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발코니의 난을 손질하는 김형진 실장

발코니에 소규모 식물왕국 건설

화려하든지 향기가 고상하든지 화초 자체에 어떤 기품이 있든지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가꾸고 돌보는 일, 바로 ‘난(蘭) 키우기’는 원예취미의 일품이라 하겠다. ‘난 키우기의 기본은 살아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 운을 떼는 신재생에너지센터 김형진 실장. 난 기르기에서 요즘에는 작은 나무 기르기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그를 만나 잠시나마 자연을 들여다보는 혜안을 배워 보았다.

“우리 같은 기술자들은 정서적으로 조금 메말라 있을 수 있죠. 그래서 틈틈이 식물을 돌보는 일만큼 아름다운 취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의 중추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센터보급실의 김형진 실장은 무엇보다도 난을 비롯해 분재된 작은 나무를 돌보는 일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이제는 길거리를 지나다 무심코 스치는 나무들에게 이름을 불러줄 만큼 자연과 친해진 김형진 실장은 센터 내에 있는 수많은 난들을 ‘보급’한 진정한 센터의 보급실장이다.

“난을 키우고 나무를 돌보면서 계절을 읽는 법을 배웠습니다. 2월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꽃, 진달래, 벚꽃, 철쭉 등 그들이 고개를 들고 환하게 웃는 시기를 알기 때문이죠.”

자연을 읽고 그리고 그 신비로움을 전도하는 김형진 실장이 처음 난을 비롯해 나무, 꽃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비서실장으로 정장섭 이사장을 보좌하던 시절, 그분이 난을 돌보는 노력에 흠뻑 감동을 받았다고. 난을 비롯해 이름 모를 나무들로 가득했던 이사장의 집무실을 떠올릴 때면 이사장의 온화한 성품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 수 있었다고 웃으며 그때를 떠올린다.

그 시절 이사장이 선물한 난을 계기로 난 키우기에 입문한 김형진 실장은 지금도 센터 곳곳에 보살핌의 손길을 기다리는 난들에게 일일이 물을 주며 상태를 살핀다고 한다.

최근에는 관음죽, 석류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 등을 키우는 재미에 빠졌다는 김형진 실장은 경기도 용인 ‘한택식물원’에서 책갈피에 넣어 가져온 단풍나무 싹이 화분에서 쑥쑥 자라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간혹 동네 부녀회 시장에서 구입하거나 전국 유명 식물단지에서 구해온 나무 씨들을 가져와 아파트 발코니에 입주(?) 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에 아내가 종종 볼멘소리를 낼 때고 있다고 슬쩍 귀띔해 준다. 그런 그의 발코니엔 종류만 25 가지가 넘는 갖가지 난과 나무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다.

앞으로도 난을 비롯해 나무, 꽃 등 편식 없는 식물사랑을 펼치겠다는 김형진 실장. 전국에 설치, 보급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마다 푸른 에너지 빛이 감도는 건 보급실장의 요직을 맡은 그의 기운이 전해진 것은 아닐까.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