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쓰이는 산업용보일러
해외에서 쓰이는 산업용보일러

[가스신문 = 양인범 기자] 올해 R&D 예산은 지난해 대비 4조6천억원(14.8%) 대폭 삭감되었는데, 이는 33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서울대는 정부에서 받는 R&D 예산이 지난해보다 20% 줄고 학생 연구원 인건비만 200억원이 삭감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공계 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수많은 이공계 연구자들이 한국을 떠나 해외로 떠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은 국내 산업용 에너지기기 개발 연구 사업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산업용 에너지기기 제조사들은 최대 매출액이 1천억원 이내의 중소·중견기업들이 대부분이라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는 대부분 국책과제를 통해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 대폭적으로 이뤄지면서 모든 연구들이 지연되거나 중단위기에 처해 있다.

한 산업용 에너지기기 제조사는 연소식 기화기 국산화를 위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 과제는 2020년 선행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데, 올해부터 2차 과제를 연구한다. 그런데, 이 2차 연구에서 예산이 그대로 편성되었다. 실제 연구 기간은 2배가 되었는데, 예산은 그대로이니 절반의 예산이 삭감된 것이다.

또 다른 예시로 한 산업용에너지기기 제조사는 다른 연구기관, 기업과 함께 산업용  에너지열원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과제의 연구비는 80% 이상 삭감되었다. 제조사 관계자는 “극단적인 예산 삭감으로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 기존에 들어갔던 비용은 그냥 매몰비용으로 처리하라는 뜻이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예산 삭감에 대해서 정부 측은 제대로 된 사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모든 연구 과제는 해마다 성과를 평가하고, 이에 따라서 가점과 감점을 매겨 차후 예산에 반영한다. 이 때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공개하고, 연구 참여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이번에 예산 삭감된 연구들은 아무 기준에 대한 설명도 없이 일괄적으로 삭감한다는 점이다. 그저 정부 방침이 그러하다는 말로 갈무리하려는 모양새다.

정부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은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의 피해가 훨씬 클 수 밖에 없다. 대기업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과제를 수행할 여력이 되지만 인력과 자금이 모두 부족한 중소·중견기업들은 세계 수준을 따라잡기 위한 연구에서 국책과제 수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용 에너지기기 업계는 이러한 면에서 특히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산업용 에너지기기 제조사들은 수소·암모니아 혼소 등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해 신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인건비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연구도 진행이 될 수가 없다.

산업용에너지기기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보통 연구 과제는 4~5년 진행되기에 중간에 예산을 이런 식으로 삭감할 수는 없다”며 “인건비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예산을 삭감하면서 과학 기술의 중요성 등을 말하는 상황은 모순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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