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효율개선사업으로 서울시의 한 주택에서 기술자들이 도배 공사를 하고 있다.
에너지효율개선사업으로 서울시의 한 주택에서 기술자들이 도배 공사를 하고 있다.

[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국회 김성환 의원(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서울 노원병)은 24일 국회에서 진행된 한국에너지재단 국정감사에서 저소득층 에너지비용 보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도입한 에너지효율화집수리(에너지효율개선사업)가 오히려 저소득층과 영세업체를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효율화집수리 지원사업은 저소득층의 에너지비용 절감과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7년 도입한 사업이다. 미국의 WAP(Weatherization Assistance Program, 주택내후화프로그램)가 정책원형인데 미국은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직후인 1976년 도입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1 투입당 1.72$의 에너지비용절감 효과와 $2.78달러의 고용효과 등이 나타나 성공적인 정책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에게 양질의 녹색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당초 취지와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규모가 큰 중소기업들이 사업을 독점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김성환 의원실이 한국에너지재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선정업체 중 저소득영세업체의 비중은 28.6%에 불과하고 영리 중소기업 비중이 71.4%에 이른다. 심지어는 연간 매출액이 1,157억원에 달하고 직원수가 50명이 넘는 공장 첨단화 산업시설을 짓는 종합건설사가 선정되는가 하면, 3년간 평균 매출액이 608억원이 넘는 단열재 제조업체 등도 사업시행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반면 사업에서 탈락한 업체의 53.2%는 연매출 19억원 이하의 영세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3년 평균 매출액이 15억원 수준인 한 협동조합은 지난 3년간 다른 관공사는 꾸준히 수행해왔지만, 저소득층 에너지효율화사업에는 선정된 바가 없다. 1년 매출액이 10~11억원 수준인 한 자활기업 역시 3년간 재단 사업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김성환 의원은 영세업체에게 불리한 원인을 기업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선정기준에서 찾았다. 실제로 한국에너지재단이 제시한 업체 선정 기준은 기업규모와 직결된 항목의 배점이 70%(80점 만점 중 55점)에 육박했다. 신용등급과 관공사 실적, 3년 평균 매출, 상근인력수 등이다. 매출 관련 배점차는 최대 25점에 달했다. 반면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일 경우 부여하는 일종의 저소득 가점은 고작 3점에 불과했다. 가점을 받아도 이미 기업 규모에서 벌어진 격차를 해소할 수가 없는 구조다.

김성환 의원은 “저소득층 중심인 자활기업이나 공익 목적의 사회적 기업은 일반 영리기업보다 매출액이 낮을 수 밖고, 매출액이 낮으면 관공사를 하기가 어렵고 인력을 추가채용 할수도 없다. 그럼 기업신용등급이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지적하며 “한국에너지재단은 사업을 도입하던 2007년에는 ‘전국 272개 기초생활자활단체와 사업을 하겠다’며 사업비를 받아놓고서는 영세업체들이 들어갈 수 없도록 허들만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연간 사업비 총액이 996억원에 이르는 정부의 대표 정책 중 하나인데, 사업목적이 제대로 달성되고 있는지 뼈저리게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에너지재단은 영세업체들을 차별한다는 지적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환 의원실에 제출한 선정기준 개정 검토안에 따르면 신용등급 점수 중 일부(5점)만 상근인력 항목 등으로 돌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기업 규모 연관 배점이 너무 크다고 지적하자 다른 기업 규모 관련 배점으로 돌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 의원은 “신용등급, 관공사실적, 매출 등 사실상의 중복평가되고 있는 기업 규모 배점은 통폐합하고 저소득층 우대 가점을 강화해 환경․고용․복지효과 달성이라는 본래의 사업 취지대로 사업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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