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기술사회 · 가스신문 공동기획
제            목 이름 소            속
1 끊이지 않는 산소사고, 그 위험성 바로알기 류영조 한국가스안전공사 안전기준처장
2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너지 김욱주 (사)한국가스기술사회 교육홍보이사
3 누리호 엔진 개발을 위한 연소시험설비의 고압가스 안전관리방안 강동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4 수소경제와 안전관리 김정규 ㈜누리FES 기술이사
5 고압가스 및 화학물질 안전을 위한 독성/가연성 가스용 POU Scrubber 선정기준 신동현 대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6 AI 기술로 진화하는 도시가스 산업 트렌드 장해룡 대성에너지㈜ 에너지솔루션팀 부팀장
7 SMS 운영을 통한 가스사고 예방 전세진 ㈜LG화학 환경안전팀 파트리더
8 가스/화공플랜트 위험성 감소대책 수립 시 주안점 성경모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공정보건부장
9 대학 연구실 고압가스용기 안전관리방안 황 원 한국과학기술원 재난안전본부 책임기술원
10 건설공사 현장에서 발주처의 산업안전 보건조치 활동 류종관 한국남부발전㈜ 세종빛드림건설본부 안전재난부장
11 도시가스사 QMA 3회 연속 최고등급 달성에 따른 기술역량제고 사례 신영주 ㈜경동도시가스 고객안전팀 파트장
12 고압가스시설의 방호벽 안전수준 어디까지  김상강 (사)한국가스기술사회 부회장

한국가스기술사회와 한국가스신문사는 지난 2022년부터 가스분야 최고 기술자인 가스기술사를 통해 최신 가스기술을 공유하고 안전의식을 고취하는 공동기획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공동기획에서는 가스사고의 경각심을 높이고 새롭게 등장한 가스산업 및 신기술 소개를 비롯해 다양한 현장현황을 주제로 가스기술사의 특별기고를 매월(연 12회) 기획 연재한다. (기고자는 가스기술사회 정회원으로 기고자 일부와 주제는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지난 2020년 11월 전남 광양의 P공장에서는 노후 산소배관 내 스케일이 고압의 산소와 반응하면서 화재·폭발이 발생하여 근로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20년부터 ’23년 10월까지 산소가스에 의한 사고가 71건이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21명, 부상자는 71명이라고 한다. 지난 24년간 산소로 인해 연평균 2.96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인명피해는 3.83명이 발생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산소는 조연성 가스로써 그 자체만으로 화재나 폭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산소는 100기압 이상의 고압 상태에서 유지류 등과 같은 가연성 물질과 만나면 강한 반응을 일으켜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년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가스안전교육원에서는 기름이 묻은 옷에 고압의 산소가스를 접촉시키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특별한 점화원이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기름 묻은 옷이 산소와 만나 불꽃을 튀기며 발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실험을 방증하는 실제 사고가 ’07년 12월 광주시 남구의 00병원에서도 발생했다. 배달원이 병원의 산소 저장탱크에 산소를 하역하고 탱크 내 압력을 낮추기 위해 밸브를 열어 산소를 배출한 후,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려 라이터를 켜는 순간 옷에 불이 붙은 것이다. 이 사고로 배달원은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소 사고가 단순히 배관 파열이나 누출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산소 사고는 산소 배관 안의 이물질 등이 고압산소와 만나 미상의 점화원에 의해 연소되면서 폭발하는 형태가 많으며, 철과 산소의 연소반응에 따른 일종의 금속화재라는 것이다. 철의 녹는점은 1,500℃ 정도이나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는 더 낮아진다고 한다. 참고로 상압의 산소 분위기에서 철의 발화온도는 괴상(壞相)일 때 930℃ 이상이지만 입상(粒狀)일 때는 315℃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23년 6월, 충북 진천군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산소 사고도 이와 같은 원인에 의해 발생했다. 배달원이 산소 용기를 교체하고 밸브를 개방하는 순간, 용기와 고압호스 사이에 있던 녹 등이 고압산소와 만나고 내부 마찰·충격 등의 점화원에 의해 연소되면서 배관 등이 용융된 사고이다.

이와같이 대부분의 산소 사고는 고압산소 배관 내부에서 발화·연소되며 발생했다. 산소가스 사고의 발생 조건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산소배관 자체가 연소하려면 배관의 일부가 약 800~900℃ 이상의 발화온도까지 가열돼야 한다. 배관 안의 모래 등 불연성입자에 의한 마찰열만으로는 발화온도까지 상승시킬 수 없다. 따라서 배관 안에 존재하는 가연성물질이 산소와 만나 연소되고, 그 연소열에 의해 배관의 일부가 국부적으로 가열되어야 한다.

둘째, 산소배관 안에 존재할 수 있는 가연성물질은 배관 내벽에 묻어 있는 윤활유 등의 유지류, 배관 세척제, 가스켓 또는 밸브의 패킹 재료, 철관의 마모에 의해 생성된 철분입자 등이 있다.

셋째, 산소배관 안의 점화원으로는 철입자와 배관과의 마찰열, 연소 중인 철입자, 밸브의 급격한 개폐에 따른 단열압축열 등이 있다.

넷째, 산소가스의 압력이 높을수록 배관내 유속이 높아져 철입자 등이 배관과 더욱 마찰·충돌하면서 연소를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사고발생 조건을 고려한다면 산소가스의 사고방지대책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고압 산소설비 내부에 가연성물질이 존재하지 않도록 시설을 설치하거나 유지관리해야 한다. 밸브나 이음부 등에는 가연성 가스켓, 패킹재료 등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산소배관 안에 철 입자가 생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어, 가연성물질로 작용하는 철 입자는 산소배관의 급격한 굴곡부에서 마모현상 등에 의해 생성될 수 있으므로, 산소배관은 90° Elbow나 Tee 같은 분기점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배관을 시공한 후에는 배관 내 유지분을 반드시 세척하고 운영 중에도 정기적으로 세척해야 하며, 세척 후에는 세척제가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세척 중에 배관 내 이음매나 밸브에 철 입자 등 이물질이 고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탄소강은 산소와 접촉 시 산화에 의해 녹 등이 발생하고 고압산소 흐름에 따른 마모로 철 입자가 생성되므로, 스테인리스 배관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스테인리스 배관을 사용하더라도 다른 시설에서 철 입자 같은 가연성물질이 유입될 수 있으므로, 철 입자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산소가스를 취급해 온 사람이나 가스분야 전문가들은 산소를 가연성가스라고 말하지 않는다. 산소는 가연성가스가 연소하는데 필요한 가스라고 말한다. 이론적으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산소를 가연성가스이자 폭발성가스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24년 동안 발생한 산소가스 사고를 분석한 결과 얻은 결론이다. 따라서 산소를 취급하는 사람이라면 산소가스의 위험성을 반드시 인지하고, 취급 시 주의를 기울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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