큰 혜택을 가진다. 기존의 오프라인 구매 방식에서 소비자는 내가 적정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지, 시공비용과 시간의 합리성 등에 대해 판별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각 제조사들의 공식몰에서 확인하면 내가 원하는 제품의 정품 가격과 설치비용 등을 자유롭게 비교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인터넷을 통한 보일러 구매가 늘어남에 따라 포털에서 최저가 판매자가 늘어나는데, 막상 최저가로 구매를 하면 사업자는 이런저런 부품의 교체나 시공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면서 결국 대리점 판매 가격과 거의 비슷하거나 더 비싸게 비용을 청구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민원이 한국열관리시공협회, 전국보일러설비협회에 지금도 간헐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직영몰 운영은 기업 입장에서 온라인 시장의 비중이 50%를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고객 관리를 더 꼼꼼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며 “제품 선택의 창구가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와의 접점을 최대한 늘려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복잡한 소비자 피해구제, 개선 시급

온라인 판매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부터 개인사업자까지 모든 판매·시공자는 더 이상 익명 속에서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A사의 보일러가 설치 후 금방 고장이 난다고 인터넷 카페 등에 소문이 나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순식간에 수천, 수만명이 공유할 수 있다.

이는 시공기술자도 마찬가지이며, 언론사도 비슷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B2C 기업들과 정직한 시공자들은 제품 후기에 대한 관리와 사후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렇게 적극적인 대처를 하더라도 피해를 보는 소비자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인터넷 판매·시공자들 가운데 극히 일부가 잘못된 시공을 하고 사후관리 서비스 등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제품 제조사에게 물으려고 한다. 실제로 이런 류의 민원도 자주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소비자가 자신과 거래한 실제 사업자를 대상으로 즉각적인 손해배상청구나 피해구제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 예로 서울 강북구의 한 가정은 인터넷을 통해 보일러를 구매했는데, 사업자의 소재지는 의정부시였다. 강북구청을 통해 피해배상을 어떻게 받아야 하냐고 묻자, 구청 관계자는 의정부시에게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소비자가 행정소송을 진행하고자 하면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비용도 자신이 부담하게 된다. 게다가 소송의 기간 역시 1년 가까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피해구제 제도를 안내하고 있지만, 결국 소비자가 이를 이용하는데에 많은 힘이 들고 대부분은 ‘내가 몇십만원 손해보고 말자’는 생각으로 다른 업체를 통해 재설치를 한다. 즉, 악성 판매자에 대해서 제대로 된 처벌이나 보상 요구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공업계에서는 온라인 시장이 커짐에 따라 각 제조사들이 개인사업자들에 대해서도 관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소비자의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사업자나 시공자에 대해서 블랙리스트 관리 등을 통해 제품 판매를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시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나 지금이나 무자격·비양심 판매자들은 항상 있어왔고, 이런 이들의 비율은 분명히 많이 낮아졌지만 100명 중의 1명이라도 문제를 일으키면 결국 업계 전체가 욕을 먹고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된다”며 “각 제조사들과 행정당국이 악성 판매자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사 직영몰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보일러 예상가격 안내
제조사 직영몰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보일러 예상가격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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