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특수가스공급업체들이 제시한 외국의 고압용기 각인기준을 놓고 참석자들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산업특수가스공급업체들이 제시한 외국의 고압용기 각인기준을 놓고 참석자들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산업특수가스업계가 고압용기 취급이 매우 불편하다면서 수년 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안전공사 등에 건의했던 고압가스용기 각인 기준이 고압가스기준 담당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좀처럼 바뀔 것 같지 않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7일 가스안전공사 서울광역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특수가스 안전관리 실무협의회에서도 고압용기 각인 기준을 놓고 가스안전당국과 업계가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접점을 찾지 못하자 산업특수가스업계가 실망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글로벌기업이 운영하는 특수가스제조업체의 한 참석자가 미국, 유럽, 일본 등 외국의 고압가스용기 각인 사례를 유인물로 제시,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극단적인 상황만 예를 드는 가스안전공사 담당자들로 인해 특수가스업계 참석자들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자료를 제출한 글로벌기업의 한 참석자는 “유럽과 미국에서는 제조업체명과 일련번호, 그리고 제조사 코드만 용기에 각인한다”면서 “제품 구분과 관련한 각인은 하지 않고 요구사항도 아니며, 안전 식별을 위한 라벨만 표시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기업에 질문한 답변내용을 소개하는 이 참석자는 또 “용기 사이즈가 다르고 만약 30종의 혼합가스를 타각한다면 글자가 너무 작아 표시하기 어렵다”면서 “추가로 용기의 어깨에 각인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이 자료에 그림과 사진까지 첨부해 설명했으며, 특수가스사용업체인 국내 유수의 반도체제조사들도 자체적으로 스티커, 바코드 등을 통해 특수가스용기를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가 가스담당자 너무 자주 바꿔

이에 가스안전공사 담당자는 가스공급업체가 라벨, 바코드 등으로 관리하게 되면 폐업 등으로 가스공급업체가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용기의 이력을 추적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특수가스업계 참석자는 지난해 열린 특수가스안전관리협의회에서 산업부의 에너지안전과 고압가스담당자가 특수가스용기의 경우 ‘SG’로 타각하고 충전가스명은 스티커로 갈음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까지 논의됐는데 논의 자체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 요소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특수가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수가스제조사를 비롯한 반도체제조사들은 이미 라벨이나 스티커, 그리고 바코드 등으로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면서 “현장에서는 각종 센서, 통신 등 IT를 접목해 특수가스용기를 더욱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정부는 최첨단 반도체회사를 조선시대의 대장간이나 철공소 취급을 하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산업부 에너지안전과 등의 고압가스담당자의 경우 6개월 정도 근무하다 떠나는 등 너무 자주 바뀌는 것도 큰 문제”라면서 “한 사람의 담당자가 회의에 지속적으로 참석해 제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학교 실험실에서도 RFID 사용

산업특수가스협회의 한 관계자는 “고압용기 등의 스티커가 훼손된다고 해서 고압가스 충전·판매대장 등 현행 법령에서 정한 규정만 잘 지키면 충전용기의 가스명을 알 수 있다”면서 “가스안전공사가 우려하는 사각지대도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대학교나 반도체제조사의 관계자들도 RFID, 바코드 등을 통해 고압용기를 관리하고 있으며, 충전가스명 또한 스티커로 확인하지, 타각으로 각인한 것은 보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한편 실무협의회에서는 고압가스용기 재검사주기와 관련한 미국, 유럽,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중국, 싱가포르 등 외국의 규정도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KGS 규정은 용기 제작연도를 기준으로 10년 이하는 '5년마다', 10년 이상은 '3년마다'로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가스 특성 및 위험도에 따라 '5년마다' 또는 '10년마다'로 규정해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고 했다. 

산업용가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부나 가스안전공사가 그동안 일본의 규정을 합리적이라고 보고 많이 따른 것 아니냐”면서 “일본도 1998년 고압용기의 재검사주기를 '3년마다'에서 '5년마다'로 늘렸는데 왜 우리나라만 '3년마다'를 고집하는지 알 수 없다”고 반문했다. [표 참조]

가스업계 일각에서는 산업부와 가스안전공사가 그 어느 곳보다 안전관리 수준이 높은 최첨단 반도체회사나 특수가스제조사를 너무 못 믿는 것 아니냐면서 첨단기술을 적용하는 현장에서 이뤄지는 안전관리 업무의 면면을 직접 확인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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