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세계 액화천연가스(LNG)시장에 돌발적 변화가 많다. 무엇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LNG수출시설 승인을 일시 중단하기로 한 결정이다. 향후 15개월 동안 이번 조치의 미국 내부 환경부문 영향을 평가하고 또한 공급구조 변화 효과를 살펴볼 것이다. 사실 미국의 가스 생산과 수출은 지속 증가하여 세계 1위 수출국이지만 장기 LNG공급구조의 건전성 유지와 함께 국내 공급가격 상승 불안 우려는 커져 왔다. 이에 이번 미국의 LNG수출 정책변화는 이러한 우려를 평가, 보정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LNG수출시설 승인의 일시 중단은 미국 내 여론과 평가에 적잖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우선 미국 시장(HENRY-Hub기준)에서 발표 다음 날인 2.21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12% 수준 상승한 $1.75/MMBTU(백만 British Thermal Unit)세를 보였다. 이 수준은 1년 전보다 30%. 최근 최고 수준이던 지난해 11월 대비 50% 이상 하락한 것이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인 2022년 중반 최고가격 대비 80%쯤 하락한 것이다.

석유-가스 기업들은 당연히 ‘미국의 손해’이며 ‘러시아의 승리’라는 식으로 비난과 실망을 보였다. LNG가격이 $1/MMBtu 상승하면 미국 내 소비자들은 $342억/년 만큼 부담을 더 져야 하고, 여기에 덧붙여 가스발전 비용상승이 추가된다. 이에 반해 환경론자들은 이번 조치를 화석연료 사용자제를 통한 기후문제 해결에 중요한 계기기 되었다고 긍정적 평가 일색이다. LNG는 석탄 등 다른 화석연료보다는 청정하지만, 그 연소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또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 기여 정도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가스소비자 협회 측은 이번 조치로 미국 소비자(특히 저소득층)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며 나아가 장기적으로 천연가스 및 전력가격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아무튼, 미국 정부 발표의 뉴스 가치를 고려하면 미국 가스가격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 공급구조가 매우 탄력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장기적인 세계 가스 시장에 대한 고찰이 되려 관심을 끈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사인 ‘셸(Shell)’이 2040년까지 전 세계 LNG 수요가 5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지속적인 수요 강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LNG수요량이 2040년 약 6억2500만~6억85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수요량(2023년 기준 4억400만t) 대비 50%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 LNG수입량은 지난해 약 7000만t에서 올해 8000만t 가까이 증가할 것 같다. 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LNG수입국 자리를 차지하였다. 탄소중립(Net Zero) 달성을 위해 ‘석탄 중심’에서 ‘가스 중심’ 에너지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동남, 서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2030년 이후에는 이들 지역에서 큰 수입수요 발생이 불가피하다.

2010년경에 유럽·일본·호주 서방국들의 LNG 수요는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여럿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전쟁 발발 이후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을 차단하자 LNG가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전략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 주요국들이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LNG 확보 경쟁에 나섰다. 그러나 현재까지 체결된 장기공급계약으로는 2030년까지 수급균형 달성에 미흡하다. 유럽에선 구조적으로 연간 5000만~7000만t이 넘는 LNG 공급 부족 현상 발생이 가능하단다. LNG수입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이유이다. 상기 ‘셸“보고서는 2020년대 후반에 완공될 인프라(터미널, 탱크 등)로는 미래 수요 감당이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여건들을 종합하여 미국에너지정보청(EIA:Energy Information Agency )는 2024~2025년 기간 중 Henry Hub 기준 LNG가격을 $3.00/MMBtu로 예측하였다. 이는 2023년 평균가격 $2.54/MMBtu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미국 내 생산과 재고량 증가를 반영한 것이다. 물론 미국 정부 유예 조치가 1년 이상 장기화할 경우 그 영향을 더욱 심각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 시장안정 저해 조치는 미국 국익을 위해서라도 회피할 것이다.

미국 LNG시장변화는 국내 관련 시장에도 당연히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작년 우리나라의 미국 LNG수입량은 512만t 수준으로 호주, 카타르, 말레이시아에 이어 네 번째 수입국이다. 2022년 소비량은 약 4650만t으로,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주요 LNG수입국은 미국, 카타르,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다.

우리는 LNG장기계약 가격지표로 JKM(Japan-Korea Marker)를 사용한다. LNG 등 천연가스 도입은 계약물량 전체에 대해 가격수준을 미리 약정하는 속칭 ’선취계약(Take-or-Pay) 조건 등으로 경직적 조항이 많아 미국 시장변화와의 단기-직접적 연계는 크지 않다. 그러나 일정기간이 경과 하면 결국 추세의 변화에 순응하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 가스 수요증가에 비례하여 현물도입 비중이 지속 증가하여 현재 30%대에 이르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 및 발전 신규 수요에 한해서는 민간기업이 한국가스공사를 경유·위탁하지 않고 직접 수입한다. SK E&S, 포스코 인터내셔널, GS에너지 등이 직접 수입한다.

결국 우리 LNG시장도 시장원리 확대 적용이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차분하게 장기적 안목 아래에서 일반 천연가스 시장과 LNG시장의 구분 대응, 차별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천연가스 시장과 LNG시장을 별도로 분리 대응방안이 시장원리에 순응하는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이 경우 해외 LNG자원개발 프로젝트 운용 가능성을 분석하고, 나아가 해외자원개발투자의 기본개념인 ‘자주공급율(自主供給率)’ 목표설정과 관련 투자원칙 설정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LNG산업 창출에 걸맞은 과학적 분석방안에 대한 학습이 지금부터 매우 긴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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