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하던 도중에 한 컷

‘자전거는 인간의 몸이 끌고 가는 바퀴로 인간의 몸 한계 안에서 움직이는 인간 걷기의 변형이다. 삶의 영원한 본질은 아날로그이다. 살아있는 휴먼바디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삶의 진실이다’

자전거 여행가이자 소설가인 김훈이 ‘왜 자전거인가’라는 질문에 밝힌 대답이다. 최근 들어 자동차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던 자전거가 관심을 받고 있다. 고유가다 교통체증이다 말들이 많지만 정작 자전거를 선택하는 것은 어떤 ‘끌림’에 의해서다.

에너지관리공단 경남지사의 김권수(29) 씨는 오늘도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확인하고 출근길을 나선다. 허벅지로 전해오는 저항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김권수 씨가 처음 자전거 여행을 접한 것은 전역 후였다. 막상 복학 이전에 추억을 만들기 위해 집에 있던 자전거를 둘러메고 2002년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떠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렇게 김권수 씨는 2년 주기로 두 차례에 걸쳐 제주도 자전거 여행을 마쳤다고 한다.

“산을 오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개인적으로 사색할 시간이 많죠. 그렇다고 마냥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치며 볼 수 없는 풍경이 들어옵니다. 그럴 때면 가슴에도, 사진기에도 그 순간을 팡팡 찍어내느라 정신이 없죠.”

김권수 씨의 자전거 여행은 자기성찰의 효과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6년 자신했던 공기관 최종 면접에서 쓴 잔을 마시고 다시 한 번 긴 자전거 여행길을 나선 것. 인천에서 창원까지 500㎞를 3일 동안 내달리면서 나름대로 극복을 했다고 한다. 육체가 극한에 달하면 정신이 맑아진다는 걸 깨달았다고 술회한다.

그렇게 맑아진 몸과 마음으로 2007년 에너지관리공단에 입사한 김권수 씨는 현재 경남지사에서 근무하면서 자전거 사랑에 더욱 빠지고 있다고 한다.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된 창원시 덕분에 지사가 있는 마산까지 왕복 24㎞가 편합니다. 창원은 국내 지자체 최초로 자전거정책과를 신설하는 등 의욕적으로 자전거 보급에 확대하고 있거든요.”

이러한 좋은 환경에 있는 김권수 씨는 지난달 월급을 아껴 모아 130만원짜리 MTB를 구입했다. 그는 “이번 여름휴가에는 동해가 내다보이는 국도를 따라 더위를 날려버리고 왔다”며 즐거운 미소를 보였다.

주말 아침이면 창원에서 진해로 넘어가는 안민고개를 올라 한눈에 들어오는 도시전경을 본다는 김권수 씨. 그를 따라 자전거를 타면서 보는 풍경과 바람의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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