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일엔 아침 일찍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난을 돌보는 일이다. 이를 통해 유 과장은 시골의 아침을 맞이한다.

“3월엔 춘란, 4, 5월엔 대엽풍란, 6, 7월엔 소엽풍란이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온 집안에 난꽃 향기를 퍼뜨려요. 그 냄새가 얼마나 좋고 진한지 난을 키워본 사람만이 알지요. 뭐랄까… 화원에 들어간 느낌이랄까.”

귀뚜라미보일러 영업본부전략유통팀의 유재영 과장(39)의 난 예찬이 한창이다.

유 과장은 본래 시골출신이다. 꽤 잘 나가는 기업체에 다니면서도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화원’을 직접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난의 고아한 모습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젊었을 땐 화초 기르는 일이 좋아 화원에 취직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아마 어릴 때 집안의 농사를 돕던 때의 손맛이 계속 남아 있어서 그런가 봐요. 몸으로 배웠던 흙에 대한 감각이 무슨 향수병처럼 남아 잔병을 치른다고 해야 할까…”

유 과장은 이제 몸이 도시에 소속되어 농사를 짓지 못하지만 흙에 대한 그리움을 난을 키움으로 달랜다고 말했다. 농심에 대한 그리움은 차마 버리지 못하겠고 그렇게라도 위로받고 싶었던 것이다.

집 베란다에 작은 뒤란을 치고 키우는 난의 종류도 다양하다. 키가 큰 종류의 혜란, 색이 들어가 멋들어진 부기란, 하얀 눈이 떨어진 것 같다고 해 이름붙인 설란, 돌과 나무에 붙여서 키우는 석부작 목부작.

난 키우기가 아무리 까다롭다해도 거의 10년 가까이 난을 키워 왔다면 이제 전문가급에 속할 법도 한데 유 과장은 지금도 여전히 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화전분재연구원에 수시로 찾아가 난에 대해 공부해요. 또 인터넷 난 동호회에 가입해 정보를 공유하며 수시로 사람들을 만나 채란여행을 떠나기도 하고요. 야생에 사는 각종 난을 찾아 채집하는 일 말예요.”

그에게 가장 가격이 높은 난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난에 가격을 매겨서는 안돼요. 아무리 귀하고 좋은 난이라고 해도 진정한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그 가치는 잃어버리고, 아무리 흔한 난이라도 키우기 따라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난이 되는 것이니까요. 가격이 높은 난보다 애호가들이 귀하게 여기는 난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라면 ‘호피반(난잎에 색이 있는 난)’쯤 될 거예요.”

난을 키우고 좋은 변화가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

“집 생활에 충실해져요. 밖에서 지인들과 지나치게 어울리는 사람은 난 키울 시간조차 없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히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하죠. 또 키우던 난을 분갈이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주로 꽃대가 막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으로 주곤 하는데 며칠 후 꽃이 피면 ‘신기하고 아름답다’고 감탄을 하죠. …그러고 보니 우리 회사에 내가 준 난 선물이 인연이 되어 난 애호가가 된 사람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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