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저녁,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대구에서 LPG판매업소를 운영한다는 이 사업자는 방금 TV 시청을 했는데 울화통이 터져 참을 수 없어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아파트 화재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LPG사고를 보여주면서 LPG를 무슨 흉기처럼 보도하더라고 그는 전했다. 또 이를 보고 즉시 해당 방송사에 전화를 걸었으나 몇 군데로 서로 떠넘기기만 하고 책임있는 담당자와는 결국 통화조차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인터넷에 접속해서 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 문제의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서울방송(SBS)의 생방송 투데이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은 '아파트 화재-이웃집도 불안하다'는 주제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방재(防災)시설이 부족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청자에게 경각심을 부여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프로그램 초기 각종 아파트 화재 및 폭발사고를 얘기하다가 갑자기 지난 달 발생한 수원시 매탄동 연립주택에서 발생한 LPG폭발사고 현장을 보여주었다. 이어 온 몸을 붕대로 감은 피해자와 인터뷰를 하고 심지어 안전공사에서 실시했던 LPG용기 폭발실험을 보여주면서 LPG가 터지면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멘트도 실었다.

판매사업자가 화가 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고층아파트는 대부분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있고 또 일반 화재로 인한 사고사례가 많은데도 굳이 LPG사고 현장을 같이 보여주고 아무 상관없는 폭발실험 장면까지 내보내 위험성만 지나치게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이같은 보도가 쌓이면서 결국 국민들은 LPG에 대해 등을 돌릴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LPG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안전한 사용을 고취시키는 프로그램은 많을수록 좋다. 이를 통해 사고를 줄이고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가스를 사용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에서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정 연료의 위험성만 부각하는 화면을 구성하고 이를 내보내는 처사는 LPG사업자들에게 깊은 상처만 줄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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