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설치기사가 제품을 설치하고 있다.
보일러 설치기사가 제품을 설치하고 있다.

[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국내 주택 건설 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국내 가정용보일러 제조사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1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한국 경제의 내수가 다소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으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재고 수준이 높게 유지되면서 설비투자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건설수주의 누적된 감소가 반영되며 건설투자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건설기성은 2023년 들어 부진했던 건설수주의 영향으로 전월(3.5%)보다 낮은 1.4% 증가했다. 건설수주와 주택착공이 각각 4분기, 7분기 연속 감소한 영향이 건설기성 증가세의 둔화로 나타났다. 그동안 양호한 흐름을 보이던 주거용 건축은 공사의 순차적 완공과 착공 물량의 부진이 반영되며 증가세가 축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용보일러 업계 역시 주택경기로 인해 악영향을 받고 있다. 보일러 업계는 시장의 75% 정도가 10년 내외로 바뀌는 기존 교체 수요이고 나머지가 주택 건설 시 신규 수요라고 보는데, 부동산R114는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33만1,729채로 지난해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일반가정을 대상으로 한 친환경 콘덴싱보일러의 구매보조금 10만원도 완전히 중단된다. 2020년 4월 대기관리권역법 시행 이후 2021년까지는 1대당 20만원을 지원하다가 2022년부터 10만원으로 삭감되었는데, 올해는 이 보조금도 없어진 것이다. 다만 저소득 가구는 2만명에 한해 60만원 지원금을 유지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국내 보일러 제조사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먼저 경동나비엔은 이달 초 생활가전 기업인 SK매직으로부터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등 3개 품목을 영업권을 인수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계약은 가스·전기레인지, 전기오븐의 제조·판매·유통과 관련 재고와 유무형 자산, 영업 계약 등을 넘겨받는 것이 주요 내용이며, 잠정 매매대금은 약 400억원이다. 경동나비엔은 인수 계약과 관련해 더 상세한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귀뚜라미 그룹 역시 보일러 시장 정체기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분주히 나서고 있다. 먼저 범양냉방,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 등의 국내 냉동·공조 업체들은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냉동·공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성엔지니어링은 2017년 8% 수준의 해외 매출 비중을 2022년 40%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귀뚜라미는 카본매트와 건축자재 ‘카본보드 온돌’ 등으로 인테리어 시장에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건식난방 자재인 카본보드는 대다수 건축 공사에서 쓰이는 온수 배관 방식의 난방보다 시공이 간편해 공사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린나이는 새로운 신기술을 통해 친환경보일러 시장을 주도할 계획이다. 린나이는 지난해 말 ‘공기-가스 비례제어 기술로 연소제어범위가 증대된 고효율 기술’을 적용한 RC610과 PJC8000 두 개 모델의 총 20여개 제품에 대해 녹색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이 기술은 3단계의 제어 기술을 통해 연소를 제어해 최소 열량을 낮춰 준다.

이외에도 린나이는 상업용 취사기기 시장에서 새로운 전기밥솥 제품을 출시하고, 전기온수기 신제품도 출시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대성쎌틱에너시스는 지난해 10월 신제품 DNC3를 출시했다. DNC3는 일반 보일러 대비 가스사용량을 28.4% 줄이고, 연소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능이 적용된 제품이다. 대성쎌틱은 여기에 AI 콜봇 서비스를 정식 런칭해 동절기 소비자들의 A/S문의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보일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건설경기가 좋지 않고 일반 가구 대상 친환경보일러 설치 보조금도 폐지되었기에 시장이 침체될 여지가 있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1년 내내 꾸준한 매출이 필요하기에 새로운 영역 개척은 필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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