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가스보일러 제조사들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건설사 구매입찰에서 투찰 가격을 20여 회에 걸쳐 사전에 담합한 사실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면서 관련업계가 떠들썩하다.

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난방 피크시즌을 맞아 보일러 판촉에 한창 열을 올려야 할 지금 보일러제조사들은 하나같이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장질서 붕괴와 소비자 기만이라는 점에서 보일러사들의 이 같은 담합행위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철퇴가 타당한 조치로 보여진다. 다만, 제조사들의 과오를 탓하기 전에 가스보일러 특판 시장 내 구조적 문제점을 우선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연간 600억~800억원 규모의 가스보일러 특판 시장은 시판에 비해 잠재적 수익창출이 보장된 루트가 아닐지언정 점유율 유지나 교체수요 창출 차원에서라도 보일러 제조업계가 쉽게 놓을 수 없는 영업역이기도 하다. 여기에 다년간 가스보일러 신규시장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신축현장 수요는 보일러사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이러한 특판 시장은 가격협상 테이블에서 건설사와 제조사간 ‘갑을(甲乙) 프레임’이 저변에 짙게 깔려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보일러사는 제조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납품을 수주하는 경우마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업계 후문이다. 이는 곧 시공 및 A/S품질 저하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로 직결된다.  

이러한 특판 입찰에 있어 품질보다 낮은 가격표에 초점을 맞춘 발주처의 입김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저가수주로 연명해야 하는 업체들의 딜레마도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업계는 지금의 유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제조사 담합과 같은 부정행위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일러업계의 자구적 정화노력에만 의존해 ‘공정한 유통문화’를 기대하기에는 시장 생리가 척박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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