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유화학사의 LPG비축의무를 놓고 산자부, 석화사, 수입사 사이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어떡하든 비축의무를 최소화하려는 석화사와 이를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수입사, 둘 사이를 중재하면서도 마뜩치 않은 산자부가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부터 삼성종합화학을 선두로 한 석유화학사들은 부산물 LPG의 비축과 관련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를 비축유종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자부가 제시한 국가비축시설(석유공사 평택기지)을 대여하는 중재안까지 외면한 채 일방적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석화사의 요구는 "수출전도사"로 통하는 신국환 장관이 산자부로 다시 컴백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 국제적인 설비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사를 배려해야 수출도 활발하게 할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내세워 설득이 상당부분 통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SK가스·LG가스 등 수입사 측은 국제적으로도 나프타를 LPG비축유종으로 인정한 사례가 없으며 형평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석화사 중 삼성만이 저장능력이 부족하다며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물론 이같은 수입사의 입장도 충분한 저장시설을 이미 확보한 기득권과 자사이익을 최대한 추구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결국 양업계 모두 자기입장 만을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석화사 LPG비축 문제에 대해 근원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은 LPG산업에 참여하는 자세가 어떠한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부산물인 LPG 판매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석화사들이 국가 비상시를 대비한 비축은 커녕 자사 판매대리점에 조차 안정적인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산자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본다.

<채덕종 記者>
<200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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