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는 기존의 가스엔진 또는 가스터빈과 경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스엔진과 가스터빈은 45%,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는 47%의 효율을 보이는데 효율차이는 2%인데 반해 가격 차이는 엄청나니 사용자 입장에서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연료전지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죠. 따라서 연료전지의 가격은 낮추고, 효율은 좀 더 향상시키는 노력이 급선무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료전지연구센터의 한종희 책임연구원(47)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수소정제, 개미산 연료전지 등 다양한 연료전지분야에서 연구를 하다 지난 2000년 KIST에 입사한 후에는 MCFC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선박에 쓰이는 디젤과 같은 연료는 NOx나 SOx 등의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국제해사기구(IMO)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 친환경 선박을 만들기 위해 기술개발 중이죠. 우리도 정부과제를 통해 선박에 보조전원용으로 이용되는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착수한 ‘300kW급 선박 보조전원용 MCFC 시스템 개발’ 과제는 포스코에너지 주관으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KTE(주), (사)한국선급,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2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3+2과제로 내년에 1단계가 종료된다.그는 “디젤 선박에 들어가는 연료에서 메탄을 추출해 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해야 하는데 불순물도 많고 탄소침적 등의 문제로 디젤에서 메탄을 뽑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개발해야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국책과제로 소재분야의 중소기업인 (주)창성과 선박용 연료전지 연료극(Anode)에 들어가는 파우더를 제작하고 있는데 프로세스를 창성에 이전해 기존의 실험실 규모에서 벗어나 연내 파일럿규모로 생산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가 연료전지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4년 전부터는 정부 연구비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에 세계 최대 규모의 MCFC 생산 공장이 들어설 수 있었고, 또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자동차 양산도 가능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세계 연료전지시장에서 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그는 R&D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안타까운 점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우리나라의 R&D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라 불리는 단계를 거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야에 많은 비용을 투입한 R&D가 실패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또 다시 상당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꺼려해 그냥 ‘실패’라는 두 글자로 결론이 나버리죠. 그렇게 되면 그동안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연구한 노력들이 너무 아까워지는 거고요.”

한 책임연구원은 “기존의 추격형 R&D에서 선도형 R&D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도, 그리고 연구자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구자들은 죽음의 계곡을 넘어갈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더욱 힘쓰고, 정부도 한 번 실패했다고 거기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패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타파할 수 있는 연구가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선도한다는 것은 결국 첨단에 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처음에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기존의 R&D 시스템 환경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MCFC 과제를 성실히 수행해 연료전지가 경제성을 갖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산화탄소를 환원해 개미산이나 메탄올 등 새로운 케미컬을 만드는 연구나 고온 수전해 연구도 시도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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