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동 ‘토토의 오래된 물건’에 들어가면 지금은 성인이 된 사람들의 어릴 적 기억을 재생 시켜주는 물건들이 많다. 특히 어린 자녀와 같이 가면 ‘부모의 개구쟁이 어린 시절’을 설명해 주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순전히 어른이 됐기 때문에 찾아오는 삶의 고단함이 있다. 업무 스트레스, 대인관계에서 오는 피로감, 큰 집으로 이사한다는 주변사람들의 얘기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등 셀 수 없이 많다. 이럴 때면 자연과 더불어, 또 동무들과 더불어, 혹은 조악한 장난감들과 더불어 아무런 걱정없이 놀기만 했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기만 한다.

“어, 달고나네. 학교 앞에서 매일 만들어 먹었는데…”

“이거 기억나? 뱀주사위 놀이…간첩잡기 칸에 맞으면 고속도로 탔잖아”

‘토토의 오래된 물건’에 들어서면 옛 추억이 떠올라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언뜻 눈물을 짓기도 하고, 눈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릴 때 즐거웠던 기억들 때문에 연신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말을 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성인이 된 30~50대들이 까마득히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라던가 자잘한 각종 생활용품, 학용품들을 한 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쌍안경처럼 생겨 눈을 대고 그림을 보는 장난감인 ‘3D 뷰마스터’, 갈탄 난로에 올려놓았던 ‘양철도시락’, 투명한 유리로 된 ‘옛 우유병’, 누렇게 바랜 80년대 초등학교 ‘산수책·국어책’ 등이 그것들이다.

어릴 적 잊고 놀았던 또는 보았던 여러 가지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면 새까맣게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개구쟁이 시절이 떠오르게 된다. 새로 나온 마징가Z 프라모델을 사달라고 조르다가 엄마에게 회초리 맞던 일, ‘애향단’이란 멋진 이름하에 학급 단위로 일요일 아침에 모여 골목길을 청소했던 일, 채변봉투를 받아든 건 며칠 전인데 등교시간에서야 겨우 생각나 급하게 마당에 신문을 깔고 일을 보던 일 등등.

‘토토의 오래된 물건’에 자녀와 함께 가면 특히 즐겁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와 게임기가 가장 좋은 친구라 친한 친구도 없이 방안에서 노는 것이 전부지만, 그 부모가 그 자녀만큼이나 어렸을 땐 컴퓨터와 게임기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엄마아빠는 어릴 때 무엇을 가지고 놀았나요?’라고 묻는 아이가 있다면 자녀와 함께 인사동 ‘토토의 오래된 물건’에 데리고 가 보자. 동그란 딱지, 네모난 딱지 몇 장만 있으면 해지는 줄 모르고 동무들과 어떻게 놀았는지, 캔디·루리 등의 순정만화 주인공을 모델로 한 종이인형 몇 벌이면 점심 먹으라는 엄마의 외침도 마다한 채 동무들과 어떻게 소꿉놀이를 할 수 있었는지 가르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안국방면에서 종로방면의 1/3 지점쯤의 인사동 거리에 있는 ‘토토의 오래된 물건’은 단돈 500원의 입장료로 들어갈 수 있는 ‘유년의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할 수는 없지만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그곳인 만큼 ‘어린 시절로의 기억 여행’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하차, 6번 출구로 나가 인사동 골목으로 들어간 후 우측 ‘대성산업’ 본사 지나 20미터쯤 우측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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