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李 과장의                     ▲자전거를 타고 간 한탄강에서 ‘찰칵’
     모습이 교통안전 거울에 비춰지고 있다.

 

“저는 고향이 춘천인데 중·고등학교 때 집에서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당시에 대중교통도 있었지만 야간자율학습 등을 하고 밤늦게 집에 가려면 자전거가 오히려 편할 뿐더러 폐달을 밟으면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묘한 매력에 빠지게 됐죠.”

(주)E1 자금팀 이재환(39세) 과장은 학창시절에 시작했던 자전거 출퇴근을 직장에 와서도 계속하고 있는 자전거 마니아다.

특히 그는 대학교 때 교환학생으로 네덜란드에 가게 됐는데 거기서 자전거에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겨 버렸다. 네덜란드는 자전거 도로도 너무 잘 돼 있고 비가 와도 자전거를 탈 뿐만 아니라 자전거에 대한 인식도 선진화돼 있는 소위 자전거 천국이었기 때문. 이후 李 과장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당시의 좋았던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대학원을 다니게 됐다.

그는 자전거가 좋아서 취미이자 교통수단으로 이용했다지만 암사동의 집에서, 대학원이 있는 신촌까지 편도 20㎞가 넘는 거리를 다녔다고 하니 입이 쩍 벌어진다. 이쯤 되니 자전거를 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도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학원을 다닐 때 이화여자대학교 정문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당시 나름대로 높은 언덕이 있어서 이 길을 낑낑거리며 올라갈 때는 주변 여대생이 비웃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먼 거리를 달리다 보니 힘들었지만 다른 사람은 제 사정을 알리가 없으니까요. 얼마 전에는 춘천을 야밤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어버려 헤매고 있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뭔가 조금 스산한 느낌을 받아 주위를 둘러보니 공동묘지였던 거예요.”

당시 시계를 보니 12시경이었는데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미친 듯이 앞 만 보며 달렸단다. 이와 함께 5번이나 자전거를 잃어버린 씁쓸한 추억도 되짚는다. 과거 신입직원일 때 자전거를 회사 내부로 들여올 엄두가 나지 않아 외부에 자전거를 세워 됐다가 도난을 당한 것. 자전거 도난에 대한 걱정은 요즘에도 계속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작게 접히는 폴딩 자전거에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단다.

현재 李 과장은 한겨울을 빼고 출퇴근에도 자전거를 애용하고 있다. 다만 출근 시 정장을 따로 가져왔는데 아무래도 가방에 쑤셔 넣다보니 옷이 구겨지기가 일쑤였다. 결국 그는 양복을 구입할 때 주는 케이스에 일반 가방에 달려 있는 끈을 달았다. 손수 만든 양복 케이스를 메고 다녔더니 옷이 구겨지지 않고 좋더라며 활짝 웃는다.

그는 작년에 자전거 트레일러를 구입해 4살된 아이와 함께 타고 있다. 반포대교를 찍고 오는 코스가 기본인데 아이는 보통 출발한지 10분 정도 만에 잠들어 버리고 총 3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고 오면 아내가 그렇게 좋아한다고.

얼마전 회사 내에서 자전거 동호회가 생겨 그는 이곳에서 총무를 맡았다. 李 과장은 앞으로 자전거를 출퇴근 도구이자 건강 지킴이, 아이와의 놀이기구 등 다방면으로 이용할 것이라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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