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과장이 레고 블록을 이용해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핀잔주며 시큰둥했던 아내도 이젠 마니아

레고라고 하면 흔히들 어린이 장난감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니다. 성인용 레고가 있어 우리나라에만 3만~4만명 정도가 취미 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로 마니아층이 두텁다. 일본의 피겨스타 아사다 마오가 레고에 취미가 있다고 해 레고마니아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LG전자 가스레인지 판매사업부의 김동연 과장은 회사에서 꽤 알려진 레고마니아다.

“어릴 때부터 프라모델 취미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4년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버스운전사가 레고로 알프스산과 주변도시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 한순간 환상에 빠져들었죠. 바로 완구점에 가 제품을 사서 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과장은 그때 무아지경에 빠져 연달아 3개의 레고자동차를 구매해 조립했다. 특히 오랜 시간 어렵게 3단으로 변신(스포츠카, 트럭, 벤)하는 레고자동차를 완성하곤 “이거 애들 장난감이 아니네”하고 레고의 재미난 특성에 감탄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제품을 키덜트라고 하죠. 키즈와 어덜트가 합성된 단어. 자동차를 만들고 나니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조그맣게라도 마을을 만들어 좀 더 생동감 있는 판타지의 세상을 꾸미고 싶어졌습니다. 그 이후 레고 마을시리즈를 계속해서 구매했죠. 소방서, 시청, 병원, 호텔… 그리고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내 나름대로 이야기를 꾸며 조성했습니다.”

마니아용 레고는 어린이용 제품보다 블록이 절반 이하로 작다. 그만큼 다양한 모양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레고 초창기 모델이나 지금 나오는 모델의 블록 크기가 같아 오래도록 가지고 있어도 서로 호환이 된다는 장점이 있는 제품이다.

“오래된 한정판과 단종된 제품들이 있습니다. 수집광들에겐 이것도 가치있는 재화에 속하죠. 중고 제품임에도 판매가의 10배 이상 매매가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니아들은 자신이 보유한 제품의 높아질 가치를 생각해 포장박스 조차도 버리지 않습니다. 저도 당연히 버리지 않았죠.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냥 가치있는 제품을 소장하며 스스로 만족감을 키우는 거죠”

일부 마니아 중엔 전국의 오래된 문방구점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다는 귀띔이다. 레고의 가치를 모르는 주인이 오래전 팔리지 않은 레고를 구석에 처박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것을 싸게 구매해 되파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대개 사람들 레고를 어린이 장난감으로 치부해 버린다.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가족들은 개인의 취미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평가를 하지 않는 편이고… 와이프가 처음에 ‘뭐 그런걸 가지고 노냐’며 가볍게 핀잔을 줬습니다. 그런데 같이 조립하며 와이프도 재미를 느꼈나봐요. 지금은 와이프도 마니아가 됐습니다.”

김 과장은 4년간 레고 취미에 약 300만원을 썼다고 말한다. 앞으로 그 비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 만들고 있는 레고 마을을 완성해야죠. 마을 시리즈는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나오지 않아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출시되는 속속 바로 사서 와이프와 같이 우리만의 마을을 완성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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