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방정 원망스럽다. 저는 이 칼럼을 통해 여러 번 우리나라 가스부문 비효율성을 언급하였다. 상류부문 공공독점, 하류부문 영역독점의 폐해를 비판하였다. 심지어 전 세계가 누리는 ‘가스 황금시대’를 우리만 누리지 못 한다고 ‘협박’성 언급도 하였다. 그런데 이런 입방정이 현실이 되고 있다. 내 입방정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모든 에너지 부문 중 가스부문이 유독 비난의 대상이다. 우선 가스부문 맏형인 가스공사 4분기 영업이익이 342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1.9% 감소했다. 여기에다 부채는 해외자원개발투자 등에 따라 지난 몇 년 간 4배 가량 급증했단다. 2007년 8조7436억 원이던 부채는 2012년 32조2528억 원으로 급증해 201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393%에 이른다.

올해 안에 해외지사를 철수하고 사업구조 개편, 비-핵심자산 매각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기로 했단다. 더욱 난감한 것은 최고 경영층부터 직원에 이르기 까지 각종 비리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판에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받아야 한다.

사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미국 등에서 새로이 등장한 ‘셰일가스’ 때문에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진전되고 있다. 일 년도 안 돼 절반 이하로 떨어진 국제유가 급락은 글로벌 불황에 의한 수요정체 석유시장에 쏟아진 셰일석유·가스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변화는 액체연료시대에서 기체연료 주도시대로 바뀌는 시대상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벌써 3년 전에 언급한 ‘가스 황금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여건은 어떠한가? 국제 유가하락은 국내 가스수요부진으로 귀결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도시가스 공급량은 180억9439만㎥로 전년 동기(197억6127만㎥)대비 8.4% 감소했다. 이는 원자력 발전의 이용률 증가와 석탄발전 경제성 제고로 발전용 수요는 정체되지만 연료대체 현상의 지속으로 도시가스 수요는 비교적 큰 폭인 4.8% 증가한 데 따라 2014년 전체 LNG수요는 2.5% 증가할 것이라던 기존 전망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 결과로 작년 3분기 우리나라 천연가스 수요는 9.8% 감소하여 20% 대가 당연하다던 일차 에너지 중 가스비중이 13% 대에 불과하였다. 완전한 가스수난시대이다.

그렇다면 향후 전망은 어떠한가? 발전용 가스수요의 증가는 당분간 힘들 것이다. 도시가스 수요는 한계에 달했다. 물론 온실가스 대응과 청정에너지 확대를 위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계획 수정에 의해 증가 가능성도 있지만 여전히 불확실하다. 왜 전 세계가 좋다는 가스가 우리나라에서만 박대(?)를 받고 있나? 그 이유는 가스 부문에 깊이 자리 잡은 나태와 안일함 때문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보장되는 초과이윤”(속칭 “Wind-Fall”)에 취해서 자기 혁신하지 않은 탓이다. 극단적인 공급부문 집단이기주의가 성행하였다. 여기에다 온 국민으로 구성된 수요자를 경시한 업보가 겹쳤다. 시장과 다투려는 어리석은 만용이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주인-대리인 이론에 의해 대리인인 역할에 불과한 공급사가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고 관료주의적 행태를 유지하여 왔다. 민간 부문 역시 고질적 영역독점에 안주하고 자신이 공적 존재인 것처럼 행동한 면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 가스부문은 비난 받을 만큼 받았다. 이제 더 내려 갈 곳이 없다, 더 내려가면 괴멸이다. 지속 불가능한 도태일 수 있다.

따라서 독과점의 달콤함에서 벗어나고 영역독점의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철저한 혁신으로 천연가스라는 에너지의 장점이 우리가 만든 인위적, 구조적 장애요인으로 부정되는 사태를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시장에서 여타 에너지원과의 혁신경쟁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이겨야 한다.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이 엊그제 지났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가스 황금시대를 향해 다같이 고통을 나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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