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미국에서 유명한 정치평론가 매튜 이글레시아스는 최근 아메리칸 드림이 다시 오고 있다고 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적 격차 요인 중 하나가 셰일가스에 있다고 했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는 2008년 유럽연합의 경제 규모는 16조2000억달러로 14조7000억달러의 미국보다 약간 더 컸으나 2022년이 되자 미국 경제는 25조달러로 성장하였고 유럽은 유럽연합과 영국을 합쳐도 19조8000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보도했다.

셰일가스 생산으로 인한 원유 생산국 세계 1위 달성이 자연스럽게 경제 1위 미국의 에너지 자립과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GDP 세계 최대 유지를 위한 원유확보 경쟁과 과도한 전쟁 비용, 그리고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국방비 유지 등으로 쇠락해가던 미국 경제가 셰일가스에 의하여 다시 태어나고 있다. 그동안 해외로 나갔던 제조업까지 본국으로 끌어드리는 엄청난 힘도 발휘되고 있다.

미국 셰일가스 혁명의 성공은 물론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가스 상용화 추진은 2500미터 이하의 지하에서 시추하는 고난도 기술의 어려움과 함께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미래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 적합여부도 불확실했다. 아울러 자원고갈과 토지오염으로 인한 환경파괴 등의 부정적 예측이 대두되어 실제 유럽에서는 이를 금지하거나 개발에 대하여 소극적이었다. 특히 유럽연합의 맹주인 독일은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면서 셰일가스 혁명의 대열에서 벗어났다.

반면에 미국 에너지기업들은 1940년부터 유정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프래킹(fracking) 기술을 개발하여 가스 채굴에 사용하면서 경험을 축적했다. 셰일가스 채굴에 사용된 일명 수압파쇄공법(hydraulic fracturing), 즉 프래킹은 물, 모래, 증점제(액체를 걸쭉하게 만들어주는 물질)를 구멍이 숭숭한 셰일(퇴적암)층에 고압으로 분사해 석유, 가스를 분리해내는 신기술 공법이다. 초기에 품질과 효율성, 그리고 과도한 투자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으나 미국은 세계 최대 수만 건의 특허출원과 함께 끈질긴 기술혁신의 노력으로 결국 상용화에 성공했다.

프래킹은 유정구(wellbore)라고 불리는 수직으로 뚫은 구멍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여러 겹의 퇴적층 속으로 뚫고 내려간다. 이것이 2500미터에서 3000미터 깊이에 도달하면 ‘킥오프포인트(kick-off point:구멍을 수평으로 뚫기 시작하는 곳)’에 도달한다. 여기서 방향을 90도로 돌려서 수평으로 1.5키로미터 정도 지나 셰일암석층이라 불리는 압축된 검은층을 뚫는다. 이후 관에서 특수한 총(perforating gun)으로 고압 발사하여 센치 길이의 작은 구멍들을 유정의 피복과 암석층 여러 곳에 만든다.

첫 번째 굴삭 이후 3,4개월이 지난 후에 유정에서 프래킹을 시작한다. 프래킹 유체는 매우 높은 압력으로 유정에 주입되고 셰일암석을 부수면서 갇혀있던 가스와 오일이 빠져나갈 틈을 만들어 준다. 유체는 90%가 물이고 나머지는 농축된 화학 첨가물로 프래킹 장소의 특성에 따라 성분을 다르게 한다. 일반적으로 성분은 세종류로 나누는데 파편을 정리하고 미네랄을 녹이기 위한 산성 물질과 마찰을 줄이는 화합물이 첨가된 슬릭워터(slick water)라 불리는 미끄러운 물, 그리고 박테리아 성장을 방지하는 살균제가 들어간다. 균열을 지탱하기 위해 모래나 진흙을 물에 섞어서 압력이 낮아진 후에도 계속 가스와 오일이 새어 나갈 수 있게 한다.

물은 한 유정에서 프래킹의 격렬한 펌프질과 플러시(flushing) 작업을 모두 합쳐 평균 약 1100만에서 2200만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프래킹에 사용된 물은 오염물질로 방사선, 염분, 중금속, 탄화수소 등을 함유하고 있어 환경에 유해하지 않도록 적절한 처리가 필요하다. 특히 지하수와 연계된 부분과 완벽한 차단을 위하여 유정의 피복은 강철과 시멘트로 되어있다. 지진 발생으로 인한 압력의 불균형을 막는 안전기술도 필수 조건이다.

20여년 전 셰일가스 상용화를 위한 시작은 미국, 유럽,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시작하였으나 현재는 미국과 캐나다만이 남았다. 미국과 캐나다 기업도 여전히 논란은 있지만 고난도의 기술혁신을 통하여 환경과 안전, 그리고 생산원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2022년엔 하루 원유생산량이 역대 최대 2030만 배럴을 달성하면서 1214만 배럴인 사우디아라비아를 훌쩍 넘어섰다. 2023년 4분기에도 2140만 배럴을 기록하면서 2024년 올해에도 국가별 최고치를 계속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원유생산 업계가 역대 최대의 호황을 맞이할 것이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찰국가로서 미국의 위상이 당분간 유지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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