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은 남편이고 노조는 아내다. 남편은 열심히 돈을 벌고 아내는 남편을 믿고 살림을 잘 꾸려야 한다. 남편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 와도 부인이 남편을 믿지 않고 밖으로 나돌면 집안이 잘 될 수 없다”

얼마 전 배영호 (주)코오롱 사장이 경북 구미공장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은 자리에서 강조한 ‘노사 부부론’이다. 2년 전 64일간의 파업 이후 해고자 복직 투쟁이 이어지며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던 노조 사무실에 들른 배 사장은 경영진이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잘 할 테니 노조는 회사를 믿고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노조 측도 회사와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상생자원봉사단을 구성하는가 하면, 노조위원장 명의로 거래처에 노사화합을 다짐하는 서신을 보내는 등 신뢰회복과 회사 살리기에 전력을 쏟았다. 이후 화기애애한 노사상생이 이루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회사경영이 좋아져야 직원들의 몫도 커질 수 있으며,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질 때 기업도 발전할 수 있음은 너무도 자명한 이치다. 서로가 신뢰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주장만을 내세운다면 모두가 피해자이며,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얼마 전 포항지역 전문건설노조가 파업을 벌이자 이에 수 만명의 시민들이 궐기대회를 열어 파업 철회를 촉구한 것이나, 발전산업 노조가 백기 투항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얼마 전 현대중공업 김성호 노조위원장 앞으로 전달된 두통의 편지가 알려지면서 화제 거리가 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이 다 현대중공업 같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로 1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노사가 화합해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준 데 대한 소박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기업을 둘러싼 주변여건은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다.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급등, 글로벌 경쟁 격화라는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노사 간의 신뢰를 쌓는 것도 갈수록 어려운 환경이다.

이에 따라 불황의 파고를 넘고, 새로운 도약을 꾀하기 위해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노사상생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상생경영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노(勞)와 사(使)가 하나가 되어 머리를 맞대고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동반 성장전략을 구사하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노사는 임직원 기(氣)살리기, 자기계발을 위한 기회 제공, 사회공헌활동 강화, 복리후생제도 확대 등, 사내 동호회 활동 지원, 각종 교육 확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내부고객인 직원들부터 만족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직원만족 경영에 적극적이다. 노사화합을 통해 대내외적인 경영악화로 위축된 조직의 분위기를 활성화하지 않으면 자칫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다행히 가스업계의 노사갈등은 그리 많지 않다. 몇몇 기업이 갈등을 빚고, 반목을 보인 것 외에는 충돌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노사 양측 모두 대립과 갈등보다는 대화와 협의를 통해 모두가 윈-윈하는 공존공생의 길을 모색했다는 의미이다.


[인터뷰] 전국가스노조협의회 문수일 사무처장

“향후 발생 가능한 갈등요인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숙제”

 

“도시가스업종이 매년 매출을 비롯한 외형은 물론 수익도 꾸준하게 성장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노사관계는 비교적 협력관계를 잘 유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근래 들어 임금 및 복지수준 등이 일정수준에 도달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과 불평도 상당히 해소됐구요”

 

전국가스노조협의회 문수익 사무처장(서울도시가스 노조위원장)은 도시가스업계의 노사관계가 국지적으로는 문제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분위기가 이어져 왔다고 평가했다. 공급 안정성과 안전이 강조되는 업종의 특성은 물론 도시가스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등 큰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외국기업이 도시가스사업에 참여하면서 상당한 변화가 오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특히 가스산업구조개편 및 도소매 경쟁도입 등이 본격화 될 경우 향후 상당한 마찰 소지가 발생할 개연성도 커지고 있죠.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진단은 구조개편 등으로 인해 경쟁체제가 도입될 경우 경영효율성과 이익을 중시하는 경영체제로 변화, 도시가스 직원의 정리해고 등 인력구조조정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이미 효율성이 중시되는 대기업 산하 일부 도시가스사의 경우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노조활동도 약화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기에 배관안전점검원 등 정부의 규제정책이 완화될 경우에도 종사자들의 고용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과 대부분의 도시가스사가 항아리型 조직구조로 인해 조만간 인사적체 및 인력배치의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는 측면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95년 배관안전점검원제도 도입 등 가스사고를 명분으로 일방적인 정부정책으로 빚어낸 부작용의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어요. 결국 정부나 회사도 이 같은 부분에 책임감을 가지고 종사자들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이처럼 노사관계를 헤칠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현명하고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법과 관련해서는 인위적인 인력조정이 아닌 신규사업 진출, 안전투자 유지 및 관련 연구활동 강화, 교육을 통한 선택권 확대 등을 제시했다.

“노사관계라는 것이 아무리 잘해도 100% 만족은 힘들며 견제와 상생이라는 상호관계가 작용한다고 봅니다. 결국 노사상생 및 협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양자 모두 마음의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항상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채덕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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