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봄에 처음 난을 사서 키워 추석 3일 후 첫 번째 꽃이 피웠는데 은은한 그 향이 너무 좋아서 이를 계기로 서서히 난에 빠져 들었죠. 특히 91년부터 98년까지 주말은 물론 여름휴가 등을 일제 반납한 채 난을 캐러 다니는데 푹 빠졌습니다”

서울도시가스 신규사업부 양윤규 국내사업팀장은 난(蘭) 애호가로 회사 안팎에서 소문이 무성하다. 대구에서 근무하던 83년, 집 근처에 꽃시장이 있어 구경을 하다 그 향에 이끌려 3촉의 관음소심(동양란 품종의 하나)을 사면서 시작된 그의 ‘蘭 사랑’은 20년을 훌쩍 넘겨 오늘에 이르렀다.

양 팀장이 현재 키우고 있는 난은 모두 400여분, 여기에 풍란 등 야생란 30여분 까지 있어 아파트 베란다 3면을 모두 꽉 채우고 있다. 이 정도면 취미생활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다른 식구들은 이미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모든 공휴일을 쏟아 부어 채란(採蘭)에 나서는가 하면, 난 때문에 그 흔한 에어컨이 없을뿐더러 한여름에도 선풍기는 난이 차지하고 있다니 그럴만도 하다.

“난은 식물 중에 가장 진화된 식물입니다. 어린 묘를 가지고 꽃을 볼려면 빠르면 5년 늦을 경우 10년 이상 걸리죠. 이 과정에서 햇빛, 온도, 물 관리를 잘해야만 난이 제대로 자랄 수 있어요”

독학으로 시작된 그의 애란(愛蘭)생활은 1992년에 동호회인 서울난회에 가입한 이후 꽃을 피워, 이후 수차례 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난은 동적이 아니라 정적인 만큼 이를 가꾸면서 마음수양을 할 수 있습니다. 어린 난을 사서 꽃을 피울 때까지 기다림을 배울 수 있으며 분갈이를 통해 난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나눔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도 큰 행복이죠”

현재 그가 가장 신경을 써서 재배하고 있는 난은 한국춘란 중투호. 친구에게서 얻은 3촉 짜리 중투호를 정성껏 배양, 4년 후 늘어난 3촉을 다시 돌려주기도 했다. 작품성도 뛰어나 엽예품전국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굳이 값을 따지자면 2천만원은 충분하다고….

이제 그의 꿈은 전원주택을 지어 난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이 아니라 정년퇴직을 한 이후 20∼30년 간의 세월을 난과 그리고 난우와 함께 지내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그때가 오면 손님에게 대접할 차는 물론 분재와 수석, 시골에 옮겨놓은 야생화도 가져올 것이라고 조용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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