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조금은 메마른 우리 가스산업에 문학의 향기를 불어넣고자 새해부터 마련한 코너입니다. 가스업계 전 현직 종사자들의 좋은 작품(詩)이 많이 투고되기를 희망합니다.

 

사진:이기연/ 한국LPG산업협회 전무

소리

소리가 나지 않는 날에도
나는 귀가 아프다
이 시대 순간 순간마다
하맗고 하찮은 소리에 귓병이 난다.
 
소리소리 말소리 소소리 개소리 잡소리
씹는소리 자빠지는소리 엎어지는소리
늘어지는소리 핥는소리 펄펄나는소리
 
모두가 텅빈 껍데기에
주둥이만 살아
바람따라 펄펄날아도
날개없는 잡새는 바람 자는 날 엎어진다
엎어진 날은 주둥이 속 혀로 핥는다
 
잘 익은 수박 속맛은 모르고
수박 컽 핥는 소리에 도통하였으니
거석할지 머석할지 아리송송 순한 양들
속알 가득한 가슴 움켜쥐고
죄 없는 긴 모가지 쭉 빼고는
고개만 까뚝까뚝 깊은 상념에 잠긴다
 
아-세월아 그대 지나면
다 허물어질까나
누가 저 하는 소리 귀 기울일까나 
 
소리가 나지 않는 날에도
나는 귀가 아프다.

 

이 성 장  詩人
.한국가스안전공사 前교육홍보이사
.한글 수필·한글 시 동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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