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포항에서 일어난 고압가스폭발사고현장.
2022년 포항에서 일어난 고압가스폭발사고현장.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이번 연말연시에는 유독 가스사고가 많았다. 특히 1일 발생한 평창 LPG충전소 폭발사고의 경우 엄청난 규모로 누출된 가스가 위협적으로 폭발하는 현장을 CCTV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게 됨으로써 사고의 심각성을 더해줬다.

이 같은 사고와 함께 특히 오는 27일부터 5인 이상 50미만의 사업장도 중처법 적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특수가스 및 고압가스 관련 업체들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독성가스 및 고압가스와 관련한 사고도 잇따랐다. 독성가스로 분류하고 있는 아르신의 흡입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컸던 ㈜영풍 석포제련소에서의 사고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상 가스사고로 볼 수 없겠지만 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곳이라는 점을 잘 알면서도 철저하게 예방하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아연 등의 비금속을 제련하는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 제1공장에서 탱크의 모터 교체 작업 중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작업에 투입된 하청업체 직원 2명과 원청 소속 근로자 2명이 복통과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가운데 하청업체 소속 1명이 숨졌다.

피해자들은 맹독성 삼수화비소(AsH₃·아르신)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화수소(砒化水素)로도 불리는 아르신은 마늘 냄새가 나는 무색의 기체다. 주로 아연·구리·카드뮴 같은 금속 원석을 제련할 때 원석에 불순물로 섞여 있던 금속비소가 산과 반응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영풍 법인 대표이사로 입건하고, 석포제련소장과 해당 하청업체 대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와 함께 지난 4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경북경찰청과 함께 서울 강남구의 영풍 석포제련소 본사 사무실과 봉화 현장 사무실, 하청 사무실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대구노동청은 석포제련소장과 하청업체 대표를 대상으로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을 했는지, 그리고 영풍 대표에 대해서는 경영 책임자에게 부여하는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피해를 입은 작업자들이 방독마스크가 아닌 방진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스경보기가 적합한 장소에 설치됐는지 등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아르곤 누출에 따른 질식사 추정의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현대삼호중공업 2도크 탱크 내부 작업장에서 배관 취부작업을 하던 1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피해를 입은 작업자가 파이프 구조물 하부로 들어갔다가 아르곤 누출에 따른 산소결핍으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사인은 국과수 부검 결과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지난달 28일 광주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삼호중공업을 대상으로 한 노동 당국의 특별 감독과 경영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원·하청 사업주는 진상조사에 협조하고 회사 과실로 발생한 부분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을 할 경우 환기팬을 설치하고 밀폐공간 작업자에게 산소측정감지기를 지급하는 조치부터 취해야 하는 등 가스누출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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