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오류 줄이기 위한 경험 살리는 시스템 필요

LPG안전 수호 위해 체계적인 지원 이뤄져야

최근 가스업계는 ‘인적 오류’로 인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 규모도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다. 가스업계 대형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사소한 위기관리의 부재가 총체적 위기를 초래하는 ‘깨어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미숙한 대응과 안일한 사고가 가스업계의 경쟁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

LPG판매업계는 지속적으로 가스사고 예방을 위한 자구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대표적인 상징이 바로 ‘LPG벌크로리 순회점검’으로 전국의 LPG벌크로리 소유자 및 운전 종사자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2024년 새해벽두부터 우리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안전관리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벌크로리 충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로딩암이 벌크로리와 저장탱크 사이에 연결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경험이 부족한 벌크로리 기사는 로딩암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출발하다가 대형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돌발상황 후 엄청난 양의 LP가스가 누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충전소 내에서 우왕좌왕하는 LPG업계 종사자의 모습도 있었다. 자칫하면 이 같은 모습은 LP가스가 ‘매우 위험한 위험물’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심지어 사고를 유발한 벌크로리 운전기사는 가스가 새고 있는데도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이에 따라 LPG업계도 한쪽에서는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으로 양분되는 모양새다.

LPG판매업계는 현장 중심의 안전을 중요시하는 전문인들이 많다. 전국 4500여 LPG판매사업자가 있고 그들의 종사원을 포함하면 대략 22만 명의 현장 안전전문가 있는 것으로 통계청이 집계한 바 있다. 그들은 오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글로 표현되지 못할 다시 말해 학문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소중한 현장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나라는 그러한 소중한 자원들을 현명하게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조용히 나이 먹으면서 그 무용의 엄청난 가치를 보장받지도 못한 채 업계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하고 있다. 업계 종사자로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몇 년 전 총기 소지면허를 갱신하려고 신청을 하는데 수렵면허(갱신·재발급·기재사항 변경) 신청을 할때에는 야생생물관리협회에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의해 수렵강습 이수증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서는 수렵면허에 필요한 지식을 경험 많은 현장경험자들을 통해 교육하고 있었는데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알찬 정보를 전파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례를 통해 LP가스판매협회와 야생동물관리협회가 비슷한 조건 속에서 전혀 다른 구조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으로 책임과 규제를 담고 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그 둘레를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그 규제와 책임은 사업의 많은 어려움으로 다가와 남이 보지 않거나 또한 사업이 힘겨울 때 이를 어기려는 반발의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오랫동안 가스안전관리기금을 조성해 왔다. 그러나 그 기금은 우리 LP가스업계를 위해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금의 단 한 푼도 LP가스판매협회를 통해 집행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전을 잘 지키는 사업자에게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잘 지킨 만큼의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원한 법률이 없다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

이제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작지만 강한 국력을 갖춘 대한민국은 북한과의 대치 속에서 휴전을 통해 작은 평화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차후 통일이 이루어지거나 작은 대치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복구에는 LP가스가 효율적이다. 쉽고 빠르고 간편하게 에너지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민간자율 안전관리체계가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LP가스판매협회를 중심으로 종사자에 대한 안전교육 이수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야생동물관리협회의 사례 등을 참고하여 우리 LPG업계도 안전을 위한 우수한 현장인력 양성이 꾸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되었다.

최근 일본을 다녀와 느낀 점은 LP가스 안전관리에 대한 정부와 소비자의 관심이 매우 높아진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가스공급은 위탁할 수 있지만 안전관리는 대행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진실을 호도하는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 LPG판매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유일한 수단은 ‘안전관리 생활화’라고 할 수 있다. 안전을 무시하고 사고를 내는 사업자들은 강하게 처벌하고 안전관리가 뛰어난 LPG판매사업자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대한 고민을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하기를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현장에서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LPG판매업계가 한국LP가스판매협회중앙회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 그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데 자구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LPG판매업계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매년 전국을 순회하며 LPG벌크로리 순회점검 및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벌크로리 운전자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교육과 함께 벌크로리의 이상징후를 조기에 탐지하고 현장 조치함으로써 LPG벌크로리로 인한 가스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상시적인 민간자율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LPG판매업계의 벌크로리 순회점검은 매해 발전을 거듭하여 2020년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제2차 가스안전관리 기본계획(2020~2024)에 반영되어 벌크로리 가스사고 예방의 주요 정책수단으로 거듭났다.

LPG소형저장탱크 안전관리 방법 안내, 사고사례 전파 및 벌크로리 정비 등을 한국LP가스판매협회중앙회 벌크위원회 주관으로 실시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소형저장탱크 제조사 및 벌크로리 부품사들이 협력함으로써 벌크로리와 소형저장탱크 가스사고 예방에 앞장서고 있으므로 ‘제3차 가스안전관리 기본계획(2025~2029)’에서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더 많은 관심과 예산 등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벌크로리 순회점검에서 조태균 위원장이 회원들과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벌크로리 순회점검에서 조태균 위원장이 회원들과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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