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일 새해 소망을 기원하기 위해 모두가 들떠 있는 첫날. 강원도 평창의 한 LPG충전소에서 폭발 소식이 들려왔다. 본 사고는 강원 평창군 LPG충전소에서 LPG벌크로리 차량으로 LP가스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차량 오발진에 의한 로딩암 파손으로 벌크로리 내의 LP가스가 누출되어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 사고로 인해 5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주변 상가가 유리창 파손 등의 피해를 입고 상가 운영에 타격을 받는 등 간접적인 피해도 상당한 상황이다. LPG판매소·저장소 대다수가 도심이나 주택가에 밀집돼 있어 화재 및 폭발사고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입사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LPG벌크로리 운전자 1명이 홀로 작업 중이었고 LP가스 충전이 완료된 것으로 착각하여 차량을 이동시켜 차량과 연결된 로딩암이 파손되어 가스누출로 인한 화재 및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오발진 방지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거나, 안전관리자 없이 작업자가 홀로 작업했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신입 직원이라는 등 기술적, 관리적 측면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운전자가 안전기준 미준수 시 큰 사고

필자 입장에서 사고 원인을 좀 더 상세히 분석해 보면, 우선 첫 번째 오발진방지장치(리미트스위치) 기능 상실 측면을 들 수 있다. 현행 가스기술기준(KGS AC 113-고압가스 차량에 고정된 탱크 제조의 시설·기술·검사 기준)에 따르면 소형LPG저장탱크에 액화석유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차량에 고정된 탱크에는 충전작업 종료 후 호스 또는 로딩암을 완전히 격납하지 아니하거나 격납함의 문을 확실히 닫지 아니하면 탱크로리 및 벌크로리가 출발할 수 없도록 하는 오발진 방지장치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제작되는 모든 탱크로리 및 벌크로리에는 오발진 방지장치로 리미트 스위치 장착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운행 중인 차량의 리미트 스위치가 고장날 경우 격납함 문을 닫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 시동이 걸리고 출발할 수 있어 이로 인해 연결부가 파손되면 가스가 한꺼번에 다량으로 누출된 후 화재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가 오발진 방지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도 모르고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두 번째 운전자의 이·충전 기준 미준수 측면을 들 수 있다. 현행 가스기술기준(KGS GC 206-고압가스 운반 등의 기준)에 따르면 이입 및 이송 작업을 할 경우 엔진을 끄고 메인 스위치 그 밖의 전기장치를 완전히 차단하여 스파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커플링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엔진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고 이입작업이 종료될 때까지 차량 부근에 위치하며, 가스누출 등 긴급사태 발생 시 차량의 긴급차단장치를 작동하거나 차량 이동 등 안전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누출방지조치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입작업을 종료한 후에는 차량 및 수입시설 쪽에 있는 각 밸브의 잠금 및 캡 부착, 호스의 분리, 접지코드의 제거 등이 적절하게 되었는지 확인하고, 차량 부근에 가스가 체류되어 있는지 여부를 점검한 후 안전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차량을 이동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운전자가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에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탱크로리 및 벌크로리, 용기 등의 이송작업 도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9월 경북 구미산업단지 내 불산취급업체에서 탱크로리로부터 저장탱크에 불산 이송작업 도중 불산 약 8톤이 누출되어 사업장 밖으로 확산되어 인명피해 23명(5명 사망, 18명 부상), 재산피해 554억 원이 발생한 구미 불산 누출사고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2022년 11월 대구에 있는 LPG충전소 폭발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이번 평창 가스사고로 이어지는 듯 가스안전 분야에 몸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선 매우 안타깝고 이를 해결하지 못한 마음적 부담과 책임에 대한 무게감도 크다.

휴먼 에러는 항상 발생할 잠재력 보유

정부와 담당 기관의 끊임없는 안전 대책에도 불구하고 동일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데에는 예방대책 측면에서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산업 재해는 주로 불안전한 상태와 불안전한 행동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산업재해 발생원인인 불안전한 상태와 불안전한 행동이 무엇인가를 찾아 이를 제거하기 위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근본적인 예방이 가능하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직접적 원인(1차 원인)과 간접적 원인(2차 원인)으로 구분하여 생각되고 있으며, 직접적 원인은 직접적으로 사고를 유발시키는 원인으로 크게 물적 원인과 인적 원인으로 구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물적 원인은 기계 자체의 노후화, 방호장치의 결함, 보호구의 결함, 작업 장소, 환경, 공정의 결함, 작업 안전수칙의 부재 등이 있으며, 인적 요인은 위험장소의 접근, 방호장치의 기능제거, 운전 중인 기계장치의 손질, 불안전한 자세 및 동작 등이 있다. 간적접인 원인은 불충분한 안전교육, 작업자나 안전관리자의 무관심, 작업자의 육체적인 피로 등이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인간과 관계된 불안전 행동은 인간의 본질적 및 생리적 결함 등으로 인해 휴먼 에러는 항상 발생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므로 결국 풀루프와 페일 세이프 관점에서 휴먼 에러가 발생하더라도, 기계 자체 및 방호 장치가 불안전한 상태를 유발하더라도 사고를 어떤 경우에도 자동으로 방지할 수 있는 안전 자동화시스템의 적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기계류 안전과 관련된 대표적인 국제 규격에는 ISO 12100(기계류 안전)을 들 수 있다. 본 규정은 기계 수명 주기와 관련된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기계 자체 및 방호 장치의 설계, 제작, 사용 등에 대한 국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해외 대부분의 안전 선진국에서의 기계류 안전의 바이블(Bible)로 여겨지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수입 및 수출 업무에 제한을 받는 등 기계류 안전 전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CMSE(국제공인기계류안전전문가:Certified Machinery Safety Expert) 자격 취득 과정도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다.

가스 관련 기계류 결함은 바로 사고

본 기준이 제시한 위험감소 대책으로는 사고 원인 제거 등의 본질적 대책과 방호 장치 등으로 인한 방호가 되지 않을 시 최후의 수단으로 보호구와 안전교육을 권고하고 있으므로 기계류의 안전 자동화시스템의 도입은 매우 중요하고도 시급하다. 특히, 가스와 관련된 기계류의 결함은 그 자체가 바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용이 매우 절실하다. 이를 위해 가스 기계류 안전에 대한 국제 수준의 제도 정착이 필요하고 가스안전 부품에 대한 PL 및 SIL 등의 안전무결성 등급 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가스시설 전반에 있어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자동화시스템의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2021년 대한민국 가스안전대상 대통령 표창 수상자로 현재 한국가스학회 감사, 대한기계학회 신뢰성 부문 이사, 한국PHM학회 사업이사,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안전기술심의위원, 가스기술기준위원회 분과위원, 국제공인기계류안전전문가(CMSE) 등 가스안전과 관련된 활발한 연구 및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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