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오 매니아 이규영 차장이 음악감상 및 앰프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음반을 뽑아 플레이어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100여명의 교향악단을 내방에 끌어들여 연주를 듣는 듯 합니다. 때에따라선 성질고약한 지휘자가 되기도 하고 못된 임금처럼 명창들을 불러 모을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되기도 하지요”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에서 근무하는 이규영 차장은 ‘오디오 환자’다. 초등생때 한전에 근무하는 큰형 자취방에서 형이 직접 조립한 진공관 앰프의 스테레오 사운드를 듣고 ‘귀가 번쩍 뜨이면서’ 앰프제작을 위해 중학교때부터 인두를 잡았다. 결국 대학 전공도 전자공학을 했다고.

“대학시절엔 말러, 푸치니, 쇼스타코비치까지 고전음악에 본격 입문했습니다. 좋은 클래식을 듣기위해선 미세한 떨림까지 잡아내는 앰프가 필수입니다. 같은 비용이라면 기성앰프에 비해 자작앰프의 성능이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10여년전 ALTEC 스피커를 들여놓고 도달할 수 없는 고행길에 접어들었다. 40년대부터 극장 등에서 한시대를 풍미한 스피커로 이런 빈티지 오디오의 생동감 있는 음을 한번 들으면 집안에 들여놓지 않고는 결딜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중독성이 있다고.

‘최고의 소리’를 만든다고 허구한날 어두운 방구석에 틀어박혀 수천가지 가능성을 탐구하다보니 한집에 사는 가족과도 대화할 시간도, 프로야구와 월드컵 경기도 남의 일로 여겨질 뿐이란다.

“죽어도 낫지 않는 불치병에 걸린 겁니다. 귀가 멀어 못들을 때까지 천상의 소리를 향해 ‘이번이 마지막 앰프다’라고 뇌까리며 결국 또 앰프 제작에 몰입하니 말이지요”

고전음악과 빈티지 오디오에 관한한 책 몇권을 쓸 자신있다고 말하는 이 차장에게서 잔잔하면서도 웅장한 음률을 넘나드는 교향악 선율이 들리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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