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시의 지역난방 연계시스템 현황
 

들어가는 말

우리나라의 집단에너지사업은 다른 국가에 비해 특이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우선 위도상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지역에서 집단에너지사업을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집단에너지사업은 춥고 동절기가 긴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표 1>에서 보듯 집단에너지사업은 위도가 최소한 50。가 넘는 지역에서 발전하고 있다. 아울러 핀란드의 예와 같이 높은 난방도일은 집단에너지사업 발전에 핵심적인 경쟁요소이다. 난방도일 낮을 경우, 설비가동율이 현격히 떨어져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상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기후가 남부지역부터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마당에 열공급을 확대한다는 정책이 과연 국가경제적으로 바람직한지 깊은 회의를 느낀다.

더욱이 수도권 광역열배관망사업은 이때까지의 지역난방사업과는 규모나 투자비는 물론 수많은 이슈와 리스크를 안고 있다. 우리는 이런 의문점을 해소하고 집단에너지사업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고자 지난 9월에 북유럽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하에서는 북유럽의 집단에너지사업 최근 동향을 살펴보고 수도권 광역열배관망사업과 비교를 통해 시사점을 찾아 보고자 한다.

 

가격규제 및 지역지정제 없어

▪사업구조
북유럽 지역은 세계에서 집단에너지사업이 가장 발전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특히 핀란드와 스웨덴은 집단에너지 사업여건이 매우 좋고, 시장이 효율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열요금은 매우 낮으나 사업자는 고수익을 향유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Helsinki Energi의 최근 3년 평균 ROE는 24% 수준). 두 국가의 공통점은 가격규제가 없으며, 우리나라와 같은 지역지정제도가 없다. 에너지원별 경쟁을 허용하여 시장에서 사업자간 경쟁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집단에너지사업자는 투자경제성을 감안하여 사업에 참여하며, 취사용 도시가스 공급의무도 없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집단에너지사업은 공급확대를 위하여 공급타당성 협의, 지역지정제 및 타열원 사용금지 등 여러 가지 규제가 있다.

핀란드는 집단에너지사업에 대한 정부의 탈규제 정책과 규제정책(탄소세)의 효과적인 조합과 풍부한 산림자원의 활용 등 복합적인 활동을 통하여 일찍부터 집단에너지사업의 자생력을 키워왔다. 스웨덴은 대규모 집단에너지사업 위주로 운영되나 정부의 특별한 규제나 지원정책은 없으며, 소비자선택권이 보장되어 있어 타열원 사용도 가능하다.

반면에 덴마크는 정부가 지역지정제를 통한 보급확대 위주의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또한 가격 및 신규투자에 대한 규제(열비용 보상제)가 있으며, 생산, 수송, 분배로 엄격히 구분된 사업체계 등 시장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핀란드나 스웨덴과는 대비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열요금 비교

핀란드는 열요금이 유럽에 가장 저렴한 국가이며, 스웨덴의 열요금도 비교적 낮다. 그러나 수도권광역열배관망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덴마크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열요금을 자랑하고 있다. 덴마크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보급률은 높지만 요금은 핀란드의 2배에 이른다. 핀란드나 스웨덴과 같은 다양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부 주도의 보급확대에 치중한 결과이다. 공급자는 정부의 보급확대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요금으로 회수하다 보니 요금이 비쌀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열요금과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운영되는 사업모델이 과연 우리가 벤치마킹할 대상인가 자문해 본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 집단에너지사업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독일은 비교적 요금이 저렴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표2>에서 가격이 낮게 보이는 것은, 독일 정부의 세제지원에 따른 교차보조 및 착시현상의 영향이다. 독일 정부는 2000년부터 전력생산에 CHP가 차지하는 비율이 25%가 될 때 까지 연료지원(신재생에너지 사용)과 시설지원(CHP가동) 및 간접지원(배관투자비 등)을 병행중에 있다. 하지만 과거 5,000h/y 이상이었던 CHP 가동시간은 현재 수백 시간대로 급감했다. 재생전력이 도입되면서 CHP 생산 전력은 가격경쟁력 약화로 전력거래소에 판매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으며, 반면에 CHP 가동 축소에 따라 고정비는 계속 증가하여 열요금은 지속적으로 인상되었다. 핀란드와 같은 저렴한 원료비 구조가 아닌 경우 집단에너지사업은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된다. 또한 경제성이 없는 사업에 정부가 정책지원을 한다고 해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는 현실을 독일의 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강점
그렇다면, 무엇이 핀란드와 스웨덴으로 하여금 세계 최고 수준의 집단에너지사업을 가능케 하였을까? Aalto대학교(구 헬싱키대학)의 Arto Nuorkivi교수는 CHP의 경쟁력과 오픈 마켓의 결과가 저렴한 요금과 세계 최고 수준의 집단에너지시스템 구축을 가능케 하였다고 주장한다. 핀란드는 산림자원의 활용이 가능하고 동절기의 피크부하시에는 석탄을 이용하여 CHP를 가동하고 있다. 전 국토에 고르게 분포된 풍부한 산림자원으로 핀란드는 펄프제조업이 발전하였으며, 펄프의 부산물로 생산되는 Wood를 활용하므로 원료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 열생산 단가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스웨덴의 경우도 wood fuel과 peat(갈탄의 일종)의 역할 증대함고 있으며, 이 연료들은 스웨덴 에너지시장의 지배적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시장은 지역지정제가 아닌 원별 경쟁이 자유로운 오픈마켓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집단에너지사업자는 정부의 규제나 간섭에 얽매인 투자를 하지 않고, 오르지 투자경제성에 입각한 합리적인 투자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집단에너지공급시스템 열손실율
집단에너지사업에 있어 열손실율은 사업의 성패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수도권광역열배관망은 운영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열손실율을 산식에 의한 2%를 제시하고 있다. 유럽지역에서는 열손실율을 광역망에 한정하여 표시하는 경우는 없다. 지역난방 공급체계가 네트워크로 연계되어 있고, 전체 시스템의 효율성을 판단해야 만큼 개별 지역(시설)에 한정된 열손실 계산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원초적으로 광역망이라는 개념도 없다. 다만, 덴마크의 코펜하겐지역이 몇 개의 권역으로 묶어졌다 해서 해당지역 앞에 Greater를 붙인 것을 한난 사업계획서는 광역망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참으로 언의의 유희가 뛰어나다.

 
 

유럽에서 집단에너지시스템의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는 스웨덴 함스타드대학교의 Sven Werner 교수 저서 「District heating and Cooling, 2013」438쪽을 보면, 광역망이란 개념은 없고 오직 지역적인(Regional) 개념을 사용할 뿐이다. 같은 교과서의 84쪽 자료는 열배관손실율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유럽지역의 지역난방 평균 열배관손실율은 14%에 이르고 있다.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5~8%, 지역난방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핀란드와 스웨덴도 평균 10%의 열배관손실율이 발생하고 있다. AGFW(독일 지역난방협회) 자료는 독일의 평균 열배관손실율을 12.6%로 제시하고 있다.

유럽지역의 사례와 현재도 5% 이상 발생하는 한난의 열손실율(소비자 단지내 10% 별도)을 감안할 때, 수도권광역열배관망의 손실율 2%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열배관손실율이 높으면 그만큼 더 많은 연료가 투입되어야 하는 만큼 경제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 운영사례의 비교
한난의 사업계획서를 보면, 57㎞의 광역망 운영에 가압장은 1개소로 운영한다고 한다. 그러나 벤치마킹의 대상인 덴마크의 VEKS사(104㎞)와 CTR사(54㎞)가 각각 7개와 4개의 가압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볼 때, 한난의 광역망을 1개의 가압장으로 운영한다는 주장은 상당히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가압장 1개소 추가시에는 한난 제시액(15.6억원)외에 토지구입비+기계공사비+동력비+수선비유지 등이 추가로 발생한다.

운영인력의 경우에도 CTR사나 VEKS사에 비해 터무니없이 과소 반영되어 있다. 덴마크 사례 기준시, 사업계획서의 운영인력(20명)에 14명의 추가인력 필요하여, 연간 1,753백만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한다. 따라서 30년간 총 인건비는 1,277억원을 반영해야 한다. 해외사례를 감안한 적정한 가압장 수를 제시해야 하고, 이에 따른 비용도 정확하게 추가 반영해야 경제성분석이 왜곡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한난의 사업계획서는 도매기준 열가격은 61,000원/Gcal을 제시하고 있다. <표5>와 같이 덴마크 CTR사의 공급가격과 손익자료를 비교할 경우, 한난의 도매가는 지나치게 낮게 제시되어 있는 만큼 반드시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CTR사의 최근 5년 평균 도매가가 90,967원/Gcal 수준이나, 한난이 제시하는 도매가는 CTR사의 67%에 불과하다. CTR사는 최근 5년간 연평균 3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나, 한난은 CTR사의 67% 수준 요금으로 7.46%의 IRR을 달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한다.

역으로 CTR사가 한난의 희망사항(IRR 7.46%) 만큼의 이익을 향유하려면, 현재 수준의 요금(90,967원/Gcal) 보다 대폭 인상된 요금으로 공급해야 하므로, 한난이 제시하는 도매공급가의 약 2배(120,000원/Gcal)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매가격은 도․소매사업자의 경제성 확보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광역망사업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과장된 편익 등 경제성 문제 많아

이 밖에 수도권광역망사업이 검증되어야 할 쟁점사항을 정리해 보면 크게 세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광역망의 열생산량 287만G㎈/y와 관련, 추기열은 전력생산의 희생 대가(감발)에 불과하기 때문에 버려지는 열이 아니므로 생산가능량에서 제외해야 한다. 아울러 수도권매립지는 인천시가 2016년 이후 추가매립 불허 방침이어서 연장도 불투명한 매립지에서 100만G㎈/y를 생산한다는 것은 허구이므로 확정적 미이용에너지 생산량은 59.3만G㎈/y에 불과하다.

둘째, 수요추정은 추정방법과 수요량 모두가 문제이다. 광역망 5㎞ 인접 20년 경과 아파트를 모두 클러스터화 한다는 발상은 매우 비과학적이고 자의적인 기준에 불과하다. 지역난방 전환시 소비자의 추가부담분 2,533억원(가구당 686만원)에 대한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산정된 수요에 불과하다. 도시가스의 기존 공급지역에 대한 중복투자와 취사용 공급민원을 유발하여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광역망이 과연 국민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인가 ?

셋째, 편익 산정은 과다 산정의 오류가 많다. 특히 열공급편익은 기존 KDI 연구나 전력부문의 연구자료에 비해 터무니 없이 과대 산정되어 있다. 전력, 가스 등 대체재가 있는 지역난방에 소비자지불의사도 구하지 않고 단기가격탄력성에 의존하여 소비자 잉여를 71%나 과다 반영한 점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지역난방이 전력보다 더 필수재가 아니며, 재생전력만큼 친환경적일 수 없기 때문에 지역난방에 대한 지불의사금액은 재생전력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학술논문에서 조사한 가구당 월평균 추가 지불의사금액은 최소 1,456원에서 최대 2,072원에 불과에 불과하다. 이 금액은 가구당 월평균 전력요금을 50,000원으로 가정하여도 2.9∼4.1%에 지나지 않는다.

KDI가 수행한 「구미 Ⅲ단계 광역상수도사업 예비타당성조사(2008)」를 보면,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이 수돗물에 대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지불의사액은 35.19원/㎥으로 가정용수 평균가격(449.22(원/㎥)의 7.8%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한난 사업계획서는 소비자잉여를 71%나 반영하여 무려 7조 4,848억원의 열공급편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누가 봐도 과장이 지나치다. 개별난방 소비자가 지역난방으로 전환하면 가구당 686만원을 추가부담해야 한다. 과연 추가부담분에 지금보다 71% 비싼 요금을 지불할 소비자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 밖에 연계관, 분배관 등 도매사업자의 추가부담분, 과소 반영된 동력비와 수열비 등을 추가반영할 경우, 광역망사업의 BCR은 0.8에 불과하며, 내부수익율은 산출이 불가할 정도로 경제성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의사 결정 가능한 시장형 시스템 바람직

북유럽 각국은 자원 등 자국의 실정에 맞는 에너지시스템 및 (탈)규제제도를 도입했으나, 결과는 현격하다. 탈규제와 오픈시장체제를 도입한 핀란드와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집단에너지공급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반면에 지역지정제 등 정부 주도형 규제시장인 덴마크는 보급확대의 성과는 올렸으나 열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집단에지사업은 정부의 간섭없이, 기업이 시장에서 자유로운 투자의사결정이 가능한 시장형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집단에너지사업은 태생부터 함께 한 지역지정제가 사반세기가 되어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과연 강산이 두 번 변했는데도 경쟁력 없는 제도를 유지하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스럽다.

우리는 북유럽의 예에서 LNG복합발전소를 개조까지 하여 추기열을 생산, 열을 추가공급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wood fuel과 peat 등의 연료로, 혹은 피크시에는 석탄을 이용하여 CHP를 가동하므로써 집단에너지사업의 경쟁력을 스스로 확보하고 있다. 정부의 지역지정제가 경쟁력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장거리 열수송에 필연적인 열배관손실율은 기술이 발전한 북유럽지역에서 평균 10%까지 발생하고 있다. 광역망이란 개념은 없다. 열배관망 전체 시스템의 효율성을 판단해야 하므로 특정지역을 광역망이라 해서 열손실을 계산한다는 의미는 사업의 전체 효율성이 왜곡되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는 수 많은 논쟁을 통하여 수도권에 다량의 버려지는 에너지나 미이용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한 산업단지 폐열 등은 해당지역에서 필요에 따라 거래 또는 협의가 진행중에 있으므로 이를 존중해야 한다. 마곡지구에 대한 SH목동과 GS파워의 열연계 예는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시장 개입은 공정경쟁 조성 등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광역열배관망사업은 소비자 부담분까지 포함할 경우 조단위의 사업이다. 과다한 수요추정이나 7조원이 넘는 열공급편익 등은 KDI의 예타 과정에서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대규모 국책사업이 대마불사(大馬不死)형 사업구조로 추진되고 국민혈세만 낭비한 아라뱃길과 같은 전철은 다시는 밟지 않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이 공정한 경쟁을 통하여 각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장여건이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 가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