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들은 21세기에는 에너지와 식량이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 전망한다. 현대 인간의 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부분에 대한 공급망 확보는 매우 중요하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제 분쟁, 예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양상 등을 볼 때, 에너지 공급망 문제와 곡물가 변동 등의

중요성은 쉽게 느낄 수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는 지구의 기온 상승에 따른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도쿄 의정서 채택, 파리 협약을 통해 탄소 배출에 대해 경고하였고, 지난 주 (12/13) 종료된 COP28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공정하고 질서정연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에너지 체계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고 명기한 합의안이 최종 타결됐다. 이번 COP28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는 합의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전환”이 포함된 것은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합의 내용을 토대로 좀 더 새롭고 강화된 탄소 중립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2003년 이미 수소 경제를 제시한 바 있으며, 2018년 8월 혁신성장을 위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수소를 제시한 이래로 2019년 1월 수소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0년 10월 국가 비전으로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수소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탄소 중립 목표 중 절반이 전력 생산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의 절반이 수송 분야의 억제인데, 발전분야에서 탄소 저감 방안으로서 가장 보편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화석 연료 (석탄, 석유, 가스) 기반의 화력 발전 억제, 원자력 발전 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탄소를 내포하고 있는 탄화수소 계열 연료를 사용하는 화력 발전을 억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때 감소되는 발전량을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는 것이 결국 탄소 중립 달성의 핵심이 될 것이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원자력 발전의 확대이지만, 당장 원자력 발전을 증설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상당한 비용과 기간, 위치 및 공간 등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아 단기 접근 방식인 가동율 제고 또는 정지 중인 원자력 발전의 재가동, 정지 예정인 원자력 발전의 사용 연장 등이 현실적이다. 당장은 신설보다 이용율 제고 형태로 접근하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은 아니며, 무엇보다도 원자력 안전 문제와 사용후 핵연료 및 핵폐기물의 처리 비용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제시되고 이용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그 보완으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 특히,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해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상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신재생에너지류들은 저마다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여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기술 개발, 개선 뿐만 아니라 상호 간의 경쟁과 보완이 필연적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자연으로부터 원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연료비 부담이 없는 장점이 있어서 일찍부터 상업화가 진행되었고, 이제는 어느 정도 발전원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두 에너지원은 전력 변환 효율이 낮고, 면적이나 장치가 거대해야 한다는 문제와 자연에서 원천 에너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운전 조건이 되어야만 전력 생산이 가능하거나 채산성이 확보되는 부분 등 간헐성으로 지칭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자연에서 얻는 장점과 자연에서 오는 단점이 공존하는 형태다.

이번 COP 28에서는 비록 이러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존 대비 3배 이상의 설치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간헐성의 문제를 극복해야 할 숙제가 있다.

연료전지는 상기 언급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많은 시스템으로서, 최근 5년 간 글로벌 산업 성장률이 약 10%에 달할 정도로 산업적 기대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기술적으로 연료전지의 역 반응 형태로 구동할 경우, 수전해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한 가격과 내구성, 이로 인한 가동 경제성에 대한 이슈가 존재한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재생에너지가 간헐적으로 생산된 전력 에너지를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면, 발전 연속성, 저장성, 수송성 (아직 약간의 보완은 필요) 등을 확보할 수 있어 온전한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즉, 재생에너지와 수전해 연료전지의 조합은 기존 양측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고, 많은 해외 사이트에서 적극적으로 상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 수소 및 연료전지 산업은 온전한 성장 단계라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보니, 여러 가지 법령과 제도를 통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마저도 사업적 제약이 많아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적, 산업적, 제도적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COP 28을 통해 또 하나의 지침이 마련되었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해 새로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인데, 그간 우리는 수소와 연료전지 분야에 대해 기술적 및 산업적 초석을 마련하였고, 많은 부분을 이뤄냈다.

앞으로 필연적으로 다가올 탄소 중립 시대를 더 잘 준비하기 위해서 관계 당국과 제조사, 각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수소 에너지 솔루션에 대한 국가적 기술 로드맵 구축과 제도적 지원 방안 마련, 더 혁신적인 기술 개발 등 각자의 분야에서 빠른 준비를 시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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