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8세기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3차례의 획기적 기술혁신이 있었고 그 결과 생산이 급증해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18세기말 면공업의 기술혁신(제1파동), 19세기 철도 등 교통혁명(제2파동), 1920년대 중반 자동차, 전기분야의 기술혁신 발생(제3파동)으로 발생한 공급과잉이 그 대표적 예이다.

3차례의 공급과잉 이후 세계경제는 80년대 이후 반도체, 컴퓨터 등 IT부문의 기술 혁신이 전산업으로 파급되면서 생산성이 대폭 높아졌으며 이것이 공급과잉을 촉발해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업종의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이중 자동차산업은 90년대 중반 남미와 동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생산확대로 유휴설비가 늘어났고 철강산업은 90년대 미국, 중국의 설비증설 이후 생산이 급증했으며 유럽 3개 철강사의 합병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포항제철, 한보철강, 인천제철 등이 경쟁적으로 철강설비를 늘렸고 중국의 철강생산은 91년 7,000만톤에서 2000년 1억 2,500만톤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아시아국가와 중동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으며 한국 외에 대만, 중동, 중국 등이 신규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공급과잉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요업종의 공급과잉 원인을 분석하고 그 대응방안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반도체

반도체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해 99∼2000년 사이 과도한 설비투자를 경쟁적으로 계속해 왔다. 2000년은 99년에 비해 70% 이상 늘어난 600억 달러를 투자해 2001년에는 7% 정도의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90년대 중반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져 96∼98년에는 공급이 수요를 9∼15% 초과했고 지난해에는 IT 버블조정 등으로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반도체가격이 폭락했다.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생산능력 증대가 공급과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공급과잉에 따른 반도체가격 폭락으로 최근 반도체 업체들은 투자를 축소하고 있고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공급과잉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사용 기기의 확대 및 메모리 용량의 증가, 업계의 활발한 구조조정에 따라 2002년에는 일부 공급부족이 예상된다.

반도체 업체가 당면한 공급과잉 문제 해소방안으로는 생산확대 위주의 투자를 지양하고 투자계획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한다. 또 라인 업그레이드로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절감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사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시황에 덜 민감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차세대 제품과 기술을 선점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자동차

2001년 세계 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능력은 2,300만대 수준(90년 1,300만대)이다. 과잉생산능력 존재로 가동률이 70%대에 머물고 있고(정상수준 80%)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과잉생산능력이 1,000만대로 가장 많고, 이어 유럽 500만대, 북미 400만대의 순이다.

또 경쟁적인 설비 확장, 기존 설비의 폐기지연으로 과잉생산 능력이 증대됐다. 수요가 늘어나는 지역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설비를 증설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자동차업체들이 자국시장의 정체에 한계를 느끼고 개도국을 현지 거점화해 설비투자를 확대한 것도 과잉생산 능력을 부추겼다.

하지만 기업들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설비 증설을 억제하고 있고 각국 정부는 비효율 생산설비 감축을 지원하는 등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있어 과잉생산 규모가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자동차업체들의 수익성 중시로 설비확장이 억제되고 있고 구조조정 진행에 따라 과잉생산 규모가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조 선

한국 조선업계는 일본, EU 등 경쟁국들의 견제를 받았지만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94∼96년 현대중공업(2기), 삼성중공업(1기), 한라중공업(2기)이 VLCC(초대형유조선) 건조가 가능한 대형도크를 건설하는 등 설비를 확장했다.

경쟁국들은 한국이 공급과잉을 심화시킨다고 비난했고 90년대 내내 船價가 상승하지 않은 것은 상당 부분 설비 증설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90년대말 이후 중국 조선업계는 본격적인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속해 外高橋, 후동조선소를 중심으로 VLCC, 대형 LNG선 등을 건조할 수 있는 대형 도크를 건설했다. 이에 따라 도크가 본격 가동되는 2003년 이후 공급과잉이 심화될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공급과잉 지속과 조선경기 침체에 대비해 업체간 통폐합 및 사업철수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고 기존 설비의 생산효율 향상을 위해 디지털기술 접목, 신생산공법 적용 등을 시도하고 있으나 공급과잉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철 강

세계 철강업계는 90년대 중반 이후 공급과잉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95년 16%를 정점으로 공급과잉률이 조금씩 줄고 있으나 여전히10% 이상 과잉인 상태이다. 2000년 1억9,000톤 정도인 과잉 생산능력이 2005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철강 생산능력이 매년 1천만톤씩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각국이 생산능력 감축에 합의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용 절감을 위한 생산량 증대와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구조조정지연 등이 공급과잉의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공급과잉 해소와 생존을 위해 산업 전반의 통합 및 대형화에 대응키 위해 합병 및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또 노후설비를 교체해 유지비를 절감하고 가동률 향상 등 생산효율 증대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고는 있으나 세계적 공급과잉 문제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석유화학

90년대 이후 한국, 동남아, 중동 등이 아시아지역의 공급과잉 및 수급구조 악화를 초래했다. 한국은 90년대 2차에 걸쳐 대대적 증설을 추진했으며 동남아도 90년대 중반 자급 단계를 지나 수출산업으로 육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유화제품 공급기지를 목표로 투자를 확대해 99년 말부터 중동국가들이 대대적 신증설을 추진했고 생산제품을 아시아로 수출해 공급과잉을 부추겼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석유화학은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여유설비(과잉설비)가 존재하는 것도 공급과잉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향후 수년간 주로 중동, 중국지역에서 대대적인 신증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한국과 일본에서는 당분간 신증설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 단지별 품목별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소규모로 증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5∼2010년 구미 및 대만업체가 10여건 이상의 초대형 프로젝트(80∼100만톤 규모의 에틸렌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어서 한국, 대만, 일본, 동남아 및 중동 국가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공급과잉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업체간 사업통합 및 사업교환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공급과잉 정도가 심각한 에틸렌, PE, PP, PS, PTA 등의 품목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대응방안

산업구조를 기술·지식집약화, 고부가가치화하는 것이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단순노동력과 조립·가공기술에 바탕을 둔 기존 산업구조와 생산방식으로는 중국 등 후발국들과의 경쟁에서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산업발전의 축을 양적인 성장에서 고급화·소프트화·유연화로 전환하고 원천 노하우, 제품설계, 디자인 등 필요한 요소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신규 설비투자보다는 기존설비의 효율향상에 주력해야 한다. 국가간 과잉설비 논란, 대규모 자금소요 등으로 인해 향후 성숙산업에서의 신규 대형투자가 어려워져 각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선에서 적정 설비규모를 유지하고 설비규모가 아닌 설비의 종합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존 설비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가동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간, 국내기업간 협력을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해야 한다. 한중일 손실분담(loss sharing)을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해야 한다. 각국은 생산조절, 설비조정, 과도한 가격경쟁 지양 등에서 협력해야 한다. 동북아 3국은 산업구조가 유사하고 경합제품이 많기 때문에 협력시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직접투자나 기업활동의 국가간 장벽을 완화해서 공급과잉 문제를 국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이 한국기업을 인수하게 되면 한국의 공급과잉과 중국의 수요부족이 동시에 해결될 수 있다. 국내업체는 세계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국내에서도 M&A, 공동 설비삭감 등을 추진해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최봉 수석연구원>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