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정비인력 유입…곳곳서 예방 캠페인

신규 플랜트와 노후시설 정비작업 병행

 

지난해 경북 구미를 시작으로 울산과 여수 등 국내 유수의 기업에서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지난 3월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 재정비기간 중 고밀도폴리에틸렌 저장탱크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수십명이 죽거나 다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이에 정부는 대대적인 특별점검에 이어 사고를 낸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을 강화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개정하는 등 초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법규 개정과 함께 현장 작업자의 안전불감증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형석유화학시설이 몰려 있는 대산산업단지를 방문,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았다.

 

 

▲ 정기 보수기간을 맞아 대산산업단지에서는 곳곳에서 정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 직원이 정비기간 중 사용되는 가스시설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4월,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산산업단지를 찾았다.

대산산업단지는 울산과 전남 여수에 이어 국내 제3의 석유화학 전문단지로 현재 3공단까지 조성돼 있다.

대산산업단지는 울산, 여수와 달리 지속적인 매립작업을 통해 매년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신규 플랜트 설비가 들어서는 작업과 함께 노후 플랜트에 대한 재정비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날도 대산산업단지에서는 삼성종합화학의 신규 플랜트 조성을 위한 작업에 이어 LG화학, 오일뱅크, 롯데케미칼에서는 노후 시설 보수작업이 실시되고 있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김한국 충남북부지사장은 “대산산업단지는 지난 1980년대 초반 조성돼 올해로 30년에 육박하고 있다”며 “노후 플랜트에 대한 재정비가 일반화되면서 외부 검사인력만 최대 1만명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산산업단지 내 석유화학플랜트에서는 비가 오는 와중에도 재정비가 한창이었다.

오일뱅크의 한 관계자는 “생산공정을 고려해 플랜트별로 재정비를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사실상 현장에서는 외부 정비인력이 1년 내내 상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가스안전공사를 비롯해 대산산업단지 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외부 인력이 대거 유입되는 만큼 안전관리에 어느 때보다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 대림산업 여수공장 사고도 정비기간 중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 사고를 계기로 현장에서의 안전불감증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대림산업 여수공장은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한 특별감독 결과 1002건에 달하는 위반사례가 발견됐으며 불산누출 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공장도 방폭시설 미설치, 부적합 보호구 지급 등 위반사례가 1934건에 달했다.

외부 정비업체의 실수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면 정비를 의뢰한 원청기업에서도 이에 대한 검증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사고를 키웠다는 얘기다.

이에 대형 석유화학기업들이 몰려 있는 대산산업단지에서는 가스안전공사와 함께 외부 정비업체를 대상으로 주기적인 홍보활동과 함께 최근 안전관리 협력 MOU를 맺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스안전공사 김한국 충남북부지사장은 “재정비 기간 중 외부 정비인력이 대거 늘어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안전관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하지만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부실하면 언제나 대형 사고의 위험이 존재한다”며 원청업체의 안전관리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산산업단지 내 석유화학기업들도 이를 감안, 외부 정비업체에 전용 휴식공간과 사무실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공생경영을 펼치고 있다.

오일뱅크는 대산산업단지에서는 처음으로 외부 정비업체 전용의 사무실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으며 LG화학은 별도의 순환정비인력을 운영, 외부 정비인력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런 노력덕분에 다른 산업단지와 달리 석유화학관련 사고가 단 1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 LG화학 대산공장 야경

 

LG화학은 대산산업단지 내 석유화학기업 중 유일하게 현장 순찰을 전담하는 인력을 운영 중에 있다. 대다수 기업에서는 안전관리자 또는 직원들이 현장 순찰업무를 기존 업무와 함께 순환방식으로 운영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별도의 인력이 필요한 만큼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꺼리고 있지만 LG화학은 과감하게 전담인력을 도입한 셈이다.

이에 대해 LG화학 대산공장 김종하 공장장은 “석유화학공장의 특성상 대단위 시설에 비해 이를 운영하는 인력은 많지 않은 편”이라며 “기존 인력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순찰업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담부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순찰 전담인력을 도입한 덕분에 노후시설과 위험시설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과 교체를 통해 LG화학 대산공장에서는 별다른 사고를 찾아 볼 수 없다.

대산산업단지 내 대표적인 석유화학기업으로 꼽히는 LG화학은 지난 2006년 석유화학의 핵심 설비인 NCC(나프타 분해시설)를 보유한 LG대산유화를 합병한 데 이어 2007년에는 LG석유화학을 추가로 합병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NCC 시설증설을 통해 에틸렌 생산량을 연간 195만 톤으로 늘리고 프로필렌 생산량을 110만 톤으로 확대했다.

현재 LG화학은 오는 10월까지 시설확장이 한창이고 시설정기보수를 위한 검사인력이 투입되는 등 어느 때보다 외부 인력의 출입이 많다. 석유화학시설 내 상당수의 사고가 정기보수기간 중 발생하는 만큼 사고위험에 노출빈도가 높아진 셈이다.

생산현장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김종하 공장장은 “기본을 지키면 사고는 없다”고 자신했다. 오랜 기간 현장경험을 쌓다보니 대부분의 사고는 작은 실수 또는 방심에서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최근 발생한 대부분의 사고가 순간의 방심과 실수로 일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기본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LG화학 대산공장에서는 매월 주재임원과 공장장 등 실무 책임자 회의가 종료되면 생산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현장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경영진들이 직접 현장점검에 나서면서 기본의 중요성을 직접 실천하는 셈이다.

이밖에도 LG화학 대산공장에서는 부서별 교차점검을 통한 시설인증제도를 운영 중이다.

김종하 공장장은 “부서별 교차점검은 다른 부서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제도”라며 “잘못된 시설을 발견할 경우 포상제도 실시해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공장장은 “해당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일단, 원청회사의 관리책임이 크다”며 “대산소재 석유화학기업과의 기술교류를 통해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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