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자가 봉합기를 이용해 용기의 봉합작업을 하고 있다.


공정상 오류 없는 용기생산시스템 갖춰야
설비추가 따른 코스트 늘어 업체 부담 클 듯

 

고압용기 검사체계에 대한 변화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기술표준원이 이음매 없는 고압용기의 품질향상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관련규격까지 개정할 것을 검토함에 따라 용기생산업체들이 이를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잇따른 소형고압용기 파열사고로 용기의 품질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진 데서 비롯됐다.

특히 사고가 난 업체의 용기를 수집해 내압 및 외관시험은 물론 기계·화학적 분석까지 실시한 가스안전공사의 수집검사에서 국내 일부 업체가 생산한 용기 하단 봉합부 주위에 흠이나 갈라짐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등 사고의 원인이 제품결함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기표원은 국내 고압용기의 생산 및 검사체계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고 판단, 고압용기의 품질개선을 위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미 4개고압용기생산업체를 비롯해 가스안전공사, 한국표준협회,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월7일과 9월7일 두 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열고 여러 가지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7월의 간담회에서 기표원은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코스트 증가로 용기의 가격인상요소가 발생되더라도 관련규격 개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산 용기업체의 가격경쟁력보다는 소비자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제3자 검사기관제 도입될 듯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의 이음매 없는 강제 고압가스용기 규격인 KS B 6210/6217을 국제표준규격인 KS B ISO 9809로 변경, 적용키로 한 것이다. (표 참조)

KS B 6210/6217규격은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의 검사 기준보다 더 완화돼 있으며 이로 인해 제조자의 공정오류가 나타나기 쉽고 불량제품 유통을 차단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고법에서 규정된 용기의 내부검사기준이 KS규격에는 없으므로 KS규격을 계속해서 적용할 경우 내부 봉합부 불량용기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등 해외 용기생산업체들이 현행 KS규격을 취득할 경우 국내시장 진입이 용이해 질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외국의 용기생산업체들도 자체검사를 통해 용기를 공급함으로써 비용이 절감돼 가격경쟁력을 부여해 주는 꼴이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업체에 돌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KS B ISO 9809규격 적용시점에 대해서는 준비기간을 고려해 일정기간 후 시행키로 참석자 대부분이 동의했다.

또한 KS B ISO 9809규격에서는 제3자 검사기관의 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KOLAS인정 공인검사기관을 중심으로 한 제3자 검사기관 검사의 필요성에도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용기생산업체들의 각종 생산 및 검사설비 구비정도에 따라 등급별 심사제를 도입, 등급에 따라 검사를 차등 적용하는 방안에는 일부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모두 똑 같은 검사방법을 적용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KS B ISO 9809규격에는 국내 실정에 적합한 나사산, 표시사항, 도색 등은 현행 KS B 6210 및 고법에 적합하도록 보완 후 재검토하기로 했다.

외국기업 진입 억제기능도

앞으로 KS B ISO 9809규격을 적용하게 되면 우선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의 장점으로는 △재료의 물성을 고려한 재료선정 △초음파검사, 압렵반복시험, 정밀검사 등의 추가로 용기의 설계조건 강화 △공정의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검사공정에서 불량용기 유통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수 경도시험을 추가함으로써 열처리 불량을, 봉합부 단면절단 검사를 통해 봉합 불량을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UT, 반복가압시험, 경도시험을 위한 각종 설비보완에 따라 제조업소의 코스트가 증가, 업체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중국을 포함한 외국의 용기생산업체도 이 같은 설비를 갖추고 국내 공장심사와 제3자 검사기관으로부터 검사를 받아야만 국내에 진입이 기능하기 때문에 국내시장 진출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검사 생략할 수 없도록 강화

고압가스용기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일부 업체의 생산설비로는 아무리 공정관리를 잘 한다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압시험 30초, 기밀시험은 1분 정도는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내압시험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자동기록지를 출력하는 등 그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를 생략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반복가압시험장비도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생산설비 중 봉합기의 중요성을 강조되고 있다. 현행 고법에서는 봉합기를 갖춰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보다 세부적으로 명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봉합기는 예열기와 가열기로 나뉘어져 있는데 국내 일부 업체 봉합기의 경우는 예열기 없이 가열기만 설치돼 용기가 생산되고 있다. 1100℃까지 예열하는 과정 없이 가공하게 되면 용기의 봉합과정에서 봉합부에 심각한 오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용기를 예열기 없이 가열기로만 약 950~1050℃로 가열하면서 가공하면 가스요금과 작업시간이 절감되지만 불량제품이 나올 수밖에 없고 예열기가 없는 봉합기로 생산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용기의 내면 및 표면을 비파괴검사하는 초음파탐상시험(UT)과 자분탐상시험(MT)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도 이 같은 검사장비를 구비하고 있는 업체도 있고 갖추지 못한 업체도 있다. 선진 외국에서는 재료시험은 물론 검사체계도 매우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고 한다.

자동제어방식의 설비 갖춰야

품질은 물론 안전성이 강화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정상 오류를 없애야 한다. 작업자의 오류 등 각종 오류를 잡아 낼 수 있는 자동화된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불량이 발생했을 경우 원인을 분석하는 등 자동제어방식의 설비를 갖춰 균일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 다음 자체 품질관리요원이 용기의 품질을 검사하고 마지막으로 제3자 검사기관의 검사까지 마쳐야 비로소 안전한 용기를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용기생산업체는 용기의 두께 측정기, 용기용 밸브 부착기를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는데 일부 업체는 이 설비마저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곳이 있다. 용기용 밸브를 부착할 때 토르크값을 측정하는 게이지가 망가져 수리하지 않고 그냥 사용하고 있는 등 기본적인 안전도 방치되고 있다.

또 수압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동하지 않고 검사자체를 빼먹는 것은 다반사라고 한다. 수압설비를 가동하지 않다보니 자연 고장이 나 있는 상태가 많다.
무엇보다 용기생산업체의 대표자가 나서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인력보강도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용기생산업체들의 대응책

현재 국내에서 이음매 없는 강제용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엔케이, 화인텍, 하이프레실, 네오실린더 등 4개 업체가 있다.
이중 하이프레실과 네오실린더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각각 한국고압실린더, 유성기업으로 용기를 생산한 업체다.
한국고압실린더와 유성기업은 계속되는 경영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올해 초 경매절차를 거쳐 새로운 주인이 들어섰고 하이프레실과 네오실린더라는 새로운 간판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잇따른 파열사고로 최근 KS표시정지를 통보 받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기술표준원이 용기생산에 따른 규격의 개정을 추진하자 이들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엔케이와 화인텍도 기표원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설비점검에 나서고 있다. 국내 4개 용기생산업체의 대응전략 및 최근 동향을 알아본다.


엔케이
다양한 용기로 세계시장 공략

 

▲ 부산의 엔케이 공장

국내 고압용기의 선두주자인 엔케이(대표 박윤소)는 KS B ISO 9809규격을 적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이미 ISO규격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규격을 취득, 적용해 세계시장에 용기를 수출한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케이는 최근 들어 고압용기의 수요가 부쩍 줄자 차량부착용 CNG용기, 튜브트레일러 등 다양한 용기를 생산함으로써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엔케이는 현재 고압용기 재검사기관인 엔케이텍을 통해 중부지역에 용기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용기생산은 물론 재검사업무를 병행하기 때문에 원활한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 엔케이는 지난해 말 부산 지사과학단지에 새로운 용기공장인 NKCF를 착공했으며 중국 상하이, 이란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화인텍
DOT인증으로 미국시장 진출

 

▲ 경기도 안성의 화인텍 공장

지난 2003년 용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화인텍(공동대표 김홍근·임재인)은 무엇보다 최신 자동화설비를 갖추고 있어 이번 ISO규격 적용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화인텍은 특히 미국 운수성(DOT) 인증까지 획득해 지난해부터는 미국에도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총 5000개를 선적했다.
또 지티코리아, 천해고압용기 등 국내 고압용기유통업체를 각각 중부 및 남부대리점으로 두고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 회사 가스사업부 김천균 이사는 “국내에는 고압용기생산분야의 전문가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용기의 품질향상을 위한 전문인력양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근 화인텍도 고압용기 생산에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 조만간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이프레실
KS까지 반납…체질개선 나서

 

▲ 경기도 이천의 하이프레실 공장

올해 초 경매를 통해 한국고압실린더를 인수한 하이프레실(대표 김성군)은 요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각종 생산 및 검사설비의 재정비에 나섰다.
최근에는 새로운 주인이 나서 의욕적으로 설비보강을 하고 있지만 한국고압실린더 시절에 발생한 소형고압용기의 균열사고로 인해 1개월의 KS표시정지까지 받아 사업 정상화가 더욱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KS표시까지 반납하고 강력한 체질개선에 들어갔다. 사무실까지 확장,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하이프레실은 오는 10월까지 설비를 갖추고 연말쯤 KS표시를 다시 취득, 연말부터는 본격적인 용기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S B ISO 9809규격에 따른 추가설비는 내년 말까지 갖춰 차질 없이 용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나는 것이다.

 


네오실린더
생산·검사설비 발주 검토 중

 

▲ 충북 충주의 네오실린더 공장

소형고압용기 생산라인을 갖춘 네오실린더(대표 김성주)는 아직까지도 KS표시정지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올해 초 용기파열사고와 경매가 겹쳐 한바탕 홍역을 치른 네오실린더는 현재의 김성주 사장이 나서 각종 생산 및 검사설비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이선영 소장은 “현재 가스안전공사의 검사를 받아 용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KS B ISO 9809규격 적용에 따른 대책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충북 충주시에 소재한 네오실린더는 그동안 소화용기도 생산해 왔으나 경기침체로 인해 경영난이 지속돼 왔다.
다행히 직원들이 나서 회사를 살리겠다며 꾸준하게 용기를 생산해 오는 등 재도약을 꿈꾸며 최근 생산설비의 전면보수에 나서고 있다.
네오실린더가 영업재개를 언제할 것인지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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