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옥상에 설치된 GHP 실외기들
학교 옥상에 설치된 GHP 실외기들

GHP에 저감장치 의무부착…이젠 학교에서 설치 못하게 규제강화

[가스신문 = 주병국ㆍ양인범 기자] 그동안 국가 전력대체 효과를 인정받아 왔던 가스냉난방기기(가스히트펌프, GHP)가 냉방시장에서 대기환경 문제로 퇴출될 위기에 놓여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환경부로부터 저감장치를 달아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은 GHP 제품마저도 전기냉방 업계의 반발에 밀려 대기오염 배출 원흉으로 오인받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가스히트펌프(Gas Heat Pump)는 청정연료인 천연가스를 원료로 가스엔진을 이용해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고효율기기로, 동·하절기 전기 냉난방의 과도한 전력 사용을 막기 위한 대안이다. 그간 산업통상자원부가 보급 확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쳐왔으며, 특히 초중고교와 같은 교육 건물 등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전기냉난방기기의 대체 시스템으로 보급되어 왔다.

이에 GHP는 현재 전국적으로 약 7만여대가 보급되었고, 전력시장에서도 전력대체효과(1.5%)로 석탄발전 등 대규모 발전소를 대체하는 분산전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20년 환경단체 제보를 통한 일부 방송사에서 관련 보도로 GHP가 가동시 실외기에서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기준 이상으로 나온다고 지적됐다.

이에 환경부는 GHP를 대기환경보전법 안에 편입시켜 오염물질을 관리하겠다고 밝히고, 산업부도 환경부의 대기환경 개선 정책에 공감해 제조사(LG전자, 삼성전자, 삼천리 ES 등)측에 친환경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을 개발, 판매하도록 했다.

정부의 이 같은 취지와 정책에 제조사를 비롯해 보급에 나선 도시가스업계도 공감해 친환경 인증제품을 보급하는데 주력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설치된 GHP역시 저감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토록 하는 등 관련 기준이 강화되면서 논란이 끝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GHP의 대기환경 문제가 다시 국정감사(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 의원)에서 거론됐고, 노웅래 의원실은 국회도서관과 한 초등학교 옥상에 설치한 친환경 GHP를 대상으로 대기오염 배출가스를 측정한 후 허용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일단락 난 이 문제가 다시 부상했고, 환경부 측은 즉각 학교 건물에 GHP 설치를 금지하는 규제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관련 업계와 본지는 환경부의 행정조치에 대해 부적합성을 지적하고, 정확한 측정기준에 따라 오염물질 배출 여부를 환경부가 직접 현장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제조사와 관련 업계에서는 환경부의 부적절한 조치로 인해 현재 설치 중이거나 올해 설치 계획을 수립한 초ㆍ중ㆍ고교 등 교육기관에서도 현장의 애로점을 건의했다.

에너지 다소비 건물 등에 고효율기기 보급과 개발을 유도해 왔던 산업부 역시환경부의 이번 행정에 대해 불합리성을 전달하고, 종합적 검토가 이뤄지기 이전(내년 6월)까지 ‘에너지이용합리화 추진 규정’의 비전기식 냉방설비 설치 의무를 유예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환경부가 보여준 행정에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관련 보도에 이어 국회의원이 제기한 친환경 GHP제품이 정상 가동시 대기오염물질 허용기준치를 초과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검증해야 할 환경부가 현장 실사를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측정 방법 역시 관련 기준에 명시된 환경과 조건을 준수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느냐이다.

이에 대해 관련 제조사와 업계에서는 측정 방법과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엉터리 결과라고 지적한다.

환경부가 저감장치를 부착한 친환경 GHP를 검증되지 않은 한두 번의 측정 결과만으로 학교 건물에서 설치를 못하도록 규제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데다, 정부 정책에 신뢰성마저 상실할 수 있다. 더구나 환경부가 2021년부터 학교를 비롯해 에너지다소비건물에 설치된 GHP에 대한 이미 저감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토록 하고, 수백억원을 투입해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환경부가 GHP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가 제기된 후 저감장치 사업을 추진했고, 관련 사업을 위임한 특정 환경단체와의 관계마저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유독 학교시설에 대해서만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 논란의 핵심 사안은 친환경 제품 인정을 받은 GHP기기가 학교 등에 설치된 후 정상 가동시 대기오염물질((NOx, CO, THC)을 허용치 이상으로 배출하느냐이다.

환경부가 검증작업을 하지 않다 보니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제조사와 도시가스업계, 관련 협회, 학계 등으로 구성된 현장조사팀을 꾸려 수도권 초중고에 설치된 친환경 GHP 제품의 실외기를 대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여부를 검증하기로 했다.

합동조사팀은 1월 중 대기환경 전문업체를 선정하거나, 대학교 등 공신력을 갖춘 기관을 통해 대기오염물질(NOx, CO, THC)을 합법적인 측정 방법을 통해 2차례 이상 측정하고, 그 결과를 본지를 통해 공개하고 보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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