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탄산-새로운 방식의 원료가스 발굴 러시

특수가스-전자산업 흐름 발맞춰 제품 개발 붐

저장탱크-IT산업 접목으로 잔량 확인 등 편리

산업용가스 관련분야에 있어서 어떤 것을 창조경제라 할 수 있을까. 기존과 전혀 다른 방식을 적용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창조경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산업용가스시장도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다. 하지만 산업용가스분야는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그래서 산업용가스업계 종사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변한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요즘 국내 산업용가스업계는 수요가 한정돼 있는 시장에서 공급만 늘어나 포화상태를 넘어 폭발하기 직전이라는 게 업계 종사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로 인해 최근 업계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업 내에서는 물론이고 시장에서도 창조경제가 자생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지난해 가을, 창조경제에 대해 “제조업 등 기존 산업과 IT·과학기술이 융합돼 일자리 창출과 성장으로 연결되는 경제”, “기술 추격형 경제를 기술 선도형 경제로 바꾸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창조경제의 개념에 대해 업계·학계·정계에서 갖가지 견해만 난무하고 속 시원한 개념을 내놓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창조경제에 대해 이노베이션 중시 경제, 과학기술 중시 경제, 과학기술의 창조성을 중시하는 경제 등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산업용가스업계에서는 아직 기존의 제조 및 유통업과 IT 및 과학기술을 융합한 사례는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일부 앞서가는 기업들 사이에서 기존 제품에 과학기술을 접목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본보는 이 같이 앞서가는 개념의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분야 및 기업을 소개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향후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산소, 질소, 아르곤 등의 에어가스 제조는 공기의 액화분류에 의한 것(심랭분리방식)과 선택적으로 산소 및 질소를 흡착하는 방식 이용해 압력변화에 따라 산소를 분리하는 것(흡착분리방식)이 있다. 심랭분리방식은 대규모 산업용가스플랜트인 공기분리장치(ASU : Air Separation Unit)를 통해 대량으로 제조해 시장에 유통시키고 있으며, 압력순환흡착(PSA : Pressure Swing Adsorption)공정은 소규모로 제조 곳에 적용하고 있다.

에어가스의 경우 대부분 이 같은 두 가지 방식에 의해 제조하고 있으나 수소 및 탄산은 매우 다양한 방식에 의해 얻어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수소 및 탄산은 석유화학사에서 부산물로 나온 원료가스를 정제해 시장에 유통시키는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 수소 및 탄산메이커들이 석유화학산업 패턴의 변화에 따라 원료가스의 수급이 원활치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다양한 제조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수소의 경우 이미 덕양이 울산의 SK에너지 내에 도시가스(메탄)를 개질해 수소를 제조(시간당 5만N㎥)하는 대규모 수소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폴리실리콘 및 LED 제조공정에 고순도 수소가 많이 쓰이면서 카트리지방식의 공급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수소메이커들이 온 사이트 플랜트(현장생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국내 수소제너레이터 및 온 사이트 플랜트 설치현황을 보면 SPG케미칼 메탄올개질방식(경기도 안산), 에어리퀴드코리아 물전기분해방식(경북 상주), 린데코리아 메탄개질방식(경기도 용인), 대성산업가스 메탄올개질방식(경기도 파주) 등 다양한 방식을 채택, 수소를 제조하고 있다.

탄산분야 또한 최근 들어 다양한 제조방식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선도화학의 경우 지난 2010년 국내 최초로 PSA방식의 탄산플랜트를 성공적으로 가동시켰다. 현대오일뱅크로부터 들여온 잔류가스(Off Gas)를 이용해 고품질의 탄산을 생산하고 있다.

또 최근 태경화학은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건설하고 있는 SNG(합성천연가스) 제조공장에서 나오는 원료탄산을 발굴했고, 동광화학도 울산 S-OIL이 탄산제거용 수소PSA방식플랜트를 통해 원료탄산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탄산을 포집하는 방식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여러 가지 품목의 산업용가스메이커들이 다양한 방식 및 기술을 도입하는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창조경제의 개념을 도입한 경영이 눈에 띈다.

특수가스메이커들도 앞 다퉈 창조경제에 접근, 큰 성과를 보고 있다.

NF3(삼불화질소)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OCI머티리얼즈를 비롯해 후성, 효성 등은 우리나라가 NF3 최대의 생산국가로 부상하게 하는 등 특수가스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원익머트리얼즈도 초기에는 정제과정을 통한 고순도 가스의 제조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미국 볼텍스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합성가스인 저메인(GeH4) 등도 제조하기에 이르렀다.

또 단일시스켐은 그동안 의료용가스로 사용하던 N2O(아산화질소)가 특수가스로도 많이 쓰일 것으로 예측, 계열사인 단일가스켐의 충북 오창공장에 고순도 N2O공장을 건설, 특수가스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밖에 코아텍, 이노메이트, C&G머트리얼즈, 켐가스코리아 등도 우리나라가 특수가스 강국으로 떠오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저온저장탱크업체들도 생존경쟁의 과정 속에서 갖가지 창조경제의 노력이 피어나고 있다.

대웅CT는 초저온저장탱크 등 모든 제품을 최고로 만들겠다면서 명품운동을 벌여 실제로 수요자인 산업용가스업계로부터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또 부영CST 또한 주력제품인 초저온저장탱크에 차압센서 이용한 초저온저장탱크 액면 측정장치를 장착, 수요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초저온 글로브 밸브까지 개발하는 등 초저온저장탱크관련 부품도 자체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크리오스, 서울가스ENG는 산업용 초저온저장탱크의 제조에 머물지 않고 LNG저장탱크 및 탱크트레일러도 제작, 납품하는 등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편 가스전문검사기관으로 고압용기를 재검사하고 있는 엔케이텍은 매우 다양한 사업아이템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엔케이텍은 소방대원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용 고압용기의 재검사제를 이끌어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다이어프램 내장형 용기용밸브의 재검사를 앞장서 시행하는 등 신규아이템을 적극 발굴해 나가고 있다.

또 다른 고압용기 재검사를 하고 있는 국제산업가스도 최근 재검장을 최신설비로 교체 및 확장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 수전해방식을 통해 고순도 수소 및 산소를 제조하고 있는 단일가스켐.

단일가스켐(대표 장세훈)은 의료용가스 전문공급업체인 단일시스켐의 계열사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반도체 및 AMOLED 제조공정용 특수가스공급업체로 더욱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충북 오창과학단지에 입주한 단일가스켐은 월 25톤 생산규모의 브롬화수소(HBr) 정제설비를 비롯해 물전기분해방식의 고순도 수소 및 산소 제조설비를 갖췄다.

또 기존 단일시스켐 음성공장의 의료용 아산화질소(N2O)제조설비 외에 특수가스용 고순도 N2O제조설비를 이곳 오창공장에 증설했다.

이 회사는 최근 고순도 수소 및 산소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물전기분해방식으로 수소(40N㎥/h 생산규모) 99.9999%까지, 산소(20N㎥/h 생산규모)는 99.995%까지 정제함으로써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이 회사 장세훈 사장은 “우리 회사는 수소 및 산소를 물전기분해방식으로 제조함에 따라 하이드로카본 등 불순물 없이 고순도 가스로의 정제가 매우 유리하다”면서 “이 같은 고순도 수소와 산소를 제조하는 회사는 기존에도 2개 업체가 있지만 규모나 품질적인 측면에서 우리 회사가 월등하다”고 강조했다.

단일가스켐은 이처럼 다양한 품목의 특수가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속적인 국산화 노력으로 특수가스 전문공급업체로도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단일가스켐은 또 지난해 오창공장 인근의 한 산업용가스수요처에 파이프라인공급방식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등 신개념의 공급방식을 채택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 최동준 사장(왼쪽)이 디지털 액면측정장치를 장착한 저장탱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영CST(대표 최동준)은 초저온저장탱크 및 각종 부품을 국산화해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초저온저장탱크, 압력용기, 탱크로리, 기화기, 초저온글로브밸브, 디지털 액면측정장치 등 각종 산업용가스 관련제품을 생산하는 부영CST는 그 동안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실용신안 4건, 특허 3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개발한 디지털 액면측정장치가 눈에 띈다. 기존 액면측정장치는 대부분 눈금과 바늘로 표시되는 아날로그방식으로서 측정밀도가 부정확하고 안전성도 낮다는 평가가 많았다.

때문에 일부 가스공급업체는 외국의 비싼 디지털 액면측정장치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외국산은 제품결함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수리비용과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컸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부영CST는 3년여의 연구 끝에 아날로그방식의 게이지를 디지털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 최동준 사장은 “기존의 아날 로그방식에서는 저장탱크의 잔량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어 효율적인 공급이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디지털 액면측정장치로 정확하게 측정하면 10톤의 저장탱크에 8톤 이상 공급할 수 있어 운반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잔량을 정확하게 파악해 효율적인 배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영CST는 또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초저온 글로브밸브를 개발하기도 했다. 10A부터 50A까지 총 7종으로 스테인리스주강품 SSC13A로 제조했으며 전량 비파괴(PT, RT)검사를 거쳐 출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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