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누가 71%의 추가 열요금을 부담한단 말인가 ?

30년간 열 공급편익 7조원…소비자잉여 과다산정 문제 많아

 
 

한난 수준의 열요금 규제, 3개사만 수익 발생
수요함수식 접근방법론 과다산정으로 사업성 왜곡

광역열배관망사업의 문제점에 관한 다양한 의견 중 단연 눈에 띄는 주제는 미시경제학의 소비자선택이론 분야에서 다루는 ‘소비자잉여’이다.

보통 가격이나 소득이 변하면 소비자의 효용수준도 변하며, 소비자의 효용수준은 바로 후생(welfare) 수준을 의미한다. 그러나 후생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수치로 계량화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론으로 경제학자들은 소비자잉여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소비자잉여(consumer's surplus)란 소비자가 재화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대가격(최대 지불의사)과 실제 지불한 가격 간의 차이를 말한다. 즉 시장에서 재화를 구입하는 경우, 지불하는 화폐가치 이상의 이득을 소비자잉여라고 한다. 이하에서는 광역열배관망사업이 주장하는 소비자잉여의 문제점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수도권그린히트 프로젝트 사업계획서는 열공급편익이 무려 7조 4,847억원이나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 편익 산정의 근거는 수요함수접근법을 이용하여 단기가격탄력성(-0.7)을 산출하여 열의 소비자잉여를 산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열의 평균가격(87,870원/G㎈) 대비 단위당 경제적 가치를 150,634원/G㎈으로 산정하여, 가격대비 경제적 가치의 비율을 1.71로 산출하였다. 그리고 광역망에서 제시하는 도매가격(61,000원/G㎈)에 동 비율을 곱하면 광역망의 도매가격 경제적 가치는 104,310원/G㎈에 이르며, 이 값에 매년 신규수요 물량을 곱하면 30년간의 열공급편익이 7조가 넘는다는 계산이다. 반면에 향후 30년간 지속될 장기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가격탄력성은 장기가 아닌 단기가격탄력성을 취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이다.

이 주장에 관해 우리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코자 한다.

 

지역난방시장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사람 없어

첫째, 접근방법론의 문제이다. 경제적 편익분석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으나, 수요함수접근법의 경우에는 시장의 존재와 시장에서 관측된 자료를 활용하여 지역난방 열에 대한 수요함수를 계량경제학적으로 추정한 후 추정된 식과 기초자료에 근거하여 지역난방 열의 편익을 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관측되는 지역난방 열의 수요곡선이 왜곡될 경우에는 수요함수 접근법의 적용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지역난방 열시장의 신호는 가격이지만, 국내의 지역난방시장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재 30개 지역난방사업자 중 수익이 발생하는 업체는 한난 등 3개사에 불과하다. 문제는 타업체는 한번도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누적손실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초기부터 지역지정제에 의해 사업이 결정되고, 한난 수준에 맞추어진 열요금규제 등 사실상 정부에 의해 사업이 주도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가격에 의한 편익산정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왜곡된 시장의 재화에 대해서는 경제주체에 직접 지불의사(WTP, Willingness to Pay)를 물어보는 조건부 가치측정법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추가 부담분 비용에 반영해야

이와 관련, KDI의「구미 Ⅲ단계 광역상수도사업 예비타당성조사(2008.8)」등의 보고서를 보면, 편익산정의 방법론으로 평균가격 접근법 및 소비자의 지불의사를 이용하여 편익을 산정한 사례가 있다.

광역열배관망에서 소비자의 지불의사를 물을 때에는 추가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부담액을 충분히 고지해야만 합리적인 지불의사 결정이 가능할 것이다. 즉, 지역난방 전환시 한 가구당 686만원을 추가부담(총 2,533억원) 해야한다는 내용을 충분히 고지해야만 합리적인 지불의사 결정이 가능할 것이다.<표1 참조>

 

소비자의 지불의사도 파악하지 않고 소비자잉여를 주장하다면, 수익비용 대응차원에서 소비자의 추가부담분은 반드시 비용에 반영해야 한다.

둘째, 소비자잉여의 적용과 과다산정의 문제이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소비자잉여를 포함하여 BC분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잉여는 국방, 외교, 치안 및 국립박물관 등 공공재로서 민간부문의 서비스 영역이 제한적이고 가치평가를 정확히 할 수 없는 분야에 적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항만, 공항, 철도, 상수도, 도서지역의 전력공급 같은 공익적 국책사업의 투자분석에 반영할 수 있고, 이 경우 정부는 소비자잉여만큼을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난방시장에서는 여러 가지 방식이 경합되며, 민간이 참여하고 있는 부문에서는 소비자잉여를 포함시킨다면 시장에서는 왜곡이 발생한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난의 사업계획서는 소비자잉여가 71%나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즉, 광역열배광망이 건설되어 지역난방을 공급받는다면 현재의 열요금보다 71% 비싼 요금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가능한 일인가?

참고로 재생전력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의사금액 추정연구 학술논문(2008 이창훈 등)에 의하면 소비자잉여는 2.9~4.2% 수준에 불과하며, 산업자원부(2007)의 연구결과도 9.4%로 나타났다. 또한 KDI의「영양댐 건설사업 예비타당성조사(2011)」에서도 소비자의 추가적 지불의사는 7.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2 참조>

 

이 사례에서 우리는 다양한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상수도의 경우에는 대체재가 거의 없는 재화이다. 소비자들은 양질의 식수와 댐이 갖는 다양한 편익에도 불구하고 추가지불의사는 매우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지역난방은 다양한 대체재가 존재한다. 소비자는 지역난방이 비싸면(추가지불의사가 없으면) 도시가스나 유류, 전기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선택할 것이다. 또한 태생적 한계로 지역난방의 취사는 가스나 전력 등 타연료 사용이 불가피하다. 난방과 취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현재의 에너지공급시스템을 두고, 굳이 71%나 추가부담을 하면서 까지 지역난방으로 전환해야 할 특별한 유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정한 경쟁시장 조성 필요

지나가는 소비자에게 물어보자. 도시가스요금과 별 차이가 없는 지역난방 소비자가 지금보다 71% 비싼 요금을 내고도 지역난방으로 전환할 것인지? 상식선에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소비자잉여를 대규모 국책사업의 편익으로 왜 반영해야 하는가? 소비자의 지불의사에 관한 정확한 조사도 없이 71%나 반영한 소비자잉여는 가장 경계해야 할 편익 부풀리기의 전형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라뱃길과 같은 실패사례는 한번으로 족하다. 터무니없는 수요예측과 과다한 편익산정으로 점철된 대형 프로젝트는 결국 국민 혈세로 채워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열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이 시점에서 대규모 열설비의 추가 건설이 반드시 필요한 지 되물어보고 싶다.

아울러 광역망에 투입되는 서인천지역 생산 열은 결코 버려지는 열이 아니란 점에 유념해야 한다. 값 비싼 LNG를 투입하고 전력생산을 줄인 대가로 생산되는 추기열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집단에너지 보급율 정체가 예상되기 때문에 광역망사업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과거 공기업이 몸집 키우기에 주력한 폐단과 무엇이 다른가?

정부의 규제기요틴정책에 맞추어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고, 설비의 적정화와 효율적 운영을 통하여 공정한 경쟁시장이 조성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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