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많은 이들에게 에너지는 수도꼭지 틀면 물 나오듯 쉽게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면 지난해 9·15 전력대란 등을 겪으면서 이제는 에너지가 중요한 이슈라는 점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에너지 분야에 대해 상당한 논의가 있었고요. 그럴수록 우리 연구원의 역할 또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1~2년 사이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활동이 눈에 띌 정도로 활발해졌다. 이는 지난 2년간 김진우 원장(58)의 경영방침과 이를 신뢰하고 따라준 임직원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는 대외적으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역할을 알리는 노력과 함께 대내적으로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인면담을 통한 소통강화와 투명경영에 힘써왔다.

에너지는 그 어떤 분야보다 변화무쌍하다고 말하는 김진우 원장은 매일매일 에너지 전 분야의 이슈를 파악하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하루 24시간도 부족한 그를 만나 그간의 활동과 에너지 분야의 주요 이슈,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물어봤다.

 

▲2010년 6월 22일, 제9대 에너지경제연구원장으로 취임 후 2년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 에너지부문의 국가지식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에너지통계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에너지통계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에너지통계 분류체계를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하는 한편, 에너지 수지표(Energy Balance) 고도화에도 집중해 왔습니다.

또 에너지통계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개발한 국가에너지종합정보시스템(KESIS : Korea Energy Statistics Information System)의 통계내용을 확충해 다양한 통계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연구원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주요 업무인 에너지수요 전망기능 또한 보다 선진화된 수요전망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연구원이 도출한 국가 단기 및 중장기 에너지수요전망 결과는 국가에너지수요전망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올해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 올해 에너지 분야의 가장 큰 이슈라면 셰일가스 개발 및 공급확대에 따른 우리의 대응방안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미국, 캐나다 등에서의 셰일가스 공급확대가 주목을 받으면서 일각에서는 셰일가스의 개발과 공급증대로 세계적인 에너지시장의 흐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스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국내에 들여오는 미국 가스가격의 하락정도에 따라 에너지믹스에서 가스사용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에너지공급비용의 하락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가스가격의 하락가능성은 에너지믹스에서 그 역할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발전원가만을 고려할 경우 미국에서 들여오는 가스가격이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을 대체할 정도로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사회, 환경적 비용이나 분산형 전원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LNG발전소의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당장은 셰일가스 개발과 공급확대에 따른 세계 에너지시장이 급격한 변화를 보일 것 같진 않지만 향후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한 셰일가스의 개발과 공급확대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는 있습니다.
 

▲최근 일본이 2030년대에 원전비중 제로화를 실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내년에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일본의 원전제로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시는지요.

-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기존 에너지기본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작년 6월 국가전략실 산하 에너지·환경회의를 구성해 에너지시스템 혁신방안을 검토했습니다.

대국민 의견청취회, 토론형 여론조사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9월 14일 혁신적 에너지·환경전략안을 제시했으나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일본상공회의소, 경제동우회 등 일본 경제3단체의 이례적인 반대표명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일본 원전산업과 밀접한 이해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우려로 9월 19일 내각결정에서 참고자료로 다룬다는 방침으로 정책을 선회했고요.

이에 따라 원전제로화 전략은 현 집권당인 민주당의 의견을 대폭 수용한 것으로 오는 11월 일본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표를 의식한 결과라는 추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혁신적 에너지·환경전략은 향후 일본 에너지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경제성이나 국민경제의 파급효과, 국제 외교관계를 신중히 고려하지 않은 일본 내 정치적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인식돼 결과적으로 일본의 원전제로화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란 목소리가 많습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우리의 에너지믹스 정책에 대한 파급효과는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일본과 우리의 전원 간 발전비용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설령 일본의 원전제로화 전략이 실현되더라도 우리의 에너지믹스 정책과는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일본의 에너지믹스 정책 결정 과정의 국민 의견수렴 절차와 소통방식 등은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정책 수립에 교훈으로 삼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가격 현실화에 대한 얘기가 또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 에너지가격 현실화와 관련해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전기요금입니다. 전력가격은 최근 몇 년간 원가 이하의 수준에서 결정됐습니다. 2011년에도 평균 판매단가는 kW당 90.32원으로 총괄원가 103.31원의 87.4%에 불과했습니다.

원가 이하의 요금으로 적자 폭이 커져 금년에는 한전이 두 자릿수 이상의 요금 인상을 주장했으나 물가불안을 우려한 정부의 의견이 반영돼 4.9% 인상하는데 그쳤죠.

물론 물가안정은 중요한 정책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낮은 전력가격으로 인한 왜곡된 에너지소비구조와 전력 수급불안 등을 고려하면 원가보다 낮은 요금으로 인해 우리경제가 지불하는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연료비 연동제 실시 등 원가를 반영하는 가격체계가 빠른 시간 내 확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한전도 전기요금이 최소한 인상될 수 있도록 경영효율향상 등 자체적인 노력을 강화해야 하고요.
 

▲지난해 정부출연 연구기관 평가결과 연구원이 최우수 연구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또 기관장리더십평가에서도 2010년, 2011년 2년 연속 최우수기관장에 이름을 올렸고요. 이처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 먼저 제가 2년 연속 최우수기관장으로 평가받은 점에 대해서는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지난해 기관평가에서 우리 연구원이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모든 임직원들이 자신들의 능력과 노력을 최대한 발휘해 일궈낸 성과라 자신합니다.

20여년을 연구원에 몸담았던 저는 연구원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원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또 정부출연 연구소인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원이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분석 및 연구능력 강화와 확충으로 기초체력을 다지고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조성며 정부 및 에너지기업 등 우리 연구원의 지식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늘 강조했지요.

이를 위해 각종 분석 및 전망모형을 개발해 활용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우리 직원들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반영하고, 연구보고서의 질적 향상 및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 고객관계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고객만족향상에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올해 3회째를 맞는 ‘월드그린에너지포럼’이 이달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개최됩니다. 그간의 성과와 함께 올해는 어떠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지 설명해 주세요.

- 지난 2008년 경상북도 주최로 시작된 월드그린에너지포럼은 세계에너지전문가와 기업인들 간의 만남의 장으로 에너지 분야의 다보스포럼으로 발전시키고자 2010년부터는 경상북도와 우리 연구원이 협력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더 밝은 내일을 위한 그린에너지’라는 주제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와 더불어 가기 위한 에너지산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포럼은 신재생에너지자원은 풍부하나 대규모 전력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에너지 최빈국을 중심으로 ODA지원사업과 함께 그린에너지산업 수출판로확대를 꾀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위기로 침체돼 있는 우리나라 그린에너지산업의 해외진출에 돌파구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내년 6월 21일 3년간의 임기기간이 만료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 지금 연구원은 또 한 번의 질적 성장을 이루며 도약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앞으로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더 많이 남아 있고요.

현재 구축된 에너지통계시스템을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국내외 에너지통계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수시로 발생하는 국내외 에너지시장변화를 신속하게 추적, 분석해 에너지수급전망 기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또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방안에 따라 우리 연구원이 울산우정혁신도시로 이전합니다. 지금은 에너지 관련 세미나 등 지식교류의 기회와 정보가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울산으로 이전하면 동남권의 에너지네트워킹을 강화해 지역기반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지역 내 대학과 MOU 체결 또는 워크숍 공동 개최 등을 통해 후진양성에도 힘쓸 생각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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