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이-팔) 전쟁이다. 그런데 모두가 이번 전쟁이 본격적 에너지 파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아니 바란다. 70년대와 달리 중동지역 분쟁이 에너지장 위기로 바뀔 수 없는 여러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두 나라 모두 산유국이 아니다. 물론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이 이번 전쟁에 관여하면, 사정은 급변할 것이다. 이 역시 지금은 불명확하다. 이에 UN 등 국제기구와 미국, 유럽은 하마스의 전쟁 도발 책임은 규명하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 차원 배려를 강조하고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으로 휴전 등 분쟁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란 등 급진세력들의 반발은 그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것 같다. 중국과 러시아 정상의 다른 해결 방안 언급은 있으나 세계 지정학 주도권 다툼의 일환일 뿐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가격추세를 살펴보면 10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약간 오른 배럴당 88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영국 북해산 브랜트유는 90달러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가자’지역 분쟁 상황에 따라 소폭 변동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석유 시장의 소폭 변화는 통상적이며 일일 변동 5% 이내는 시장분석과 예측에 큰 의미가 없다. 역사적으로 대폭적 공급 차질을 빚지 않은 중동 분쟁으로 석유파동은 없었다. 다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이 이스라엘·이란전으로 확전하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고, 세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클 수 있다. 1973년 석유파동 수준의 오일쇼크 재연이 가능하다. 이에 일시적 전쟁프리미엄(War Premium)이 발생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좀 더 적극적 대응으로 그 폐해를 줄여야 한다. 국가적 우선 과제이다.

천연가스의 경우 기체 상태를 기준으로 하는 네덜란드 시장의 경우 지난 열흘 간 35% 정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액화천연가스(LNG) 기준의 아시아 시장(JKM)의 경우 거의 변동이 없다, LNG 시장은 장기 계약이 중심이지만 최근 현물거래도 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일본 등의 구매자들은 이번 중동 분쟁 이후 단기-현물계약을 회피하고 시장안정을 기다린다는 분석이 많다.

사실 천연가스 시장에도 OPEC 석유 카르텔과 유사한 천연가스 카르텔은 포럼(GECF) 형태로 존재한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중심이다. 이들은 가스 생산자와 수출업자들의 연합체이지만 OPEC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공급 조정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러시아 고위 당국자(부총리 Alexander Novak)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였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등 서방의 제재에 따른 러시아 가스 수출 감소 장기화를 반영한 것이다. 유럽의 가스 수요는 에너지 절약, 높은 가격, 산업 활동 둔화로 인해 지난 2년간 줄어만 왔다. 2023년 2분기에는 2019~2021년 평균보다 17% 낮았으며 발전용 가스 수요는 20% 가까이 감소했다. EU는 러시아 파이프라인 가스를 미국 등의 LNG 수입으로 전환하고 노르웨이와 북아프리카의 해상 파이프라인 공급을 늘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전체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던 러시아 공급을 대체했다. 이에 유럽 가스 수요 감소 중 일부는 향후 영구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계 가스산업의 현안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경우를 살펴보자. 최근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LNG발전이 늘어나 2023년 7월 경우 전체발전량의 26.2%를 기록하였다. 기후변화대응과 에너지 청정 전환으로 가스발전 비중은 당분간 늘어나 몇 년 안에 30%대에 도달할 것 같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나라가 중국, 일본, 대만 등 주변국보다 50%나 비싼 가격에 LNG를 들여오면서 수입액이 전년의 2배 수준으로 급증하였다는 보도(조선일보)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도입 평균 수입 단가는 중국, 일본 등 인접국에 비해 두 배쯤 높았다.

참고로 2021년 경우 우리를 포함한 동북아 주요국들의 LNG 도입단가는 비슷하였다. 이는 탈원전 정책의 무리한 추진에 따른 수요예측 오류일 것이다. 대규모 장기 투자가 소요되고 생산조정 여지가 적은 LNG 산업은 장기 공급계약에다 의무인수계약(Take or Pay Contract)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수요오류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현물거래이다. 그러나 장기거래에 비해 2배쯤 비싸다.

한마디로 일본, 중국 등 경쟁국과 비교하면 우리 국민에게 대략 2배쯤 비싼 LNG 일시나마 강요한 셈이다. 정책 실패의 대가를 국민에게 전가한 셈이다. 지난 정부의 이념 위주 에너지정책, 대외 과시적 에너지 전환 정책의 후유증이다.

잘 알다시피 LNG는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 실용화와 신규 원전 가동할 때까지 국민 에너지비용과 환경측면에서 국익과 민생을 살리는 청정 가교(架橋) 에너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가교역할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 청정에너지로는 신재생과 기존 원전 이외에도 청정석탄 기술, 에너지 절약, SMR(신형 소형모듈 원전) 등 거의 모든 에너지기술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에너지원 간 경쟁의 춘추전국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자칫하면 문제의 본질을 혼동할 정도로 불확실한 시대이다. 국민을 위한 동태적이고 효율적인 정책 구성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청정에너지라고 미래 경쟁력 강화 부담을 회피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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